회장배 여고부에 출전한 봉명고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환호하고 있다.

회장배 여고부에 출전한 봉명고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환호하고 있다. ⓒ 박장식

 
청주 봉명고등학교 여자 컬링 팀 선수들이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현존하는 전국대회에서 무관에 그쳤던 봉명고 선수들은 창단 11년 만에 회장배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지난 7일부터 의성컬링센터에서 진행된 21회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학생부 대회. 봉명고등학교(스킵 김민서)는 10일 열린 여자부 결승전에서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들이 송현고등학교(스킵 강보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들은 이번 회장배 조별리그에서부터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같은 날 열린 남자부 결승전에서는 의정부고등학교가 춘천기계공업고를 꺾고 우승을, 초등부에서는 의정부컬링스포츠클럽이 남녀부를 모두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의정부클럽 남자 팀은 대구 월촌초교를, 의정부클럽 여자 팀은 춘천 신남초교를 누르고 우승했다.

이변의 회장배, 그 이변의 끝 장식한 봉명고교

사실 봉명고는 컬링에서 그리 주목받던 학교가 아니었다. 인근에 컬링장이 없었던 탓에 훈련이나 실전 감각을 찾는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청의 성지훈 선수, 전북도청의 송유진 선수 정도가 실업 무대에서 뛸 정도로 선수 풀도 다른 학교나 지역에 비해 넓지 못했다.

하지만 2021년 초 빙상장과 함께 컬링장이 지역에 생기며 봉명고가 고교팀 중에서도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회장배와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결선까지 진출해 4강권에 진입하는 등, 성장세 역시 급격히 두드러졌다.

이번 회장배에서는 이변도 여럿 나왔다. '홈 팀'이었던 의성고등학교와 의성여자고등학교가 나란히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두 학교가 남녀 고등부 우승을 차지했던 것과 대비되는 일이었다. 그런 자리를 봉명고 여자 팀, 그리고 춘천기계공고 남차 팀이 채웠다. 두 학교는 오래간만에 국내대회 결승 무대에 올랐다.

물론 결승이 쉽지는 않았다. 결승에서 맞붙는 선수들은 주니어 국가대표인 송현고등학교였다. 지난 예선에서 봉명고가 송현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결승전에서도 승리를 보장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어려움에 걸맞게 초반 경기는 송현고가 우세했다. 송현고는 2·3·4엔드 후공을 모두 쥐며 상대를 압박했다.
 
 송현고와 봉명고의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고등부 결승에서 타임아웃 상황 선수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다.

송현고와 봉명고의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고등부 결승에서 타임아웃 상황 선수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다. ⓒ 박장식

 
다만 송현고는 2·3엔드를 블랭크 엔드로 보내고 4엔드에도 1득점에 그치는 등 결정적인 대량 득점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그렇게 1대 1로 경기가 이어지던 5엔드 상황 봉명고도 두 점을 앞서나가며 스코어를 3-1로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송현고도 6엔드 득점에 이어 7엔드 1점을 스틸하며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8엔드, 선공으로 시작한 송현고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우스 입구를 스톤으로 채우며 상대 득점을 저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웃은 것은 봉명고였다. 스킵의 마지막 스톤이 하우스에 들어가던 도중 송현고의 스톤에 살짝 걸렸지만, 다행히도 웨이트가 죽지 않아 그대로 1번 스톤을 차지했다. 4-3. 봉명고의 우승이었다.

봉명고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눈물을 보이는 선수도 있었다. 봉명고등학교, 나아가 청주 컬링이 현존하는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의 기록을 써낸 순간이었다.

"어려움 끝에 이겨... 다음 주니어 국가대표는 우리가"

봉명고등학교 선수들은 '외인부대'다. 청주 지역에서 원래 컬링을 하던 선수 뿐만 아니라, 남춘천여중을 비롯해 인천에서 클럽 활동을 하던 선수들까지 이곳으로 전학을 와서 컬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를 더욱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스킵 김민서 선수는 우승에 대해 '서로 믿으면서 한 덕분에 분위기를 잘 탔다"면서, "팀을 믿고 스톤을 던진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샷이 어려웠는데, 타임 아웃 때 코치님께 자신 있는 것으로 하겠다고 한 뒤 드로우를 던진 것이 승리 요인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타지에서 온 선수들이 많기에 더욱 돈독하다는 선수들. 특히 선수들은 우승 직후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서 선수는 "결승전 초반에 헤매서 어렵게 경기가 이어졌는데, 그 어려움 끝에 이기니까 지금까지 어려웠던 것들이 스쳐지나가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며 눈물의 의미도 전했다.

서드 박서진 선수도 "결승전 4엔드를 어렵게 끝내고 나니 서로 믿고 해보자는 마음이 강했다"며, "회장배 우승에 이어 가을에 있을 다음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잘 대비해보고 싶다"며 각오를 전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현역 주니어 대표팀을 이겨 자신감을 얻었다"며, "이번 대회 컨디션을 이어나가고 싶다"며 웃었다.

초등부와 고등부 대회를 모두 끝마친 회장배 전국컬링대회는 이제 중등부 레이스에 돌입한다. 12일까지 이어지는 중등부 대회에는 의정부, 의성, 춘천 등 다양한 지역의 학교들이 모여 자웅을 겨룬다. 이변이 씌어졌던 고등부 경기만큼, 중등부에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쓰여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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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봉명고등학교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우승 송현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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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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