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올 시즌 KBO리그의 트레이드 시장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구단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포수 김민식을 SSG 랜더스로 보내고 SSG로부터 좌완투수 김정빈과 내야수 임석진을 받아오는 1: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2000년생 우완 유망주 김도현을 영입한 KIA는 다음날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포수 박동원을 데려온 데 이어 이번엔 선두 SSG와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올해 시즌 개막 후 성사된 3건의 트레이드엔 모두 KIA가 끼어 있다.

KIA 관계자는 "김정빈과 임석진은 20대의 젊은 선수들로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는 말로 두 선수의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2017년 우승포수였던 김민식을 다시 인천으로 돌려 보낸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KIA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불펜과 드래프트 상위 지명 출신의 거포 유망주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풀타임 1군 경험 있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나란히 KIA로 이적하게 된 좌완 투수 김정빈(왼쪽)과 우타 내야수 임석진(오른쪽)

나란히 KIA로 이적하게 된 좌완 투수 김정빈(왼쪽)과 우타 내야수 임석진(오른쪽) ⓒ SSG 랜더스

 
히어로즈 우완 김정인의 친형이기도 한 김정빈은 중학교 졸업 후 서울의 경동고로 진학했다가 2학년 때 다시 화순고로 전학을 갔다. 김정빈은 전학 후 화순고에서 에이스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마침 그해 전라 지역에는 확실한 유망주가 부족했다. 하지만 당시 신인 드래프트는 지역연고제가 아닌 전국 단위로 이뤄졌고 김정빈은 연고팀 KIA가 아닌 인천 연고의 SK 와이번스에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한 번도 1군에 올라가지 못한 김정빈은 2017년 7월 5년 만에 프로 데뷔전을 가졌지만 2경기에서 3이닝 3실점을 기록한 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프로 입단 후 5년을 보낸 김정빈은 시즌이 끝난 후 통산 1군 2경기 등판이라는 이력서를 가지고 상무 야구단에 지원했다. 하지만 당시 상무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김정빈은 초라한 1군 실적에도 상무에 합격할 수 있었다.

상무에서 두 시즌 동안 약 50이닝을 던진 김정빈은 전역 후 2020년 처음으로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했다. 김정빈은 시즌 개막 후 두 달 동안 22.2이닝을 던지며 단 1점만 내주는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며 와이번스 불펜의 비밀병기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정빈은 7월 8이닝 11자책(평균자책점 12.38). 9월 2.2이닝 6자책(20.25)으로 크게 흔들리면서 57경기에서 1승 1패 1세이브 10홀드 5.13의 평범한 성적으로 1군에서의 첫 시즌을 보냈다.

김정빈은 작년 SSG 유니폼을 입고 선발로만 6경기에 등판했지만 1패 9.87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올 시즌엔 개막 후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퓨처스리그에서만 활약한 김정빈은 결국 9일 팀 동료 임석진과 함께 프로 지명 10년 만에 고향팀 KIA로 팀을 옮기게 됐다. 김정빈 입장에서는 자신을 선택해 준 고향 팀에서 새로운 각오로 출발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만들어진 셈이다.

올 시즌 KIA 불펜은 마무리 정해영부터 장현식, 전상현, 홍상삼 등 필승조 대부분이 우완 일색이라 좌완 김정빈이 비집고 들어가기엔 상대적으로 수월한 환경이다. 하지만 KIA에도 올 시즌 15경기에서 4홀드 2.08를 기록하고 있는 이준영이 좌완 스페셜리스트로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어 김정빈은 KIA에서도 힘든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분명 쉽진 않겠지만 김정빈이 2020년 초반의 위력을 되찾는다면 KIA 불펜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장타 잠재력은 임석진의 경쟁무기 될까

그래도 김정빈이 2020년 1군에서 57경기에 등판했던 '실적'이 있다면 프로 입단 후 11경기에서 11타수 2안타(타율.182) 무홈런 무타점 3득점이 1군 경력의 전부인 임석진은 아직 '백지상태'나 다름 없다. 하지만 그의 고교시절로 시계를 돌려 보면 서울고 시절의 임석진은 또래들 중에서 최고의 펀치력을 자랑하던 초고교급 거포 유망주였다. 임석진은 소속팀에서는 물론이고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4번 타순을 책임졌던 선수다.

임석진은 서울 연고의 3팀이 각각 이영하(두산 베어스)와 김대현(LG 트윈스), 주효상(히어로즈)을 지명하는 바람에 2차지명으로 밀렸지만 전체 6순위의 높은 순번으로 와이번스에 지명됐다. 작년 리그 출루율왕이자 현재 LG 부동의 주전우익수로 활약하고 있는 홍창기(27순위)나 KIA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는 전상현(38순위)보다 더 높은 기대를 받은 SK의 핵심 유망주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임석진은 루키 시즌 11경기에서 12번의 타석에서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기록한 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7년 10월에는 도핑검사에 적발돼 3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결국 임석진은 2018 시즌이 끝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 병역의무를 마쳤다. 작년 시즌을 앞두고 SSG에 복귀한 임석진은 퓨처스리그에서 6홈런 30타점을 기록했지만 .217의 타율로는 1군에 갈 수 없었고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KIA에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류지혁과 잠재력 만큼은 최고 수준인 루키 김도영, 지금은 유격수로 활약하지만 3루 수비도 충분히 가능한 박찬호 등 3루 수비가 가능한 내야 자원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장타보다는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앞세운 내야수들이다. 임석진이 수비가 더 안정되고 장타자로서 잠재력이 폭발한다면 주전 1루수로 자리 잡은 황대인과 좋은 코너내야 콤비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고교시절 대통령배 대회에서 트리플 크라운과 함께 대회 MVP까지 휩쓸었던 대형 유망주 출신이지만 임석진은 아직 프로 1군 무대에서 홈런은커녕 단 하나의 장타도 때려보지 못한 선수다. 고교 시절의 활약과 6년 전의 높은 지명순위를 보고 섣불리 기대치를 높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KIA가 임석진을 영입하면서 또 한 장의 좋은 유망주 카드를 손에 쥐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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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트레이드 김정빈 임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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