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밤에 방송된 KBS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첫 방송

지난 7일 밤에 방송된 KBS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첫 방송 ⓒ KBS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BK' 김병현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KBS 1TV <청춘야구단>의 감독이 되어 프로의 벽을 뛰어 넘고 싶은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2015년 KBS를 통해 방송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 축구 선수의 꿈을 이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했고, 약 7년 만에 야구판 '청춘FC'가 첫 선을 보였다. 김병현 감독이 가장 먼저 조언을 구한 사람 역시 청춘FC의 지휘봉을 잡았던 안정환 해설위원이다. 선수의 어려움도, 감독으로서의 고충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선수들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는 순간이다. (그들이) 어떻게 되는 것까지 생각해야 하니까 네가 그 선수라고 생각하고, 인생의 친구가 되면 된다.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심어줘야 한다"
 
 지난 7일 밤에 방송된 KBS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첫 방송

지난 7일 밤에 방송된 KBS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첫 방송 ⓒ KBS

 
누구보다 진지하다... 코칭스태프의 '진심'

김병현 감독을 도와줄 이들은 정근우, 한기주 코치였다. 두 코치 모두 현역 시절 많은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에 독립리그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총 세 팀을 거치면서 10년 넘게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손꼽혔던 정 코치는 작은 키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고 청소년 대표팀 발탁 및 고려대학교 진학으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2005년 2차 1라운드(전체 7번)서 SK의 부름을 받았다.

그나마 정근우는 프로 입단 이후 잘 풀린 사례로 남았지만, 한기주 코치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2006년 KIA 타이거즈 1차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입성할 만큼 큰 기대를 받았으나 실제로 1군 무대에 오르는 기간은 짧았다. 프로에서 절반이 넘는 기간 동안 재활에 매진하며 조용하게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도 그 아쉬움이 남아있는 한기주는 "선수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주고 싶다. 떳떳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코치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기는 해도 웃고 떠들고 즐기는 게 아닌, 당장 '인생'이 걸린 선수들에게 진심을 다해 열정적인 지도를 하고 싶은 게 코칭스태프의 마음이었다. 김병현 감독은 촬영 기간 동안 '금주'까지 선언하면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선수들의 '간절함'이 담긴 도전

팀 훈련이 진행되는 경기도 성남에서 자택인 파주까지 왕복 6시간 거리를 오가는 선수부터 고등학교 시절 타자의 강습타구에 머리를 맞이 부상을 당한 선수까지 모든 선수가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반드시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청춘야구단의 문을 두드렸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은 하나 같지만, 선수들의 사정은 제각기 다르다. 호텔 서빙부터 택배 상하차, PC방 아르바이트, 개인 야구 레슨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야구만 해서 생활할 수 없는 환경이다. 돈을 받고 야구를 하는 프로 선수와 달리 독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회비를 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밤에 방송된 KBS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첫 방송에 출연한 투수 금유성

지난 7일 밤에 방송된 KBS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첫 방송에 출연한 투수 금유성 ⓒ KBS

 
프로 미지명된 선수들뿐만 아니라 프로 팀에 입단하고도 살아남지 못해 다시 도전해야 하는 이들도 청춘야구단에서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20년 kt 위즈서 방출 통보를 받은 좌완 투수 금유성(개명 전 금민철)도 그중 한 명이었다.

"웨이버 공시 통보를 갑작스럽게 받았다.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방출된 이후)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고, 시간이 서서히 지나니까 초조함과 조바심을 느꼈다.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게 야구이기에 몸이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려고 한다."

김병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각자 독립 야구단에 찾아가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했고, 총 27명이 청춘야구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물론 입단한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일 밤에 방송된 KBS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첫 방송

지난 7일 밤에 방송된 KBS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첫 방송 ⓒ KBS

 
1차적으로는 KBO리그 프로 팀과 다섯 차례 평가전을 진행해 라운드별로 방출자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청춘야구단을 떠나야 하는 선수는 7명으로, 경쟁에서 밀리는 순간 생존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이후에는 20명의 선수가 KBO리그 프로 팀 스카우트를 초청해 트라이아웃을 개최, 2명을 추가로 탈락시켜 최종 18명의 선수에게만 일본 독립 리그 대표팀과 '한일전'을 치를 기회가 주어진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독립야구단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제작된 적은 있어도 지상파 채널에서 독립야구단을 소재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려와 기대감이 공존하는 도전이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선수들의 뒤를 받쳐주는 만큼 <청춘야구단>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
야구 청춘야구단 KB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