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박병호(KT 위즈)가 화끈한 만루포를 쏘아올리며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5월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1회 말 무사 만루에서 롯데 선발 글렌 스파크맨의 초구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월 홈런을 때려냈다. 박병호의 개인 통산 7번째 만루홈런이었다.
 
KT는 박병호의 홈런포에 힘입어 롯데를 8-2로 제압하고 '어린이날 시리즈'를 2승 1패 우위로 마감했다. 2015년부터 KBO리그에 참가한 이후 유독 어린이날과 인연이 없었던 KT는 이날 승리로 7연패 사슬을 끊고 '어린이날 창단 첫 승'을 신고했다. 또한 지난해 통합우승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초반 주춤했던 KT는 어느덧 13승 15패로 6위까지 올라서며 2연패에 빠진 5위 LG 트윈스를 1.5게임차로 추격하고 상위권 반등의 계기까지 마련했다.
 
KT로서는 박병호 효과에 반색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12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병호와 3년 최대 30억 원(계약금 7억·연봉 총액 20억·옵션 3억)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만 해도 이 계약을 둘러싸고 평가는 엇갈렸다.
 
박병호가 홈런왕만 5차례나 석권한 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것은 맞지만 최근 몇 년간은 극심한 부진으로 에이징 커브에 접어들었다는 징후가 뚜렷했다. 원 소속팀이던 키움 히어로즈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스타를 홀대했다는 이유로, KT는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를 굳이 비싸게 데려왔다는 이유로, 각각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박병호의 계약은 KT와 키움 양쪽 모두에게 윈윈이 된 모양새다. 박병호는 6일 현재 총 27경기에서 타율 0.266(94타수 25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60, 7홈런, 19타점, 3도루를 올리고 있다.

특히 홈런은 한동희(롯데)와 함께 공동 1위다. 20홈런 정도만 해줘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6번째 홈런왕' 도전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페이스다. 키움도 박병호를 내보낸 과정은 아쉬웠지만 현재 리그 4위, 팀홈런은 2위(19개)로 올라 아직 전력상으로는 박병호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KT는 지난 시즌 우승팀임에도 팀홈런은 7위(106개),장타율은 6위(.382)에 그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올시즌에는 초반이지만 키움에 이어 팀홈런 3위(18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KT의 중심타자인 강백호와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가 연이어 부상을 당하며 타선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라 박병호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그리고 KT가 박병호를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효과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박병호의 활약은 그리 좋지 않았다. 박병호는 2022시즌 첫 21경기에서 타율 2할 3푼(74타수 17안타)에 그쳤고, 11타석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기도 했다. 간간이 홈런과 타점은 나왔지만 배팅 타이밍을 잡지못해 기복이 심했다.
 
박병호는 지난달 29일 이른바 '박병호 더비'로 불린 키움과의 시리즈부터 이동발인 왼발을 살짝 뒤로 뺏다가 앞으로 내디디는 시점을 이전보다 조금 더 빠르게 가져가는 타격폼으로 변화를 줬고 이후 속구 대처능력이 눈에 띄며 좋아지며 각종 타격 지표가 빠르게 상승세로 돌아섰다. 박병호의 7홈런중 3개가 최근 5경기 사이에서 터진 홈런이다.
 
뜬금없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분야에서 의외의 활약을 보이는 장면도 있다. 박병호는 3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공동 1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병호는 한때 20-20(홈런-도루)을 기록한 시즌(2012년)도 있을만큼 주루 능력도 있는 선수였지만 2018년 이후 최근 4년간은 도루 기록이 아예 없었다.
 
하지만 장타력이 부족한 팀내 사정상 KT는 작전구사가 많아졌고, 박병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3일 롯데전에서는 박병호가 누상에 출루했을 때 히트앤드런 작전이 나오며 결국 홈까지 밟고 득점에 성공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노장이고 발도 느려진 박병호에게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는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팀이 필요로 하면 몸을 사리지않는 모습은 귀감이 되고 있다.
 
이처럼 KT가 노쇠화와 오버페이에 대한 우려에도 박병호를 영입한데는 뚜렷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이 보장되며 1루 수비에서 강백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존재로서 박병호만큼 적합한 카드는 없었다. 또한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유한준을 대신하여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줄 베테랑으로서도 자기관리와 프로의식이 뛰어난 박병호가 적임자였다.
 
공교롭게도 유한준도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키움(당시 넥센)에서 활약하다가 2015년(만 34세) 박병호와 비슷한 나이에 FA자격을 얻어 KT로 팀을 옮기며 베테랑으로서 쏠쏠한 역할을 해주고 명예롭게 은퇴한바 있다. 유한준은 kt에서 2020년 5회의 3할 타율과 4회의 두 자릿수 홈런 시즌을 기록했고 신생팀의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솔선수범하는 리더십까지 발휘하여 KT의 역대 FA 영입 최대 성공 사례중 하나로 회자된다. 현재까지 박병호의 모습도 유한준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키움 시절의 박병호가 주연이었다면 KT에서는 조연으로 역할이 내려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존재감을 보면 사실상 주연 못지 않은 활약이다. 그리고 박병호의 활약과 함께 KT도 점점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회복해 가고 있다.

박병호가 지금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면, 오버페이라고 생각했던 작년의 FA계약은 어쩌면 최고의 가성비 계약이었다는 반전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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