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잠실라이벌' LG와의 어린이날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장식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9-4로 승리했다. 역대 24번째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16번째 위닝시리즈를 만들며 우위를 이어간 두산은 이날 KIA 타이거즈에게 1-10으로 패한 키움 히어로즈를 반 경기 차이로 제치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16승12패).

두산은 선발 최승용이 4이닝3실점(2자책)으로 물러났지만 두 번째 투수 김명신이 2.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타선에서는 1회 2타점 적시타를 때린 허경민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김재환과 강승호가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올 시즌 지독한 부진 속에 최악의 초반을 보내던 두산의 안방마님 박세혁은 시즌 첫 3안타 경기와 함께 3타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54억 포수' 최재훈 제치고 양의지 백업으로 낙점

2001년, 2004년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홍성흔을 보유하고 있던 두산은 2007년 홍성흔이 갑작스런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지 못하는 증상)에 시달리며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두산의 포수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010년 '포수양성소' 경찰 야구단의 포수교육 과정을 수료한 양의지(NC다이노스)가 풀타임 첫 시즌에 20홈런을 기록하면서 그 해 신인왕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양의지의 백업 포수들도 일찌감치 준비를 끝냈다. 2008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최재훈(한화 이글스)은 양의지의 뒤를 이어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2011년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점왕을 차지했다. 2012년 5라운드 전체 47번으로 두산에 입단한 박세혁도 2014년 상무에 입대해 이듬해 타율 .350 15홈런73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박세혁은 해태 타이거즈 출신 아버지 박철우 코치(두산 재활군 타격코치)의 강타자 DNA를 보여주기도 했다.

양의지의 백업후보로 두산팬들에게 먼저 인정 받은 선수는 최재훈이었다. 최재훈은 양의지가 허리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2013년 가을야구에서 주전 마스크를 쓰며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결승홈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 두 번의 멋진 홈 블로킹으로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최재훈은 2014년 두산의 수석코치를 역임한 이토 쓰토무의 개인과외를 받으며 포수로서의 능력이 더욱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양의지의 백업으로 낙점 받은 포수는 최재훈이 아닌 박세혁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최재훈이 가진 포수로서의 능력보다는 박세혁의 포지션 대비 빠른 발과 장타력, 그리고 유사시에 외야수로도 활용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을 더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도 박세혁은 양의지의 백업으로 활약한 2016년 타율 .209 5홈런23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두산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박세혁의 활약으로 자리가 애매해진 최재훈은 결국 2017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고 박세혁은 두산의 확실한 두 번째 포수로 자리 잡았다. 박세혁은 2017년과 2018년 2할대 후반의 타율과 준수한 수비로 백업포수로는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해줬다. 하지만 201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는 125억 원의 거액을 제시한 NC행을 선택했다.

초반 극심한 부진 씻고 시즌 첫 3안타 경기

졸지에 두산의 주전포수가 된 박세혁에 대한 두산팬들의 우려는 매우 컸다. 물론 박세혁이 양의지의 백업으로 좋은 활약을 해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백업'이기 때문에 나왔던 칭찬이었다. 하지만 박세혁은 모든 우려를 씻고 2019년 137경기에서 타율 .279 4홈런63타점58득점의 쏠쏠한 활약을 통해 두산의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하며 당당히 '우승포수'에 등극했다.

박세혁은 2020년에도 타율 .269 4홈런51타점으로 두산을 6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작년 시즌엔 초반 안면에 맞은 사구의 영향으로 타율이 .219로 떨어지며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힘들게 올라간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상대 수비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음에도 혼자 아웃으로 짐작해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프로답지 못한 행동으로 팬들의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박세혁은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자격을 얻는 만큼 올 시즌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별개로 시즌 초반 박세혁은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아무리 올해가 규정타석을 채운 1할 타자가 7명이나 되는 '투고타저 시즌'이라 해도 작년까지 통산 타율이 .261였던 괜찮은 공격력의 포수 박세혁이 1할대 타율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5월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던 박세혁은 4일 LG와의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서 2개의 희생플라이를 통해 타격감을 조율했다. 그리고 박세혁은 5일 경기에서 드디어 시즌 개막 후 최고의 타격을 선보였다. 첫 타석부터 좌전안타로 출루한 박세혁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주자 2명을 불러 들이는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고 5회에도 우전안타로 타점을 추가했다. 왼쪽과 중앙, 오른쪽으로 골고루 타구를 보내며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박세혁은 이날 3개의 안타로 전날 대비 타율을 .035나 끌어 올렸지만 여전히 그의시즌 타율은 .153에 불과하다. 그동안 박세혁이 얼마나 심각하게 부진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박세혁이 매 경기 3안타씩 때려내는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260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던 두산의 주전포수 박세혁은 시즌 내내 1할 타율에 머무를 정도로 타격이 약한 포수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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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박세혁 3안타3타점 예비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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