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 행복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3일 현재 롯데의 순위는 2위다. 15승 1무 9패(승률 .625)로 선두 SSG 랜더스(19승 1무 6패)에 3.5게임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나간 것은 2017년(3위)였다. 이후로 최근 4시즌간은 7-10-7-8위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롯데는 한화 이글스와 함께 '2약' 후보로 거론될만큼 기대치가 낮았다. 지난겨울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손아섭(NC 다이노스)·민병헌(은퇴) 등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며 전력누수가 더 커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당히 상위권에 올라 있다. 시범경기부터 8승 2무 3패로 LG, KIA와 공동 1위에 오른 데 이어, 시즌 개막 이후 4월 월별 승률은 무려 14승1무9패로 .609였다. 롯데에게 5월 2위라는 순위는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또한 롯데는 지난 4월 28일 SSG전 승리를 시작으로 5월 1일 LG 트윈스전까지 무려 4연승을 질주 중이다. 특히 연승 기간동안 지난 주말 3연전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던 LG를 상대로 스윕승을 거둔 것은 2012년 6월 24일 이후 무려 3.598일만이었다.
 
롯데는 이미 래리 서튼 감독이 팀을 이끈 지난해 후반기 승률 3위(.542)에 오르며 잠재력을 증명했다. 구단 역사상 제리 로이스터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에 오른 서튼 감독은 비약적 발전을 이뤄내며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롯데 돌풍의 중심에는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가 있다. 1999년생으로 아직 23세에 불과한 한동희는 현재 타율(.436), 홈런(7개), 장타율(.766), 출루율(.491), 최다안타 41개) 등 무려 5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고, 타점(22개)은 2위, 득점(17개)은 공동 3위다. 도루를 제외한 모든 공격 지표에서 KBO리그 톱클래스를 달리고 있다.
 
프로 5년차 한동희는 일찌감치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데뷔 초기에는 신인드래프트 데뷔 동기였던 강백호(KT)라는 거대한 산에 가려지며 상대적으로 더딘 성장세로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2년연속 17홈런을 기록하며 조금씩 기량을 키워나가던 한동희는, 올 시즌 들어 비로소 잠재력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장타력에 정확성과 해결사 능력까지 겸비한 리그 최고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타선에 한동희가 있다면 마운드에는 찰리 반즈가 있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반즈는 6경기에 등판해 41.1이닝간 5승 평균자책점 0.65(총 3점)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중이다. 다승-자책점-최다이닝 모두 리그 선두다. 탈삼진도 45개로 2위에 올라있다.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우수하다. 롯데를 논하면서 역시 이대호를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타율 0.356(4위) 2홈런 10타점으로 자신의 후계자인 한동희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부상에서 돌아온 전준우(.321,11위)와 안치홍(.309, 15위)도 모두 3할대 타율을 넘기며 선전하고 있다. 올 시즌 25경기를 치른 롯데의 팀타율은 0.266으로 리그 1위다.
 
마운드에서는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3승 평균자책점 1.76으로 반즈와 함께 원투펀치를 형성했다. 여기에 글렌 스파크맨, 이인복, 김진욱으로 이어지는 짜임새 있는 선발진을 구축했다. 롯데 마운드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던 마무리는 임시로 맡았던 최준용이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어느덧 9세이브를 올려 2위에 올랐다. 원조 마무리였던 김원중마저 최근 부상을 털고 1군 복귀전을 치르며 불펜 운용의 선택지가 더욱 넓어졌다. 롯데의 평균자책점은 2.88로 선두 SSG 랜더스(2.85)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최근 롯데의 상승세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희, 최준용, 김진욱 등 20대 초반의 영건들이 유망주 껍질을 깨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대호-전준우 같은 베테랑들과 신구조화가 가능해졌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대호가 팀전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평가에 반박하며 "우리는 절대 약하지 않다. 젊은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던 호언장담은, 바로 롯데의 밝은 미래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롯데에게 2022시즌은 평소보다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즌이기도 하다. 롯데는 최근 4년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범위를 넓히면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무려 29년째 KBO리그 최장기간 무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까지 우승에 실패하면 KBO리그 초유의 '30년 무관'에 진입한다. 부산의 뜨거운 야구열기에 비하여 팀성적은 정상권과는 늘 거리가 멀었던 롯데 팬들에게는 가을야구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다.

더구나 20년간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KBO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대호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이대호는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하고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에서 많은 우승의 기쁨을 누린 바 있지만 정작 고향팀인 롯데에서는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롯데가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이대호라는 불세출 스타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무대라면 최소한 포스트시즌 정도는 되어야 격이 맞는다는 평가다. 롯데 선수단과 팬들이 올해 가을야구에 동기부여를 느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흔히 롯데 야구를 가리켜 개막 초반만 반짝한다고 해서 '봄데'라는 놀림섞인 별명도 있다. 롯데는 올해까지 12차례나 시범경기 1위에 올랐지만 정작 정규리그에서는 1위에 오른 적이 창단 이래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기준을 가을야구로 맞추면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우승한 11번의 시즌 가운데 7번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장기레이스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하지만 초반 분위기와 기세가 시즌 내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롯데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현재 롯데의 상승세를 본다면, 리그 판도를 뒤흔드는 태풍까지도 될 수 있다고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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