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리, 13구> 관련 이미지.

영화 <파리, 13구> 관련 이미지. ⓒ 찬란


 
서로 인종과 피부색을 달리 하지만 파리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청춘들이 있다. 이제 막 부모 품에서 벗어나 독립했지만 사랑이 두려운 노라(노에미 멜랑), 엄마의 무관심 속에 홀로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까지 돌봐야 하는 에밀리(루시 장), 그리고 세상을 떠난 엄마의 부재감을 느끼며 현실을 사는 자유연애주의자 카미유(마키타 삼바). 이 세 사람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사랑을 꿈군다.
 
영화 <파리, 13구>는 파리의 아시아 타운으로 불리는 13구 지역을 공간 배경으로 서로와 자신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지난해 열린 74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사운드트랙상을 받을 정도로 감각적인 음악도 특징이다.
 
앞서 언급한 세 인물이 각각 등장해 자신의 삶의 맥락을 보여준다. 자기 기분 내키는대로 약속 시간도 쉽게 어겨버리는 엘리는 자칫 본인만 아는 이기주의자처럼 보인다. 룸메이트로 들어왔다가 그런 에밀리에 질려 나가버린 카미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마음을 차지하는 에밀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노라는 이런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을 낸다. 에밀리와 달리 이성적이고 절제력도 있는 노라가 좋아지지만 왠지 모르게 카미유는 노라에게 그 이상 다가갈 수가 없다. 노라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돌고돌아 깨달아 가고 결국 새로운 사랑이 평소 인터넷 전화로 대화하던 성인방송 BJ 엠버 스위트(제니 베스)임을 직감한다.
  
 영화 <파리, 13구> 관련 이미지.

영화 <파리, 13구> 관련 이미지. ⓒ 찬란


  
 영화 <파리, 13구> 관련 이미지.

영화 <파리, 13구> 관련 이미지. ⓒ 찬란


 
거침없는 섹스, 그 뒤에 찾아오는 불안감을 영화는 정면으로 포착한다. 자유와 관용의 나라답게 세 사람은 서로에게 모종의 원망,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그 모든 일이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임을 잊지 않는다. 불안한 청춘들이 키워낸 온전한 사랑의 가능성이 영화 말미 조심스럽게 제시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만하다.
 
영화는 그래픽 노블 작가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세 단편 만화를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예언자> <디판>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으로 한국엔 <러스트 앤 본>에 이어 9년 만에 그의 영화가 개봉하는 셈이다. 공동각본가로 참여한 셀린 시아마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영화제 각본상 등을 받은 인물이다. 두 거장의 만남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충분하다.
 
다만, 감각적인 화면과 사운드 외에 이야기 구성과 사건 흐름이 다소 작위적이다. 각 캐릭터의 성격과 개성이 충분히 표현되기에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어렵지 않지만, 공감이 가는지 여부는 별개 문제다. 제 멋대로거나 너무 소극적인 혹은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주인공들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올지는 미지수다.
 
한줄평: 불안한 청춘들이 키워낸 온전한 사랑의 가능성
평점: ★★★☆(3.5/5)
 
영화 <파리, 13구> 관련 정보 
원제(영제): Les Olympiades (Paris, 13th District)
감독: 자크 오디아르
각본: 자크 오디아르, 셀린 시아마, 레아 미지위
출연: 노에미 멜랑, 루시 장, 마키타 삼바, 제니 베스
수입 및 배급: 찬란
공동배급: 하이, 스트레인저
개봉: 2022년 5월 12일  
파리, 13구 칸영화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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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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