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지망생의 롤모델에는 여러 인물이 존재하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늘 거론되는 이름 석 자가 있다. '손석희', 예나 지금이나 많은 지망생이 '제2의 손석희'를 꿈꾸며 살아가는 중이다.

뉴스, 토론, 라디오 등 여러 시사 프로그램을 두루 경험한 손석희 전 앵커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은 2016년 말이었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로 한창 나라가 어지러웠고, 손 앵커를 중심으로 연일 특종 보도를 쏟아낸 JTBC <뉴스룸>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

그 과정을 거쳐 탄생한 '촛불 정부'도 어느덧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최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기자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한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화면 너머로나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기회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촬영이 진행되는 이틀 동안 문 대통령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는 바로 손석희 전 앵커였다.
 
 지난 26일에 방송된 JTBC 특집 <대담-문재인의 5년>

지난 26일에 방송된 JTBC 특집 <대담-문재인의 5년> ⓒ JTBC

 
부드럽게, 때로는 날카롭게... 손석희만의 '색깔'이 나타났다

특파원 활동을 위해 일본에 머무르고 있던 손 앵커는 오직 <대담-문재인의 5년>을 위해 잠시 국내로 들어왔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청와대 내부에 있는 공간 구석구석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25일에 전파를 탄 1회에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검찰개혁' 문제, 그리고 임기 내내 비판을 피하지 못한 부동산 정책, 2년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된 코로나19, 지난달에 펼쳐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까지 주로 현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튿날 2회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외교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신구 권력 갈등 등의 이슈를 다루었다. 특히 2회 말미에 문 대통령이 1900년대 초에 지어진 전통 가옥 '침류각'에서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밝히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의 이야기도 많은 이슈가 됐지만, 화제성을 이끌어낸 것은 질문을 던진 손석희 전 앵커의 몫이 컸다. '손석희다운' 스타일로 부드럽게 대담을 진행하면서도 때로는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 25일에 방송된 JTBC 특집 <대담-문재인의 5년>

지난 25일에 방송된 JTBC 특집 <대담-문재인의 5년> ⓒ JTBC


특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을 놓고서는 정확하게 핵심을 짚어주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이 "유동성 증가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쉽게 빌려 부동산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히자 손 앵커는 이렇게 말했다.

"자금의 유동성 문제에는 코로나19가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아시는 것처럼 자금의 유동성은 그 이전부터 있었고 그것이 부동산 시장의 영향은 지대했다. 단지 코로나19에 의해서 부동산 가격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지 않을까."

또한 문 대통령이 OECD 국가별 실질주택가격 변동률을 근거로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 몇 년간 큰 화두였고 선거에도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순간 '정말 그럴까? 우리가 느끼는 것은 다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실 것 같다"고 말하면서 문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통계를 비교할 때 그런 맹점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부동산 문제만 놓고 이야기할 때 부동산이 우리의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보다 비교적 크기 때문에 큰 폭으로 올랐을 때 느끼는 위기감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5일에 방송된 JTBC 특집 <대담-문재인의 5년>

지난 25일에 방송된 JTBC 특집 <대담-문재인의 5년> ⓒ JTBC

 
이례적인 퇴임 전 특집 대담... 이런 방송 많아져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평가 등 민감한 사안이라고 느껴진 것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답변을 회피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은 손 앵커가 최대한 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대담-문재인의 5년>이 보여준 것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잘한 것만 언급하기보다는 아쉬웠던 점이나 부족했던 점도 함께 짚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칭찬이나 홍보를 위한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특정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솔직한 생각,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정책 등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사실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에서, 그것도 평일 밤 시간대에 이틀이나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대통령과의 대담을 특집으로 편성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드문 사례다. 일찌감치 JTBC가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가능한 방송이었고, 시청률과는 별개로 큰 화제성을 모았다. 방송 내용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어도 기획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을 마주하는 대중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를 놓치지 않은 게 바로 유튜브였다. 이번 대선에서 기성 언론보다 먼저 대선 후보들을 소개하면서 오히려 역으로 이 내용이 기성 언론으로 전해지는, 수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레거시 미디어'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이 레거시 미디어의 자리를 100%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JTBC의 이번 기획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진한 여운 혹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문 대통령 역시 더 많이 소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취임이나 퇴임 등 시기를 떠나서 이러한 방송이 많아져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된다'고 자신할 수 있을 것이다.
손석희 JTBC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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