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 '3점' 25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수원 KT 소닉붐의 경기. 3점 슛을 성공시킨 KGC 오세근이 기뻐하고 있다.

▲ 오세근 '3점' 25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수원 KT 소닉붐의 경기. 3점 슛을 성공시킨 KGC 오세근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선수들의 분전이 안양 KGC인삼공사에게 2연승을 선물했다. 4월 2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인삼공사는 수원 KT를 83-77로 제압했다.
 
1차전 패배 뒤 2, 3차전을 내리 승리한 KGC는 이제 1승만 더 거두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 반면 정규리그 2위 KT는 4강 직행의 어드밴티지를 살리지못하고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국내 선수들의 활약에서 차이가 갈렸다. KGC는 오세근이 양팀 최다인 28득점에 9리바운드를 곁들이며 맹활약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전성현도 4쿼터 결정적인 쐐기 3점포를 포함해 16득점으로 제몫을 다했다. 대릴 먼로는 16득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 문성곤은 9득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보탰다.
 
KT에서도 허훈이 17득점, 양홍석이 16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김동욱이 12점으로 분전했지만 KGC와의 결정적 차이는 승부처에서의 활약이었다.
 
양팀 모두 이번 4강 PO에서 외국인 선수 전력이 정상이 아니었다. KGC는 1옵션인 오마리 스펠맨이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내내 결장중이고, KT는 캐디 라렌과 마이크 마이어스가 동반 부진에 빠져있었다. 그나마 KGC는 2옵션 대릴 먼로가 더블-더블로 자기 몫을 다했지만, KT의 두 외인이 합쳐서 19점 16리바운드로 먼로 한 명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경기 막판에는 양팀 모두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만으로 승부를 펼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파울이 많았던 양팀의 외국인 선수들은 4쿼터 들어 KT의 마이어스, 라렌, KGC 먼로 순으로 줄줄이 5반칙 퇴장을 당했다. 경기 종료 1분 57초를 남기고 KGC가 78-74로 앞선 상황에서 코트에는 국내 선수들만 남았다.
 
승부처에서 KT는 하윤기가 결정적 자유투를 1개 놓치고 김동욱은 노마크 레이업을 잇달아 실패한 반면, KGC는 전성현이 80-77로 앞선 경기종료 13초를 남기고 수비를 달고 던진 3점 버저비터가 극적으로 림을 가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KT의 집중견제에 고전하던 전성현은 이날도 3점슛 14개를 시도하여 단 4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쳤지만 클러치타임에서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리며 해결사의 면모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KGC에는 스펠맨이 없어도 '외국인 선수급' 빅맨인 오세근이 있었다. 오세근에게는 '건세근'이라는 별명도 있다. '건강한 오세근'이라는 의미로, 몸상태가 건강할 때의 오세근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찬사와 함께, 한편으로는 부상 때문에 자주 결장하거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오세근의 커리어를 안타까워하는 양면적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
 
3차전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건세근의 위력이 돋보인 하루였다. 오세근은 1쿼터부터 적극적인 공격에 나서서 12점을 몰아넣으며 KGC가 32-18로 기선제압을 하는 데 앞장섰다. 오세근은 kt의 추격이 거세던 후반에도 고비바다 결정적인 득점을 올렸다.
 
KT가 3쿼터 막판 3점차까지 따라붙자 연이은 스텝백 중거리슛으로 3쿼터 마지막 득점과 4쿼터 첫 득점을 책임지며 점수차를 7점차로 벌렸다. 오세근은 이날 15개의 야투를 시도하여 무려 11개를 적중시켰고, 여기에서는 3점슛도 2개(2/3) 포함되어있었다.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몸싸움과 림프로텍팅으로 KT의 돌파 루트를 견제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서장훈-김주성-하승진으로 이어지는 KBL 최고의 국내 빅맨 계보를 잇는 오세근은 최근 몇 년간은 부침이 심했다. 데뷔 초기부터 따라붙은 잦은 부상에 이어 나이도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자연스럽게 신체능력이 하락했고, 후배들과 외국인 선수들에게 주역 자리를 내주고 조연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큰 경기에 강한 본능과 농구센스는 녹슬지 않아서 지난 시즌 KGC의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에도 에이스 제러드 설린저를 든든하게 뒷받침한 오세근이 있었기에 팀은 토종 빅맨 매치업과 골밑싸움에서 전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2022년 플레이오프에서 오세근은 다시 주역으로 돌아왔다. 설린저와 이재도가 떠나고 스펠맨은 부상에 허덕이며 전력이 약해진 KGC의 2연패 도전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회춘한 오세근이 오랜만에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외국인 선수급 활약을 선보이며 KGC는 6강플레이오프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스윕한 데 이어 정규리그 순위와 상대전적(2승 4패)에서 뒤졌던 KT를 상대로도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스펠맨의 공백은 KGC에게는 큰 손실이었지만 '오세근 활용법'에 있어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측면도 있다. 스펠맨은 패스 능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1대 1에 강한 '온볼 플레이어'다보니 오세근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면, 대릴 먼로는 팀플레이와 궃은 일에 더 뛰어난 블루워커에 가깝다. 오세근과 먼로가 펼치는 하이-로우 게임에서는 오세근의 강점인 중거리슛과 패싱능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KT가 정규리그에서 KGC에 우위를 점할수 있었던 데는 하윤기-양홍석같은 힘과 높이를 갖춘 장신 포워드들의 존재로 그나마 오세근을 가장 잘 견제할 수 있는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정규리그 1위 SK도 오세근을 막을 선수가 없기에 오히려 정규리그에서 유일하게 KGC에게만 2승 4패로 열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오세근이 사실상 1옵션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선보이며 KT의 국내 빅맨들을 압도하고 있어서 기존에 세워둔 계산이 무의미해졌다. KBL 역사상 가장 위력적이고 빅맨으로 평가받는 서장훈-김주성조차도 오세근의 나이 때까지 플레이오프에서 이 정도로 지배적인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KGC는 지난해 압도적으로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일각에서는 NBA급 선수였던 '설린저 빨'이라는 곱지않은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역할이 줄어들었음에도, 오세근을 비롯하여 문성곤-변준형-전성현-양희종 등 국내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셋의 벼랑 끝에 몰린 KT는 물론이고, 이미 챔프전에 선착한 SK도 KGC의 기세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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