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4월의 저녁,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구리아트홀은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주인공은 독보적인 개성을 지닌 한국의 얼터너티브/사이키델릭 록 밴드 쏜애플과 그들을 열렬히 환영한 관객들. 약 3년여 만에 펼친 공연에 보컬 윤성현을 비롯한 밴드 멤버들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라고 말했고 관객들도 그간 쌓인 목마름을 모두 날려버리는 양 열정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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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쏜애플1 쏜애플1 ⓒ 염동교

 
쏜애플은 차분하고 몽환적인 곡과 에너제틱한 록 넘버를 함께 보유했고 이는 공연 구성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조용히 전개되며 감정의 탑을 쌓다 터뜨리는 '서울'이나 "누가 나의 귀를 만지며 괜찮다고 등을 쓸어도 나는 날 좋아할 수가 없네"라는 독특한 가사로 시작하는 '로마네스크'로 밴드의 음악색을 구현했다. 번쩍이는 레이저가 무대와 관중석을 가로지르며 환각성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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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쏜애플2 쏜애플2 ⓒ 염동교

 
공연 중 멘트 때 윤성현이 공언한 '화끈하게 내달리는' 순서가 찾아왔다. 베이스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정규 1집 수록곡 '빨간 피터'와 영겁의 시간을 그린 듯한 8분여의 사이키델릭 록 '석류의 맛'이 이어졌다. 무대 중앙을 휘젓는 기타리스트 홍동균의 무대 매너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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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쏜애플3 쏜애플3 ⓒ 염동교

 
팬덤이 강한 밴드인 만큼 팬들의 반응이 대단했다. 박수면 박수, 떼창이면 떼창, 마치 교주와 신도들처럼 합이 척척 맞았다. 공연 후반엔 관객들이 마치 예전처럼 몸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며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하지 않는 에티켓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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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쏜애플4 쏜애플4 ⓒ 염동교

 
단 한 곡의 앙코르는 강렬했다. '시퍼런 봄'. 2집 <이상기후>에 수록된 에너지 넘치는 이 곡은 라이브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떼창을 유도하는 도입부 편곡부터 하늘 높이 치솟는 클라이맥스까지 피날레로 마땅한 퍼포먼스였다. 열화와 같은 또 한 번의 앙코르 요청에 윤성현은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했다. 쏜애플과의 100분엔 누적된 갈증의 해소와 공연 산업의 부활을 향한 희망이 공존했다.
쏜애플 구리문화재단 콘서트 구리아트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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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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