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원정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김종국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14-2로 대승을 거뒀다. 히어로즈와의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한 KIA는 이날 NC다이노스에게 1-2로 패하며 주간스윕이 무산된 KT위즈를 제치고 단독 6위로 올라섰다(9승10패).

KIA는 1회 1타점 희생플라이를 기록한 최형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9번 2루수로 올 시즌 첫 출전한 김규성은 2회 한현희로부터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KIA는 이날 7번 김석환을 제외한 선발타자 8명이 모두 안타를 때려냈지만 사실 이날 KIA의 영웅은 타선이 아닌 마운드에 있었다. 개막 직전까지 선발 합류조차 불투명했던 강속구 우완 한승혁이 7이닝2실점 호투로 무려 3년 6개월 만에 승리를 따낸 것이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2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키움을 14-2로 대파했다. KIA의 한승혁은 위기마다 땅볼과 뜬공을 유도하며 실점을 최소화해 3년 6개월 만에 선발승을 챙겼다. 사진은 KIA 타이거즈 우완 투수 한승혁.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2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키움을 14-2로 대파했다. KIA의 한승혁은 위기마다 땅볼과 뜬공을 유도하며 실점을 최소화해 3년 6개월 만에 선발승을 챙겼다. 사진은 KIA 타이거즈 우완 투수 한승혁. ⓒ KIA 타이거즈 제공

 
매년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던 강속구 유망주

흔히 특정 연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이 예약된 특급 유망주가 등장하면 그 해 신인 드래프트는 그 선수의 이름을 붙여 'xxx드래프트'로 불리기도 한다. '르브론 드래프트'로 불리던 2003년 NBA 신인 드래프트와 '스트라스버그 드래프트'로 불리던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김연경 드래프트'로 불리던 2005년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2011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는 흔히 '유창식 드래프트'로 불렸다. 광주일고의 유창식이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최고의 재능을 뽐내며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예약하고 있었고 실제 1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됐다(하지만 유창식은 2016년 승부조작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은퇴했다). 그리고 당시 신인들 중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며 신인 드래프트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선수가 바로 덕수고 우완 한승혁이었다.

하지만 당시 한승혁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며 '악마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계약했고 이 때문에 지명 순위가 전체 8순위까지 떨어졌다. 당초 예상보다 적은 1억8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KIA에 입단한 한승혁은 설상가상으로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루키 시즌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한승혁은 2012년 1군 무대에 데뷔해 17경기에 등판했지만 1패1홀드 평균자책점7.43으로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KIA팬들은 내심 '선동열 매직'으로 한승혁이 유망주의 껍질을 깨주길 기대했지만 한승혁은 2013년 승패 없이 4.74, 2014년 1승5패7.21, 2015년 2승6패6홀드5.46으로 기대했던 성장속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2012년과 2013년 20이닝도 채 던지지 못했던 한승혁이 2014년과 2015년에는 50이닝을 넘게 소화하며 조금씩 '영점'을 잡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KIA팬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한승혁은 2016년 36경기에 등판해 3승2패1세이브9홀드4.86의 성적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가장 유의미한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이듬 해 시범경기에서 시속 157km의 강속구를 뿌리며 9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프로 입단 7년 만에 1군투수로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한승혁은 KIA가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1승1패1세이브3홀드7.15로 부진했고 끝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시속 153km 강속구 앞세워 승리

한승혁은 2018년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그리고 19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21경기에서 88이닝을 던지며 7승3패5.83의 성적을 기록했다. KIA가 매년 양현종의 뒤를 받쳐줄 4~5선발의 활약이 아쉬웠기 때문에 한승혁이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아준다면 KIA의 전력에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 내전근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를 완주하지 못한 한승혁은 시즌 내내 재활만 하다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했다.

작년 8월 소집해제 후 팀에 합류한 한승혁은 5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8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4.56의 성적을 기록했다. 불 같은 강속구로 팬들을 설레게 했던 한승혁도 어느덧 프로 12년 차의 중견 선수가 됐고 사이드암 임기영과 신인왕 이의리가 있는 KIA의 선발 마운드에서 한승혁은 더 이상 중요한 유망주가 아니었다. 실제로 만30세가 된 한승혁의 올해 연봉은 여전히 5300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KIA는 임기영이 스프링캠프에서 내복사근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외국인투수 션 놀린 역시 시즌 첫 등판에서 타구가 팔꿈치에 맞는 부상을 당했다. 지난 7일 한화전에서 임시선발로 등판해 5.2이닝2실점(1자책)으로 좋은 투구를 선보였던 한승혁은 1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5이닝1실점으로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해냈다. 그리고 지난 23일 이민우가 트레이드되면서 한승혁은 또 한 번 선발진에 잔류했다.

24일 키움과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한 한승혁은 7회까지 95개의 공을 던졌고 7피안타1볼넷6탈삼진2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한승혁은 이날 시속 153km의 빠른 공을 중심으로 포크볼과 투심, 슬라이더, 커브를 적절하게 섞어 던지며 2018년 10월 10일 한화전 이후 무려 1292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치열한 선발 생존경쟁에서 김종국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음은 물론이다.

KIA는 놀린과 로니 윌리엄스, 양현종, 이의리가 선발 4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5선발 자리를 두고 임기영과 한승혁이 경쟁하고 있다. 내복사근 부상에서 많이 회복한 임기영은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투구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임기영의 복귀시기와 별개로 올 시즌 3번의 선발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 투구하며 2실점 이하로 막아낸 한승혁이 당장 선발진에서 내려올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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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한승혁 한슝쾅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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