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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9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2기 방송통신심위원회 취임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구종상 위원, 엄광석 위원, 박성희 위원, 권혁부 부위원장, 박만 위원장, 김택곤 상임위원, 장낙인 위원, 최찬묵 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1년 5월 9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2기 방송통신심위원회 취임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구종상 위원, 엄광석 위원, 박성희 위원, 권혁부 부위원장, 박만 위원장, 김택곤 상임위원, 장낙인 위원, 최찬묵 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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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2017년까지 당시 야당(민주당) 추천으로 2~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상임위원으로 활동한 장낙인 전 우석대 언론홍보학과 교수가 3월 <막장 방송? 막장 심의?>라는 책을 출간했다.

<막장 방송? 막장 심의?>는 회의록을 토대로 제2기 방심위에서 문제가 된 심의 사례에 대해 기록했다. 지난 15일 전북 전주에서 장낙인 교수를 만나 책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책을 쓴 소회가 있을까요?
"이명박근혜 시절을 '방송 수난 시절'이라고 얘기를 하죠. 특히 2011년에서 2014년 사이에 우리 방송사와 심의 역사에 '흑역사'로 기록될 만한 중요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이것들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그 당시 제2기 방심위원으로 심의 현장에 있어서 심의의 배경이나 회의 내용 등을 잘 알 수 있었고, 관련 자료도 어느 정도 갖고 있어서 회의록 중심으로 한 시대의 흑역사를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또 하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심의를 당한 방송인들이 있잖아요. 엄혹했던 방송 수난 시절에 방송심의의 대상이 되어 '의견 진술'이라는 걸 하러 방심위에 출석해 당당히 맞서 싸우다가 분노하고 좌절했을 방송인들의 모습을 이제는 흔적조차도 찾기 힘든 오래된 회의록 속에서 끄집어내어 다시 살려냈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 머리말에 보니 책을 쓴 이유 중 하나가 프로그램 심의 내용과 그와 관련된 법원 판결문을 정리해서 기록하는 걸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나오던데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왜 누군가 해야 되냐면, 심의 후 제재조치받은 방송사에서 방송 심의의 결과에 대해 불복해 '제재조치 취소소송' 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소송에서 이긴 사례들이 있죠. 그건 법원에 의해 심의가 정당하지 못했다란 판단을 받은 거예요.

무슨 이야기냐면 법원의 판결문이 결국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하는 지침서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또 심의하는 사람들도 이 판결문들이 있기 때문에 과거 같은 부당한 심의를 통해 방송프로그램을 제재할 수가 없다는 얘기죠. 때문에 심의 사례별 판결문을 누군가는 반드시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이명박 정권 때 방송 통제 형태의 심의 시작"
 
장낙인 전 우석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장낙인 전 우석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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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엔 시사 방송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나요?
"과거에는 방송위원회가 있었잖아요. 그때는 이 책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문제 있는 심의를 한 적이 없어요. 제대로 방송위원회가 돌아갔던 시절이고. 그리고 방통위 설치법이 만들어지면서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나누어졌잖아요.

2008년 이명박 정권 때 제1기 방심위부터 6대 3 구조에서 방송의 공적 책무 구현보다는 방송 통제 형태의 심의가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방송위원회 시절엔 이런 사례가 거의 없어요."

- 회의록을 다 읽어봐야 했을 텐데 어떠셨어요?
"심의하면서 중요한 내용 메모는 해놨는데, 다시 읽어보니 또 다른 맛이 나는 경우도 있고, 또 당시에 메모하지 않았던 것도 생각이 나는 경우도 있어서 책을 쓰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죠.

그 심각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면 안 되는데 그 당시의 상황이 기가 막혀서 처음 다시 읽을 때보다 두 번 세 번 읽으니까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회의록을 읽어보니 자화자찬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치열하게 잘 싸웠단 생각도 들어요. 물론 표결하면 맨날 졌지만요."

- 총 8부로 나눠져 있던데 기준이 있을까요?
" 제1부는 방심위 소개하는 것이고요. 제2부는 이런 거죠. 검사가 피의자를 기소해서 재판에 넘기잖아요. 그러려면 죄목이 있어야 되죠. 방심위의 심의 과정도 비슷하거든요, 죄목이 있어야 검사가 기소하고 재판이 이루어지잖아요. 그러나 죄목이 없이 심의한 황당한 사례 2개를 모아 놓은 것이에요. 심의 절차가 진행되었는데도 방송심의규정 몇 조를 위반했는지를 밝히지 못해서 '의결 결과에 따름'이라고 해놓은 거죠."

-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요?
"의결 결과에 따른다는 건 뭐냐면 심의위원들이 위반 조항 찾아 의결한 것에 따라 죄목 정하겠다는 거죠. 재판 얘기로 하면, 심의해달라는 민원은 고소‧고발, 방심위 사무처 담당 부서가 심의 안건을 만드는 것은 검찰의 기소 행위, 심의위원들이 심의하는 과정은 재판정에서 판사가 하는 역할과 같은 것이죠.

그런데 죄목을 못 정해서 '의결 결과에 따름'이라고 하면, 판사가 연구해서 죄목을 정해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게 말이 되는 얘기예요? 제2부의 제2장과 제3장은 그런 황당한 심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죠."

"제일 욕을 많이 얻어먹은 심의는 <무한도전> '독도'편"

- 그 다음장은 뭐가 있나요?
"제3부는 방심위가 '제재조치 취소소송'에서 패배한 사례들을 설명하고 판결문을 첨부한 것이고요. 그러니까 이것은 법원이 '방심위 심의는 잘못됐으니 제재 조치를 취소'하라고 공식적으로 판단을 한 거예요.

제4부는 2012년 MBC 노조가 180일 동안 파업했던 그 시절 MBC의 <뉴스데스크> 보도와 관련된 것인데, '보도의 객관성‧공정성‧방송사유화'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던 것으로 제가 '<뉴스데스크> 가짜 뉴스 3종 세트(?)'라고 이름을 붙여 모아놓은 거죠.

제5부는 당시의 대표적인 막장 방송이라 할 수 있는 사례들인데, '5·18 북한군 개입설' 방송과 그리고 제일 황당했던 '김대중이 김일성이 파견한 간첩이다'라고 채널A에 탈북자가 나와서 방송을 한 것을 묶어놓은 거죠. 특히 '김대중 간첩설'은 방송된 후 7개월 만에 심의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는데, 그동안 이런 내용이 방송되었다는 것을 심의위원회에서 아무도 몰랐어요."

-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알 수가 없어요. 당시 그 시간대의 채널A 시청률이 1.2%로 조사됐어요. 그렇다면 이게 소문이라도 나야 돼요. 그런데 7개월 동안 전혀 안 나온 거예요. 방송한 후 2달 이내에 심의해 달라고 민원이 안 들어오면 끝난 거죠. 하지만 놀랍게도 7개월 후에 민원이 들어왔어요."

- 교수님은 그거 알고 어떠셨어요?
"너무 황당한 거예요. 두 가지죠. 아무도 몰랐다는 것에 놀랐는데, 7개월 만에 이것을 심의해달라고 민원이 들어온 거죠. 그래서 더 놀란 거예요. 그거 누가 갖고 있었던 거죠. 누가 갖고 있는데 아무도 심의 안 올리고 아무 소리도 안 나와요. 그러니까 심의를 넣은 거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제8부는 그런 걸 묶어놓은 거예요."

- 드라마나 예능 심의는 안 했나요?
"시사 관련 사례들도 뺀 게 많거든요. 그러니 예능 쪽은 넣을 수가 없었죠. 하나 예를 들고 싶은 게 <무한도전>이죠. 머리말에도 그걸 썼는데 <무한도전> '독도'편 심의를 제2기 때 했어요. 그 심의는 정말 방심위가 생기고 나서 제일 욕을 많이 얻어먹은 심의일 거예요."

- 왜요?
"시사 관련 심의는 관심 있는 사람들만 알고 일반인들은 많이 알지 못했죠. 그런데 <무한도전>을 건드리면 전국의 <무한도전> 시청자들이 다 달라붙어요. <무한도전>이 간접 광고 위반으로 걸려서 심의한 게 있어요. 그때도 방심위 홈페이지에 난리가 났었죠. 근데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방통위와 방심위를 구별을 못해서 방심위 홈페이지에 와서 '방통위 XX들 죽여라!'라고 방통위 욕을 많이 했는데, <무한도전> '독도'편 심의할 때는 방통위와 방심위를 구별하더라고요."

"'심의 규정 몇조 위반이냐?'물었더니 '위반한 조항이 있을 겁니다'"

- 또 다른 거 있나요?
"웃기는 거 많죠. 방송 심의라는 건 방송된 내용에 대해 심의하는 거죠. 방송이 안 된 건 심의를 할 수 없어요. 방송한 내용 중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있다면 객관성 위반이 되는 거고, 반대되는 의견이 있지만 함께 다루지 않았다면 공정성 위반이 되는 것인데, 방송에 안 나온 거로 심의한 적이 있어요."

- 어떻게 심의했나요?
"젊은 남녀 대학생이 각자 부모한테 하룻밤 자고 오는 학과 MT를 간다고 속이고, 둘이 여행을 가요. 그리고 모텔에 들어가요. 둘이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눕는 장면이 나와요. 15세 이상 등급 방송이니까 야한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니었죠. 옷을 입고 침대에 눕는 장면이 나오고, 장면이 바뀌면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장면인데 옷은 잠옷인가로 바뀌어 있었어요. 그거 이외에는 보여준 게 없어요. 그런데 재밌는 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해서 제재해요."

- 회의록 보니 대부분 여권 추천이냐 야당 추천이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것 같던데, 그럴 거면 여야 추천 2명이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맞아요. 심의위원 9명을 둔 이유는 다양한 의견 가진 사람들이 심의하라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특히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심의할 때는 딱 둘로 갈라져요. 그러니까 한 명씩만 있어도 돼요. 그런데 두 명이 있으면 안 되겠죠. 표결해서 어느 한 쪽이 이겨야 되잖아요. 재밌는 게 우리 야당 추천위원은 셋이 다 발언해요. 근데 여권 추천위원 6명은 다 발언을 안 해요."

- 책에 나온 그런 부분만 여야로 갈리는지 아니면 모든 부분에서 갈리나요?
"95% 이상이 그렇게 갈리는 거예요. 연예 오락도 아까 얘기한 것처럼 보수 진보로 갈리지만 그래도 그거는 합의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얘기를 하다 보면 합의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시사‧교양 쪽은 합의가 거의 안 되는 부분이죠."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당 추천을 안 하면 돼요. 나는 방법은 모르겠고 예를 들면 시민이 추천한다는 방안을 내는 분들도 있죠."

- 책 제목이 막장 심의잖아요. 책에 소개된 사례 중 최고의 막장 심의를 꼽는다면 뭔가요?
"내가 판단할 때 가장 심한 건 '정율성'편 심의였죠. 앞에서 '의결 결과에 따름'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했는데, 이 프로그램 심의할 때 방심위 사무처가 이 프로그램이 위반한 심의 규정을 '의결 결과에 따름'이라고 했죠. 그래서 야당 추천 위원들이 그걸 따져요. '심의 규정 몇 조 위반이냐? 이걸 좀 밝혀 달라'고 해도 설명을 못 해요.

민원이 들어온 지 2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위원장이라는 분이 검사 출신인데 답변을 제대로 못 해요. 부위원장이라는 분은 방송소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데 '심의 규정 몇조 위반이냐?'라고 물었더니 '위반한 조항이 있을 겁니다'라고 해요. 이게 코미디도 아니고 말이 되는 얘기예요?"

"방송 수난 시절, 공적 책임 다하기 위해서 헌신했던 방송인들"
 
<막장 방송? 막장 심의?> 책 표지
 <막장 방송? 막장 심의?> 책 표지
ⓒ 꿈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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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정리하며 느끼는 게 있을 거 같아요.
"처음에 느낀 건 회의록을 다시 읽어보니까 열을 받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두 번째 읽을 때부터는 좀 웃음도 나오고. 이런 사람들하고 같이 3년을 보냈단 생각에 허탈하기도 했고요. 하나는 당시 여권 추천위원들이 행한 심의의 부당성을 밝히는 것, 또 반대로 우리 야당 추천위원들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잘 싸웠던 것을 밝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잘 안 알려진 게 있어요.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분들의 이야기요. 이분들이 만든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법원의 판결에 의해 입증이 된 것처럼 정말 부당하게 심의의 대상이 됐고 의견 진술이라는 걸 하러 방심위에 출석하게 됐죠. 그런데 이분들이 정말 당당하게 잘 싸웠어요.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제재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정말 당당하게 맞섰던 방송인들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컸어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분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그 참담했던 방송 수난 시절에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헌신했던 방송인들을 우리가 재인식하고 또 재평가하는 첫걸음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책에 꼭 넣고 싶었는데 지면의 제약 때문에 <무한도전> 심의 사례같이 통째로 뺄 수밖에 없었던 아쉽고 또 재미있는(?) 것들이 있어요. 심의할 그때도 '참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CBS의 하근찬씨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에서 국정원 관련 이야기하면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표현을 써요.

그런데 고난의 행군은 북한식 용어기 때문에 써서는 안 된다고 제재를 한 거예요. 이런 내용 뺀 거는 많이 아쉽죠. 심각한 주제는 아니지만, 당시 여권 추천위원들의 사고의 단편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사례들이고 독자들이 '픽'하고 웃을 수 있는 '양념' 같은 부분인데, 그런 것을 다 다루지 못해서 아쉽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책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방송심의 현장에서 벌어졌던 과거의 흑역사를 엮은 것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면 이 책의 내용이 과연 과거의 얘기로 끝날 수 있는 것인지죠.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책의 사례들이 정말 과거의 추억거리로만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방송심의 시스템을 올바로 작동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는 것이고요"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막장 방송? 막장 심의? - 제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장낙인 (지은이), 꿈아람(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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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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