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4개월만에 완전체 공연을 펼친 그룹 투애니원(왼쪽에서부터 박산다라, 씨엘, 공민지, 박봄)

6년 4개월만에 완전체 공연을 펼친 그룹 투애니원(왼쪽에서부터 박산다라, 씨엘, 공민지, 박봄) ⓒ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갈무리

 
투애니원(2NE1)이 돌아왔다. 17일(한국 시각), 그룹 투애니원(씨엘, 박봄, 박산다라, 공민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2022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의 무대에 올라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불렀다. 2016년 11월 그룹이 해체된 이후로는 약 5년 5개월, 2015년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에서 공연을 펼친 이후로는 6년 4개월 만의 귀환이다.

투애니원은 2009년 데뷔 이후 2세대 케이팝의 가장 중요한 아이콘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정형화된 걸그룹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걸크러쉬'와 힙합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들은 케이팝에 존재하지 않았던 걸그룹이었고, 지금도 쉽게 대체되지 않는 유형의 그룹이다. 'Fire'와 'I Don't Care', '내가 제일 잘 나가', 'CAN'T NOBODY', 'Come Back Home'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2014년 박봄이 약물 반입 관련 구설수에 휩싸이면서 팀의 활동은 뜸해졌고, 2016년 4월 공민지가 YG를 떠나면서 3인조가 되었다. 그해 11월 박봄 역시 팀을 떠나면서 그룹 해체가 공식화되었다. 

그러나 투애니원의 멤버들은 그룹이 해체된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재결합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룹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멤버들이 모인 모습을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그룹에 대한 그리움은 음악 활동에서도 묻어났다. 박봄의 솔로곡 '봄'에 박산다라가 랩 피쳐링을 했다. 씨엘의 'Let It'을 투애니원의 멤버들이 함께 부르기도 했다.

투애니원의 재결합은 미국의 음악 레이블 '88 RISING'의 특별 무대를 통해 펼쳐졌다. 88 Rising은 아시아계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레이블이다. 래퍼 리치 브라이언과 조지(Joji)를 비롯, 갓세븐 출신의 잭슨, 한국의 청하, 비비, 서리 등도 소속되어 있다. 88 RISING은 레이블 소속 뮤지션들 뿐 아니라, 쟁쟁한 게스트들을 여럿 초대했다. 타이거 JK와 함께 비비를 발굴한 윤미래는 비비의 무대에 등장해,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이팝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뮤지션 우타다 히카루 역시 등장해 명곡 'First Love'를 불렀다.

모두가 열광한 네 사람의 등장

쟁쟁한 게스트들 사이에서도 가장 많은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투애니원의 재결합이었다. 먼저 등장한 멤버는 게스트 공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씨엘이었다.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한 씨엘은 지난해 발표한 'SPICY'를 시작으로 '척(CHUCK)', 'Hello Bitches' 등을 연이어 불렀다.

씨엘이 단단한 랩과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끌어올려 놓았을 때즈음, '내가 제일 잘 나가'의 전주와 함께, 드라이 아이스 사이로 네 사람의 실루엣이 등장했다. 모두가 투애니원이 돌아왔음을 직감했다.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소식이었다. 투애니원의 네 명은 전성기 시절이 부럽지 않은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했다.

메인 댄서인 공민지의 움직임에서는 강한 힘이 뿜어졌고, 박봄 역시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긴 머리를 송곳처럼 높게 세운 박산다라의 개성은 여전히 파격적이었다. 박산다라가 격렬한 춤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신발 한짝이 날아가 버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88 RISING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한 투애니원은 수만 명의 관객을 등진 채 당당하게 카메라를 응시했고, 무대에서 퇴장했다.

6년 전, 투애니원과의 작별은 허무했다. 공민지와 씨엘은 과거 인터뷰에서 '그룹의 해체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전해 들었다'는 사실을 고백했던 바 있다. YG 엔터테인먼트가 케이팝 전설을 떠나 보내는 방식은 그룹이 만든 역사에 걸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보란 듯이 세계 최대의 뮤직 페스티벌인 코첼라에서 성대한 복귀를 선언했다. 이 공연이 단발성 이벤트일지, 투애니원의 새로운 출발점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올해 코첼라 페스티벌을 결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한편 코첼라 밸리 뮤직 & 아트 페스티벌은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 데에 이어, 오는 22일부터 24일에도 동일한 라인업으로 진행된다. 헤드라이너인 해리 스타일스, 빌리 아일리시,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와 위켄드를 비롯, 150팀 이상의 뮤지션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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