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 TV조선

 
흐르는 시간은 과연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해줄 수 있는가. 두 번의 이혼과 결혼을 겪고 담담하게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나한일과 유혜영, 고부갈등과 아들 문제 등 여전히 과거장선에 있는 일라이-지연수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각기 다른 여운을 남겼다. 4월 15일 방송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에서는 재회한 이혼 커플들의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야기는 첫날 저녁으로 돌아가 나한일은 소파에서 잠든 유혜영의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다가 휴대폰 카메라 사진으로 담고서는 오랫동안 지켜봤다. 잠시후 나한일은 잠에서 깬 유혜영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좀전에 촬영했던 사진을 보여주며 "앉아서 자는 모습을 처음봤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면서 "내가 속만 안 썩였으면 더 곱게 나이먹을 뻔했구나 싶었다"라는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러자 유혜영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더니 "곱게 늙었다는 말은 결국 늙었다는 이야기다"라고 조곤조곤 지적하며 나한일을 당황하게 했다.
 
재회 2일차, 나한일과 유혜영은 결혼 시절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34년 전은 8월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에 한복 결혼식을 올렸다. 유혜영은 "더웠던 건 해동검도 때문이었지 않냐. 체육관에서 결혼식을 해야된다 고집을 피워가지고"라고 폭로하며 또 나한일을 당황하게 했다. 나한일이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결혼식을 했지 않냐"고 포장하려 했지만 유혜영은 "사실 난 깔끔하고 시원한 예식장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이라고 고백했다.

유혜영은 갑자기 "웨딩드레스 한번 입어볼까? 리마인드 웨딩처럼"이라고 돌발제안을 했다. 나한일은 물론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들도 깜짝 놀랐다. 나한일이 "좀 생뚱맞네"라고 얼떨떨해하자 유혜영은 "그냥 생각해본 거다"라고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는 두 번째 결혼 시절로 접어들었다. 유혜영은 "그때도 정신없었다. 다시 잘해보자고 재혼했는데 자기는 변함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나한일은 고개를 숙이며 "왜 그렇게 변하지 않았지"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나한일은 유혜영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설회사-영화와 드라마 제작사-연예기획사 등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고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유혜영은 "속이 타들어갔다"라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고백했다. 나한일은 "가장 큰 게(이혼의 이유) 그거였어?"라고 질문했고, 유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정생활을 유지시키지 못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유혜영은 당시 정신적-경제적 어려움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겼던 사실을 고백했다.
 
나한일도 꼭 묻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한일은 조심스럽게 옥중이혼 이야기를 꺼냈다. "두 번째 이혼하러 법원에 갔을 때 만난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난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설마했는데 당신은 바로 이혼 사인을 하더라, 어떤 독한 마음을 먹었길래 그 정도까지 해야했는지 굉장히 궁금했다"고 그날의 충격을 고백했다.

유혜영은 나한일이 투자자들이 요구한 채무 문서에 서명을 했던 일을 결정적인 계기로 언급했다. 나한일은 "당신한테 피해가 갈까봐 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유혜영은 "나한테 논의를 했어야 했다. 그 결과도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 서명 때문에 당신이 개인적으로 갚아야 할 빚이 돼서 감옥에 들어갔던 거지 않냐"라고 지적했다.
 
나한일은 이마를 탁 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한일은 "나한테 문제가 있었다. 이혼의 원인제공을 했고, 그러면서도 당신과 대화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반성했다. 유혜영은 "대화로 차분히 하나씩 풀어나갔으면, 기본적인 것만 지켜줬다면 헤어질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나한일과 유혜영은 점심식사를 위하여 밖으로 나섰다. 하필 영하 5도의 날씨에 오픈형 야외식당을 선택하며 유혜영은 차가운 바닷바람에 오들오들 떨며 나한일을 타박했다. 나한일은 외투를 벗어서 유혜영의 어깨에 걸쳐주며 "다음에 이럴 일이 있으면 모든 코스를 다 써서 미리 제출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자, 유혜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냥 전화로 물어보면 되지않냐"고 답하여 마음이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나한일은 유혜영에게 처음 반했던 순간을 회했다. 유혜영이 톱모델로 한창 활약하던 시절 패션쇼에서 피날레 모델로 나선 모습을 처음 보고 꽃혔다고. 나한일은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 <무풍지대>에서 유혜영을 섭외하기 위하여 직접 연락했다는 캐스팅 비화를 고백했다.
 
유혜영은 "같이 촬영하면서 보니까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감으로 알겠더라"고 고백하며 "그런데 촬영할 때 항상 여기저기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더라. 그래서 '내 눈에 보이는 데 좀 있으라'고 이야기했다"며 결정적 시그널을 보낸 순간을 회상했다.
 
그러자 나한일은 바로 유혜영에게 약혼하자고 직진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그렇게 급하게 안 했으면 당신이 나하고 결혼했겠냐"고 이유를 밝히자 유혜영은 곧바로 "그때 안 했어야 해"라고 받아쳐서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유혜영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그냥 해본 소리였다. 결혼생활에 아쉬움이 있었으니까"라고 해명했고 나한일은 안도의 미소를 되찾았다.
 
나한일과 유혜영은 시간이 흐를수록 두 번 이혼한 커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미니카를 타고 함께 셀카를 찍으며 나름 즐거운 데이트를 보냈다.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와인을 마시며 한결 편안해진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유혜영은 평소 술을 안 마시는 나한일과 술자리를 가지게 된 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한일이 "오늘은 처음으로 술친구해주려고"라고 이야기하자 유혜영은 미소를 지으며 "내가 왜 술을 많이 마실까는 생각해보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유혜영은 "결혼하고 나서는 슬플 때 우울할 때 술을 마셨다"고 고백했고, 나한일은 "원인이 나였네"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나한일은 결혼 시절 유혜영이 종종 술기운을 빌려 자신의 속내를 격하게 털어놓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싫은 내색 안하고 술주정을 다 받아줬다는 나한일에게 유혜영은 "좀 안 받아줬어야 했다. 그래야 안 마시는 척이라도 하지"라며 미안함과 애증이 교차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나한일은 "그랬어야 해"라고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술기운이 오른 나한일과 유혜영은 숙소안 노래방을 찾았다. 나한일은 유혜영을 위하여 '낭만에 대하여'를 열창했지만, 유혜영은 "많이 변했다. 노래 잘하던 사람이 이렇게 못 해질 수도 있냐"고 짐짓 타박하면서도 "못 하는 게 더 재미있는 거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훌륭한 가수가 될 거다"라고 웃으며 나한일을 달래주는 밀당을 선보였다.
 
나한일은 "당신만을 위해서 노래 부른 게 처음이다"라고 밝히며 "같이 살면서 못해줬던 걸 조금이라도 해줄 수 있다는 게 기쁘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유혜영은 배시시 웃으며 "(이번 여행이) 그럭저럭 재밌네"라고 화답했다. 지나간 세월의 아픔마저도 넉넉한 여유와 웃음으로 승화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깊은 연륜에서만 우러나오는 여운을 자아냈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 TV조선

 
반면 11살 차이 연상연하 지연수와 일라이 커플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 한 채 살얼음같은 긴장감을 드러냈다. 지난주 방송분에서 살벌한 언쟁을 펼치며 대치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졌다.
 
지연수는 "이혼하니까 좋아?"라고 뼈있는 질문을 던졌다. 일라이는 "좋고 안 좋고가 없다"고 답했다. 지연수는 "네가 나를 쉽게 버렸다고 생각했다"고 밝히자 일라이는 "쉽게 버리지 않았다. 10년 동안 같이 살면서 먼저 내가 이혼하자고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지연수는 "이혼은 안 된다고 그렇게 매달렸었다"라고 서운함을 밝히자 일라이는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지연수는 아들 민수를 거론하며 "우리 둘이 행복하지 않아도 엄마-아빠가 있으면 아이가 행복하다. 다들 그렇게 산다. 5살짜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슬픈 일이다. 난 네가 필요했다"고 주장했고, 일라이는 "매일 싸우는 부모와 같이 있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혼이 확정된 마지막 법정에 일라이가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도 두 사람의 입장차이는 극명하게 갈렸다. 재판정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일라이에게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시간을 다 무시한 거다. 나까지 나가지 않으면 10년 세월의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너와 함께한 10년을 지우니 내가 없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일라이는 "나도 최선을 다했다. 우리 가족이 나한텐 전부였다. 가족을 위해서 일도 친구도 다 포기했다"고 밝히며 "나도 당신 많이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아내가 아니라 민수 엄마로서. 재판장 안 나가서 미안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 부모님이 힘들게 한 것도, 이제는 남남이고 다시 안 볼 사람들이니까.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고 이야기하며 "예전에 겪은 일은 경험으로 두고 앞으로는 당하지 말고 살아"라고 당부했다.
 
폭풍같은 첫날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두 사람은 다시 마주했다. 약간 부드러워진듯한 분위기는 지연수가 전 시부모님 이야기를 언급하며 다시 얼어붙었다. 지연수는 "너무 분해서 밤을 샜다"고 이야기하며 "너희 부모님은 우리의 이혼을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나를 사람으로 봐주지 않았다. 너는 그거에 대한 수고를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니까 그게 화가 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라이는 "수고한 건 나도 안다. 그래서 결혼생활 할 때도 미안하다, 이해해달라고 했지않냐"고 항변했다. 일라이는 시부모와 지연수 사이에서 아무리 중재를 위하여 노력해도 샌드백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지연수는 시부모가 자신과 일라이를 의도적으로 갈라놓으려 했다는 생각을 굽히지않았다. 과거의 사건과 대화에 대한 기억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부분이 많아서 두 사람은 점점 언성이 높아졌다.
 
또한 일라이는 한국에서 10년간의 아이돌 생활을 정리하고, 오직 가족을 위하여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던 과정, 그리고 경제적-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들을 고백했다. 일라이는 일본활동 당시 1년에 35번을 공연하고 얻은 수입이 고작 1500만 원이었다고 밝히며 "일 시켜달라고 구걸하면서 사는 게 창피하고 지쳤다.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않았다"며 화려한 아이돌 세계의 이면에 가려진 고충을 설명했다.
 
잠시후 일라이는 지연수에게 '감사의 돌'을 선물하며 조금씩 분위기를 풀었다. 이혼후 전 아내에게 주는 첫 선물이었다. 지연수도 처음으로 "고마워"라고 화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연수는 10년의 결혼 시절 동안 유일하게 떠오르는 행복한 순간으로 일라이가 복숭아를 잘라서 갖다주던 모습을 회상했다. "네가 잘라다주는 그 모습이 좋아서 밤이 되면 생각이 없어도 너한테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그 여름밤 냄새랑 우리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그때가 좋았나봐"라며 눈물을 흘렸다.
 
일라이는 긴 한숨을 내쉬며 "미안해"라고 고개를 숙였고, 지연수는 "나도 미안해. 내가 더 잘해주지 못해서"라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지연수는 "그냥 너무 좋았다. 이유도 없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없을 정도로.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모든 상항이 똑같다고 해도, 나는 너를 선택하고 사랑했을 것"이라고 마음속 깊은 감정을 고백하자, 일라이는 지연수를 포옹하며 격려했다. 일라이는 "민수는 내 가족이고 당신은 민수 엄마. 우리는 여전히 가족"이라고 지연수를 위로했다.
 
일라이와 지연수는 같은 소파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잠이 들었다. 일라이는 "오랜만에 옆에 연수가 있으니까 마음이 편했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많이 풀린 두 사람은 두 번째 드라이브에서는 전날과 달리 지연수가 일라이 옆의 조수석에 탑승하며 한결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대화를 나눴다. 이혼 후 오랜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며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사람은 문득 서로간의 공통된 화제가 아들 민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일라이는 2년간 못 본 아들과의 재회를 기대했다. 일라이가 "민수 보게 해줄 거냐?"고 묻자 지연수는 "민수한테 아빠가 왔다는 힌트를 준 적이 없어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곧 미국으로 다시 떠나야 할 아빠를 만나게 하는 게 아이에게 오히려 혼란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마침내 세 가족이 다시 재회한 모습이 그려졌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품에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일라이와 "아빠, 여기서 우리와 같이 살자"고 천진하게 이야기하는 아이의 고백이 시청자들의 뭉클한 여운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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