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승!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승리한 SS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SSG 랜더스 승!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승리한 SS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SSG가 2위 LG의 상승세를 꺾고 파죽의 개막 9연승을 내달렸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 랜더스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터트리며 4-1로 승리했다. 개막 8연승을 질주하던 SSG와 7승 1패를 기록중인 LG의 시즌 첫 시리즈로 화제를 모았던 잠실에서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SSG는 깔끔한 승리를 따내며 2위 LG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리고 선두를 질주했다(9승 무패).

SSG는 빅리그 90승에 빛나는 외국인투수 이반 노바가 7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로 KBO리그 첫 승을 따냈다. 타선에서는 2019년 트리플A 홈런왕 출신 케빈 크론이 4회 결승투런홈런을 터트렸고 한유섬도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올 시즌 김원형 감독으로부터 SSG의 마무리로 낙점된 김택형은 개막 후 6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5세이브를 챙기며 세이브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지옥 같은 제구력 가지고 있던 좌완 파이어볼러

야구계에서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유망주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순조롭게 성장할 경우 최고의 투수로 군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위와 제구를 겸비했던 송진우, 구대성 등은 한 시대를 풍미했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SSG),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도 한국야구의 현재진행형 레전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184cm 92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류현진의 인천 동산고 후배 김택형은 고교 시절 기대만큼 구속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썩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김택형의 연고팀이었던 SK 와이번스에서는 김택형이 아닌 대학 최고의 포수로 이름을 날리던 동국대의 이현석(SSG)을 1차지명으로 선택했다. 김택형은 계약금 1억 원을 받고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인 넥센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김택형은 2015년 3월 28일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김택형은 고졸신인으로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최초의 선수가 됐다(1983년 장호연부터 2013년 박준표까지 개막전에서 승리를 따낸 신인투수는 9명이나 있었지만 김택형을 제외하면 모두 대졸선수였다).

김택형은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활약하며 37경기에 등판했지만 4승 4패 2홀드 평균자책점7.91로 개막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년 차 시즌에서도 2승 2패 7홀드 7.62를 기록하던 김택형은 7월말 팔꿈치 부위에 통증을 느끼면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그리고 김택형은 이듬해 3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2017 시즌 역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것이 확실시됐다.

수술 후 재활에 매진하던 김택형은 2017년 5월 김성민과의 1:1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팀 SK로 이적했다. SK에서 수술 후 안식년을 보내던 김광현과 함께 재활프로그램을 소화한 김택형은 2018년 9월 마운드에 복귀해 14경기에서 1승 2패 2홀드 7.71의 성적을 기록했다. 김택형은 2018년 가을야구에서도 SK의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7경기에 등판하면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반지를 얻었다.

상대에게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마무리로 성장
 
SSG 마무리 김택형 3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과 SSG의 시범경기. 9회말 교체 투입된 SSG 김택형이 역투하고 있다.

▲ SSG 마무리 김택형 3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과 SSG의 시범경기. 9회말 교체 투입된 SSG 김택형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26경기에서 2승 1패 2홀드 5.79로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김택형은 2020년 다시 31경기에서 1승 3패 3홀드 8.61로 부진했다. 넥센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되던 고질적인 제구불안이 프로 6년 차가 된 후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김택형은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1군에서 믿고 내보내기 불안한 SK 그리고 KBO리그의 실패한 유망주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김택형은 팀명이 와이번스에서 랜더스로 바뀐 후 등번호를 넥센 시절에 쓰던 43번으로 바꾸고 현역 시절의 구대성처럼 공을 감추는 투구폼으로 변화를 줬다.  그리고 작년 시즌 59경기에 등판한 김택형은 75.1이닝을 소화하면서 5승 1패 7세이브 4홀드 2.39로 일취월장한 기량을 발휘하며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실제로 추격조로 시즌을 시작한 김택형은 시즌 중반 필승조를 거쳐 9월부터는 랜더스의 마무리 역할을 담당했다.

작년 3000만 원에 불과하던 연봉이 1억 2500만 원(316.7% 인상)으로 수직상승한 김택형은 김원형 감독으로부터 올 시즌 SSG의 마무리 투수로 낙점 받았다. 물론 작년 시즌 마무리를 맡은 두 달 동안 1승 1패 7세이브 1.33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지만 시즌 초반부터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로 김택형은 시범경기에서 1승 1패 1세이브 6.43으로 부진하며 김원형 감독과 SSG팬들을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김택형은 시즌이 개막하자 초보 마무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LG의 고우석과 함께 세이브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일 NC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 1이닝을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던 김택형은 이후 5경기에서 연속으로 세이브를 적립했다. 김택형은 12일 LG전에서도 홍창기와 문보경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2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유강남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SSG는 김택형이 마무리 투수로 뒷문을 완벽히 지켜 주면서 서진용을 중심으로 박민호, 장지훈으로 구성된 필승조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시즌 중반 핵심 선발투수 박종훈과 문승원이 복귀한다면 SSG의 마운드는 다시 한 번 더 좋은 쪽으로 교통정리를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공만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가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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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SG 랜더스 김택형 마무리 투수 좌완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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