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펼쳐진 신세계·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의 모습.

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펼쳐진 신세계·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의 모습. ⓒ 박장식

 
지난 11일 성황리에 치러진 결승전 끝에 마무리 된 2022 신세계·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최근 몇 년간 치러진 고교야구 대회와는 무언가 많이 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막혔던 것이 다시 돌아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였다.

'디테일'이 그랬다. 최근 몇 년간 고교야구 전국대회는 전국대회라기보다는 '주말리그'의 연장선 같았다. 주말리그 성적에 따라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달라지고, 우승의 순간이야 환호하더라도 '우승', '준우승'이라는 성적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프로야구가 발전하는 동안 고교야구는 제자리에 머무른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신세계·이마트배는 많이 달랐다. 우승팀과 준우승 등 4강 고지를 밟은 팀에 상금과 야구용품을 지원하는 한편, 프로야구 못지 않은 결승전 운영을 통해 많은 관중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대회를 치러낼 수 있었다. 첫 술에 배부르냐는 말을 하곤 하지만, 이 대회만큼은 첫 술부터가 너무나도 달랐다.

고교야구의 맛, 제대로 씹을 수 있었다

고교야구 전국대회는 이른바 '주말리그 왕중왕전' 체제로 10년 가까이 굳어 왔다. 주말리그의 성적에 따라 대회 출전여부를 가늠하곤 했다. 물론 권역별로 치러지는 주말리그에서 전반기 1위를 차지하는 학교는 황금사자기와 청룡기에 모두 참가할 수 있는 혜택이 있었지만, 다른 학교들은 둘 중 한 대회에만 출전하곤 해야 했다.

그나마 모든 학교가 참가하는 대회로는 종전의 '봉황대기'가 있었지만, 봉황대기 역시 주전으로 출전하는 고등학교 3학년 선수들의 프로 지명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열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학교들이 선수들을 100%의 기량 속에 참가하게끔 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계·이마트배는 달랐다. 후반기 주말리그의 결과에 따라 대통령배와 출전 학교를 나눠갖는 협회장기의 시스템을 가져오는 대신, 협회장기를 더욱 확장해 '봄의 야구 제전'이라는 확실한 아아덴디티를 만들어냈다. 참가 대상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된 모든 학교로 크게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펼쳐진 신세계·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관중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펼쳐진 신세계·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관중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 박장식

 
88개의 학교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대회는 장관이었다. 18일이라는 긴 기간동안 대회가 거행되면서 우승권이라고 평가받던 강호가 다른 강호에게, 또는 약체로 평가받던 팀에게 일격을 당하는 일도 많아 이변의 맛을 야구 팬들에게 주었고, 산전수전을 다 거치며 학교가 올라오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못잖았던 결승전의 묘미

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펼쳐진 결승전 역시 특별했다. 일단 선수들에게 익숙할 목동야구장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그랬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못지 않은, 어쩌면 의미가 더욱 깊은 사전 행사도 진행되어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감동을, 팬들에게는 전략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고교 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는 문학야구장 내에 마련된 클럽하우스와 라커룸을 탐방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선배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의 모습, 그리고 클럽하우스의 모습을 통해 선수들에게는 더욱 프로야구에 대한 꿈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감독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여느 프로야구 경기 이전과 비슷한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결승전에 나선 양팀 감독은 결승전 전략 등을 팬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교야구를 지켜볼 팬들에게 관심을 끌어올린 경기 전 인터뷰는 대회 직전 프로야구 못잖은 양질의 기사 역시 나올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물론 야구장의 환경이 프로에 맞추어져 있기에 볼 수 있는 웃지 못할 장면도 있었다. 결승전에서 수비를 보던 내야수가 공이 튀어오르는 바운드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탓에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경기장이었기에 선수들이 투구하고, 경기를 펼치는 데에는 모든 환경에서 더욱 나았던 결승전이었다.
 
 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열린 신세계·이마트배 결승전 시상식의 모습.

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열린 신세계·이마트배 결승전 시상식의 모습. ⓒ 박장식

 
시상식 역시 특별했다. 한국시리즈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시상대가 마련되어 선수들의 기쁨을 더했고, 우승팀 북일고 선수들이 환호할 때는 축포가 터지며 꽃가루가 날리기도 했다. 

사실 꽃가루보다 더욱 좋은 혜택은 '상금'이었다. 이번 신세계·이마트배에서는 총 1억 원의 상금이 선수들에게 나누어진다. 일부는 장학금으로, 일부는 야구 용품으로 지급되는 상금은 '명예'만으로 이어져왔던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던 경기로 기억될 테다.

내년, 내후년이 더욱 기대되는 신세계·이마트배

현장 관계자가 살짝 일러준 신세계·이마트배 결승전 당일 입장한 관중은 2500명 정도. 월요일에 열려 관중몰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프로야구 관중보다 더욱 많은 응원객이 들어선 가운데 치러진 고교야구 결승전이었기에 '고교야구의 부활'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하다.

그렇기에 내년, 어쩌면 그 이후의 신세계·이마트배가 더욱 기대된다. 앞으로의 신세계·이마트배에서는 더욱 많은 관중이, 더욱 '허슬 플레이'를 펼치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매력에 푹 빠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일본의 고교야구 전국 대항전인 '고시엔'을 한국에서도 신세계·이마트배를 통해 표현하고 싶다는 싶다는 관계자들의 목표 역시 이뤄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올해도 더욱 많은 대회가 남았다. 앞으로 열리게 될 고교야구 전국대회의 주최를 맡은 신문사들이 올해의 대회를 단순히 '정례적인 대회'가 아니라, 신세계·이마트배 못지 않은 경쟁력으로 대회를 운영해주길 바란다. 고교야구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를 더욱 많은 야구 팬 앞에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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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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