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며 인기가 높아진 데이팅앱에 출몰해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미끼남녀'들과 의문의 사이트. 그 정체는 무엇일까.

4월 9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1301회에서는 '미끼남의 은밀한 유혹 – 데이팅앱 사기사건' 편을 다뤘다. 데이팅앱을 활용한 신종 사기 범죄와 사이버머니 환전사기 수법및 실태를 조명했다.
 
피해자 여성들은 데이팅앱을 통하여 만난 한 남자에게 로맨틱한 호감을 느꼈다. '골드스푼'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던 남자는 완벽한 외모와 매너, 재력까지 갖췄고, 여성들은 평범하게 다가와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는 남자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끌렸다.
 
그런데 여성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행을 맞이했다. 남자는 아직 한번도 실제로 만난 적이 없었던 그녀들에게 공통적으로 거액의 돈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여성들은 좋아하는 남자를 잠시 돕는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그의 돈을 찾은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돈이 사라진 것이었다. 여자들은 졸지에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됐고, 남자는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
 
제작진은 피해자들의 제보를 통하여 해당 남성이 동일인임을 알아내고 사진을 바탕으로 SNS에서 남성을 찾아냈다. 그런데 제작진이 찾아낸 장성호씨는 사진이 본인이 맞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여자들에게 2천만원을 주겠다고 접근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정했다. 장씨는 자신이 사진도용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제가 한 일이 아닌데 제가 욕을 먹고 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다른 남성인 이상우씨 역시 데이팅앱에서 사진 도용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았다.
 
MZ세대 사이에서 손쉽게 친구나 연인을 찾을 수 있는 창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팅 앱은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여 사용자가 크게 증가했다. 장씨는 1년 전부터 데이팅앱 피해자들로부터 '그 남자'로 착각받고 수많은 항의메일과 메시지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피해 규모는 작게는 수백만 원에서 크게는 억대에 이르렀다. 채팅방에서 이성들을 상대로 수상한 제의를 하는 사람들을 속칭 '미끼남'이라고 불렀다.
 
미끼남은 훈훈한 이미지나 외모를 활용하여 여성들의 환심을 사고 돈을 입금하게끔 유도하는 유인책이다. 한 여성과 가까워지면 여러 이성과의 만남이 열려있는 데이팅앱에서 둘만의 대화가 가능한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를 이동한다. 미끼남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를 핑계로 추후에 만남을 약속한다는 것도 공통된 패턴이었다. 그리고 첫 만남을 앞두고 고민이 있다며 화두를 던지고, 여성들이 그 말에 반응하는 순간 미끼를 물게 되는 것.
 
미끼남은 어릴 때 가입한 성인채팅 사이트에 잘못 충전한 포인트가 소멸직전이라 현금화를 하지 않으면 수천만 원의 돈을 잃게 된다고 여성들에게 호소했다. 여성들은 여자밖에 환전이 안 된다는 남자의 설명을 그대로 믿었고, 당장 내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니 조금만 도와주면 남자가 곤란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호의를 베풀었다.
 
미끼남은 수천만 원에 이르는 사이버머니를 여성들에게 넘겨주고 현금으로 대신 환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포인트가 온전히 여성에게 넘어가는 순간, 돈 문제는 온전히 해당 여성과 사이트간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이트에서는 환전을 위한 등업을 위한 서비스 패키지 등록, 보증금, 계좌등록 오류, 다양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요구했고, 피해자들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이트 상담원은 의심하는 피해자들에게 은행과 금융감독원 조사 등을 내세우며 은근히 협박했다. 미끼남은 피해자들에게 태도가 달라지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거나 조롱하기도 했다.
 
김미영 진술분석 전문가는 "고도의 사기꾼들의 쓰는 수법이 모든 상황을 본인이 통제하면서 정작 피해자들이 선택과 결정을 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골적인 요구나 강압이 아니라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것.
 
피해자들은 모두 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자기 스스로에 대한 환멸감이 들었다." "일도 못하고 잠도 못자고, 돈 들어오기를 기다리는게 너무 초조하다. 대화 내용을 다시 들여다보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는 피해자들의 고백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제작진은 직접 미끼남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미끼남들은 이전 피해자들과 비슷한 패턴으로 성인채팅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 제작진이 직접 연락을 시도하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체가 드러났음을 눈치챈 미끼남들은 대화방에서의 다정다감한 모습 대신 불량한 태도와 말투로 본색을 드러냈다.

관련 업계에 종사했다는 제보자는 "옛날의 사기 토토 수법들이 남자가 여자 유인하는 걸로 바뀐 것이다. 멘트만 달라진 것뿐 본질과 방식은 똑같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어린 친구도 많고 휴대전화를 10-20개를 가지고 있다. 일주일씩 공을 들여야하는 작업이고, 걔네들은 남들 신경도 안 쓰고 영혼을 빨아먹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한 제보자가 전한 미끼남과의 대화 내용을 보면 "사기꾼도 직업"이라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미끼남과 채팅 환전 사이트는 어떤 관계일까. 또한 채팅 환전 사이트의 실체는 무엇일까. 제작진은 관련 업계를 잘 아는 사이트 개발자와 함께 제보자들이 피해를 봤던 채팅 환전 사이트의 환경을 분석했다. 해당 사이트는 위조된 사업자 등록증과 신분증, 여러 가지 기술적 트릭 등으로 사이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다. 심지어 위조된 신분증에는 과거 데이팅앱 사기 피해자가 신분증이 도용되어 또다른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미끼남이 있는 것처럼 미끼녀도 있었다. 미끼녀가 안내한 사이트의 상담원이 돈을 송금하려고 보내준 계좌번호는 확인 결과 이미 중고거래 사기에 이용되어 여러 건의 피해제보가 등록된 계좌였다.

제작진은 해당 계좌를 추적한 결과 계좌주 강씨를 만났고 사이트와 상관이 없는 일반인 계좌가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강씨는 사업 때문에 대출사이트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자신의 계좌가 사기범죄의 대포통장으로 악용되고 있었던 것. 강씨외에도 계좌를 도용당한 대포통장 피해자가 많았고, 이로 인하여 계좌추적만으로는 사이트 운영자를 추적하는게 불가능했다.
 
장준원 전 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다. 여러 가지 기술이 있는데 대포통장, SNS를 통한 타깃 선정, 대화 사이트 운영, 마케팅같은 시나리오 기획 등 여러 가지 인프라를 감안할 때 개인이 하기는 힘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작진은 관련 제보자로부터 한 채팅 사이트의 관리자 계정 정보를 제공받았다. 여러 피해자들을 상대로 채팅방을 만들고 대화를 한 사람은 모두 같은 아이디였다. 전문가는 사이트의 메뉴를 분석하며 '루적머니'라는 문구에서 중국 조선족들에게서 많이 쓰이는 표현임을 찾아냈다.

관련 사이트들에서는 거래내역과 도용된 피해자들의 사진들이 있었고, 특히 찍어내듯 비슷한 메뉴와 내용들로 꾸며진 사이트들이 다수 발견됐다. 김기홍 IT 보안전문가는 "소스 코드를 분석한 결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능 자체가 완벽하게 동일하다. 이건 같은 사람이 다른 도메인으로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작진이 분석한 채팅사이트는 80여 개가 넘었지만 모두 동일한 조직에서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작진은 도메인에서 찾아낸 이메일을 추적한 결과 불법 성매매와 성인물 동영상 관련 사이트 개설 이력이 다수 확인됐다. 전문가는 "나라나 통신망에서 불법적인 IP나 도메인을 식별하여 차단해도, 또다른 새로운 도메인 주소를 만들어서 IP, 서버도 옮겨다니면서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팅환전사이트 관리자들의 접속 위치는 해외로 나타났지만, 미끼꾼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확인됐다. 지난 달에는 채팅환전사기에 이용된 통장 추적 과정에서 약 340개의 대포통장을 중국 범죄조직에 제공한 일당이 적발되었고 피해액만 약 140억이었다. 이들은 중국 보이스피싱과 메신저 사기조직의 피해금을 인출-송금했는데 그중에는 채팅환전사기 피해자들의 돈도 포함되어있었다. 이미 채팅환전사기 피해의 규모가 개인의 피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증거다.
 
보이스피싱은 그 사회적 심각성이 많이 알려진 데 비하여 채팅환전 사기는 아직 사적인 문제로만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들은 잘못된 현금 인출을 막을수 있는 조치를 원해도 경찰에서 제도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사연을 고백하여 답답함을 호소했다. 통신사기 환급법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처럼 통신상의 타인을 기망-공갈한 경우 계좌지급정지가 가능하지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는 것.
 
장서연 변호사는 "채팅환전 사이트는 가상의 사이트를 만들고 가상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서는 '재화의 공급을 제공하는 가장하는 행위'로 보여진다. 몰른 그건 현금화할수도 사용할 수도 없는 포인트다. 완전 다 가짜"라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데이팅앱을 통한 환전사기 사이트의 경우, 사이버머니가 재화로 인정되어 법의 보호를 받지못한다는 것. 법의 빈틈을 노려서 설계된 진화된 사기 범죄인 셈이다. 장 변호사는 "이 단서 조항에 변경이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는 지급 정지를 다할수 있게끔 법이 변경이 되지않는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이버피싱 범죄가 진화되는 만큼 법적 보호장치가 그에 맞춰 치밀하게 발전해야한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사기 조직의 수법이 다양화되고 있다. 중고나라 사기만 하는게 보이스피싱,채팅방 사기도 한다. 조직에 의해서 집단적으로 행해지는 명백한 사기에 대해서는 지급정지를 당연히 확대해야 피해자를 보호할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성균 사이버경찰 수사과 경감은 "사이버 범죄를 다중사기 피해로 정의해서 집중단속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하면서 "신속한 수사를 위한 입법절차를 위해서는 입법 정책자들의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로맨스 스캠, 채팅환전 사기 등 빠르게 늘어나는 신종범죄에 대하여 수사 당국에서는 아직 별도의 통계조차 없는 실정. 사기범죄가 진화하는 속도를 제도도 수사로 따라가지못하고 있는 것. 피해자들을 향해 바보같이 속지말라고 탓하기 전에, 범죄자들을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하여 '속이지말라'고 엄중한 경고를 내리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그알 데이팅앱 채팅환전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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