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날의 축구장, 6759명의 홈팬들은 멋진 역전승을 이끌어낸 울산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활짝 웃었다. 이동준을 독일로 떠나보낸 울산 팬들이 걱정했던 빠른 공격을 새로 온 엄원상이 시원하게 열어주고 있기에 그 기쁨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교체 선수로 들어온 엄원상은 바코의 역전 결승골 도움 기록도 모자라 후반전 추가 시간에 쐐기골을 터뜨리며 3게임 연속골 휘파람을 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9일 오후 4시 30분 울산 문수구장에서 벌어진 2022 K리그 1 대구 FC와의 홈 게임에서 3-1로 멋진 역전승을 거두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켜 우승의 꿈을 점점 키워내고 있다.

엄원상, 신명나게 달렸다

홈 팀 울산은 꽤 이른 시간인 7분에 페널티킥 골을 내주고 흔들렸다. 대구 FC의 베테랑 날개 공격수 이근호의 역습 질주를 설영우가 막다가 밀기 반칙을 저지른 것이었다. 대구 FC의 새 골잡이 제카는 K리그 최고의 골키퍼 조현우를 앞에 두고 경쾌한 깡총 스텝을 밟으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굴려 넣었다.

하지만 울산 벤치는 조급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U22 규정에 해당하는 김민준 대신 엄원상을 26분에 들여보낸 것이 눈에 띄는 조치였지만 일본인 미드필더 아마노 준을 중심에 두고 박용우와 이규성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었기에 울산 특유의 정교한 패스 플레이는 점점 그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왼발잡이 미드필더 아마노 준을 데려온 이유를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울산의 이 게임 패스 성공률은 87.5%(520/594개)로 대구 FC의 71.3%(177/248개)와 단순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을 보여줬다. 부상으로 빠진 세징야의 빈 자리를 감안하더라도 대구 FC의 패스 성공 숫자 177보다 3배 가까이 되는 520개의 패스를 성공시킨 것은 완벽한 역전승 시나리오의 근간을 확인시켜 주었다. 울산의 중앙 지역 패스 300개(57.7%), 단거리 패스 312개(60%)와 대구 FC의 중앙 지역 패스 89개(50.3%), 단거리 패스 93개(52.5%)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홈 팀의 역전승 시나리오는 후반전에 본격화됐다. 54분에 핵심 미드필더 아마노 준의 완벽한 왼발 프리킥 골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대구 FC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바로 밖에서 자신이 얻어낸 직접 프리킥 기회를 아마노 준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틀림없이 보여준 것이다.

흐름을 넘겨준 대구 FC가 다시 달아날 수 있는 절호의 추가골 기회를 68분에 잡았지만 오른쪽 윙백 황재원의 오른발 대각선 슛이 울산 현대 골문 오른쪽 기둥 하단을 때리고 나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위기를 넘긴 울산은 77분에 역전 결승골을 멋지게 뽑아냈다. 아마노 준의 스루 패스를 받은 엄원상이 특유의 빠른 대각선 드리블 속도를 높일 때 바로 옆에 있던 바코가 달려들어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정확도 높은 울산의 단거리 패스가 어떤 위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그로부터 2분 뒤에도 엄원상의 과감한 대각선 드리블은 울산 홈팬들을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게 했다. 그의 오른발 슛이 전 울산 골키퍼였던 오승훈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지만 대구 FC가 자랑하는 수비수 김진혁과 홍철 사이를 빠져나가는 엄원상의 팬텀 드리블은 압권이었다.

울산의 새 날개 엄원상은 끝내 3게임 연속골 기록을 후반전 추가 시간에 찍어냈다. 레오나르도의 역습 오픈 패스를 바코가 받아서 휘저을 때 위험 지역으로 파고든 엄원상이 침착하게 방향을 바꿔놓고 완벽한 오른발 대각선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지난 2일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게임(인천 유나이티드 1-1 울산 현대)부터 시작한 엄원상의 연속골 기록은 5일(화)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어웨이 게임 2-1 결승골에 이어 대구 FC와의 이번 게임 3-1 쐐기골까지 이어졌다. 봄날의 K리그, 물이 제대로 올랐다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엄원상의 믿음직스러운 뒷모습으로 이 게임은 끝났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동아시아 지역 조별리그가 시작되는 바람에 K리그 1은 어린이날(5월 5일, 목)에 맞춰 돌아온다. 선두 울산은 5월 5일 오후 4시 30분 빅 버드로 들어가 11위 수원 블루윙즈를 만나며, 8위까지 내려간 대구 FC도 같은 시각 스틸야드로 찾아가 3위 포항 스틸러스를 만난다.

2022 K리그 1 결과(9일 오후 4시 30분, 울산 문수)

★ 울산 현대 3-1 대구 FC [득점 : 아마노 준(54분), 바코(77분,도움-엄원상), 엄원상(90+1분) / 제카(7분,PK)]

울산 현대 선수들
FW : 레오나르도
AMF : 바코, 아마노 준, 김민준(26분↔엄원상)
DMF : 박용우(70분↔고명진), 이규성(46분↔윤일록)
DF : 설영우, 김영권, 임종은, 김태환
GK : 조현우

대구 FC 선수들
FW : 이근호(88분↔정치인), 제카, 라마스(79분↔안용우)
MF : 홍철, 김희승(79분↔이용래), 이진용(88분↔오후성), 황재원(85분↔장성원)
DF : 김진혁, 홍정운, 정태욱
GK : 오승훈

◇ 2022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3점 7승 2무 15득점 5실점 +10
2 인천 유나이티드 FC 17점 5승 2무 1패 8득점 4실점 +4
3 포항 스틸러스 14점 4승 2무 2패 11득점 7실점 +4
4 전북 현대 14점 4승 2무 3패 10득점 7실점 +3
5 김천 상무 12점 3승 3무 2패 10득점 6실점 +4
6 제주 유나이티드 12점 3승 3무 2패 6득점 6실점 0
7 강원 FC 9점 2승 3무 3패 9득점 9실점 0
8 대구 FC 8점 2승 2무 5패 10득점 15실점 -5
9 수원 FC 7점 2승 1무 5패 10득점 13실점 -3
10 FC 서울 7점 1승 4무 3패 8득점 10실점 -2
11 수원 블루윙즈 7점 1승 4무 3패 7득점 9실점 -2
12 성남 FC 5점 1승 2무 6패 7득점 20실점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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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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