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명승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대한항공, 그리고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였다.

대한항공은 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2(25-22, 22-25, 26-24, 19-25, 23-21)로 꺾고 두 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득점 이후 기뻐하고 있는 대한항공 선수들

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득점 이후 기뻐하고 있는 대한항공 선수들 ⓒ 유준상


1세트부터 거듭된 접전...3시간 훌쩍 넘게 진행됐다

1세트 기선제압에 성공한 것은 대한항공이었다. 정지석의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상대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 놓았고, KB손해보험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링컨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3점 차로 1세트를 가져갔다.

이에 질세라 KB손해보험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2세트 초반 7-11로 끌려가다가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의 득점으로 차근차근 쫓아가더니 박진우의 블로킹으로 마침내 균형을 맞췄다. 20점 고지를 밟은 이후에도 두 팀이 시소게임을 이어간 가운데, C속공을 성공시킨 김정호의 득점으로 2세트가 마무리됐다.
 
 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3세트 심판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한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

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3세트 심판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한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 ⓒ 유준상

 
3세트는 양 팀 모두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했다. 특히 13-12로 대한항공이 한 점 앞서던 상황에서 케이타의 오버넷이 지적되자 후인정 감독을 비롯해 KB손해보험 벤치에서 강하게 항의했고, 포히트에 대한 비디오 판독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한 차례의 듀스 접전 끝에 케이타와 김홍정의 득점으로 3세트를 매듭지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벼랑 끝에 몰린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활약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정지석은 4세트에만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무려 10득점을 기록,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교체 투입된 임동혁이 블로킹 득점으로 4세트를 끝내면서 홈 팬들을 열광케 했다.

운명의 5세트, KB손해보험이 12-9로 리드할 때만 해도 창단 첫 우승이 조금씩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3연속 득점을 올린 대한항공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두 팀의 승부는 듀스까지 이어졌다.

지쳐가던 케이타에게 계속 공을 건넨 KB손해보험과 달리 다양한 공격 루트로 상대를 압박한 대한항공은 21-21에서 케이타의 서브범실 이후 '베테랑' 곽승석이 블로킹으로 3시간 넘는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웜업존에 있던 선수들도 모두 뛰쳐나와 통합 2연패를 자축했다.
 
 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우승 확정 이후 환호하고 있는 대한항공 선수들

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우승 확정 이후 환호하고 있는 대한항공 선수들 ⓒ 유준상


'원 팀'으로 싸운 대한항공, 케이타 원맨쇼를 막아세웠다

경기가 끝난 직후 코트에 드러누운 케이타는 꽤 긴 시간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상대 팀 선수들까지 넘어와서 케이타에게 위로를 건넸지만,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허망함이 컸다. 두 팀 선수단이 인사를 나누고 네트가 정리된 이후에야 자리를 옮겼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57득점을 책임졌고, 공격 점유율은 무려 76.92%에 달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싶으면 대부분의 토스가 케이타에게 향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4%라는 낮지 않은 공격성공률로 마지막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KB손해보험과 케이타의 동행에 마침표가 찍힐 가능성이 열려 있어 국내 선수들도, 케이타도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경기종료 이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KB손해보험 케이타

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서 경기종료 이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KB손해보험 케이타 ⓒ 유준상

 
대한항공도 득점 분포만 보면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된 링컨(34득점)이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정지석(31득점)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곽승석(10득점)이나 김규민(5득점)도 감초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이따금씩 날카로운 서브를 선보인 조재영(4득점)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베테랑 세터 듀오' 한선수와 유광우가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정규리그부터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까지 팀이 어려울 때마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사령탑도, 외국인 선수도 바뀌었고 한때 통합 우승 도전에 있어서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꿋꿋하게 '원 팀'으로 버틴 대한항공이 마지막 경기를 해피엔딩으로 장식해 세 번째 별을 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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