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원챔피언십 아톰급 챔피언 안젤라 리, 아톰급 2위 함서희, 스트로급 챔피언 슝징난

사진 왼쪽부터 원챔피언십 아톰급 챔피언 안젤라 리, 아톰급 2위 함서희, 스트로급 챔피언 슝징난 ⓒ ONE Championship 제공

'챔피언 타이틀 도전권 확보, 언제 써먹을지는 불투명?'

한국 여성 파이터의 자존심 '함더레이 실바' 함서희(35, 부산 팀매드)의 활약상이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딥(Deep) 대회를 통해 종합격투기무대에 데뷔한 그녀는 국내외 다양한 단체에서 뛰며 경험을 쌓았고 어느덧 여성부 아톰급에서 레전드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빼어난 운동신경에 더해 투지와 경기 운영 감각이 탁월하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이를 입증하듯 통산 25승 8패의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운영을 앞세워 18승(72%)을 판정승으로 거뒀지만 4번의 넉아웃 승(16%), 3번의 서브미션 승(12%)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격, 그래플링 등에 걸쳐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8패중 넉아웃패가 1번(13%), 서브미션패가 2번(25%)에 불과할 만큼 설사 패하더라도 결코 경기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상대 입장에서 매우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비록 큰 기대를 받고 진출한 UFC에서는 1승 3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는 기량적인 측면보다는 맞는 체급이 없던 탓도 크다. 157.48cm의 단신인 함서희는 체격이 크지 않다. 105파운드(47.63kg)의 아톰급이 딱 맞는 파이터이지만 UFC에서는 윗체급인 스트로급으로 뛰는 바람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컸다. UFC에서 뛸 당시 가장 낮은 체급의 한계 체중은 115파운드(52.16kg)로 함서희는 감량조차 필요 없었다. 사실상 증량을 하고 뛰어야 했다.

결국 UFC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서 사실상 한두 체급 위의 월등히 큰 상대들과 시합을 벌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매 경기 판정 접전을 펼치며 특유의 근성과 기량을 톡톡히 과시했다. 그나마 사이즈가 비슷했던 다니엘 테일러와의 경기에서는 고의성이 의심되는 눈 찌르기를 2번이나 당하며 아쉽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오히려 그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선전을 펼친 함서희를 높이 평가하는 의견도 많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함서희는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2016년 UFC무대서 아쉽게 당한 테일러전 패배를 마지막으로 8연승 무패행진을 기록중이다. 통산 4번의 넉아웃 승리가 이때 만들어진 것으로 외려 결정력은 더욱 좋아진 모습을 뽐내고 있다.

함서희의 현재 목표는 원챔피언십 아톰급 타이틀이다. 중요한 관문이었던 1위 출신 데니스 삼보앙가(25, 필리핀)와의 두 번에 걸친 대결 역시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지난달 26일 있었던 2차전에서는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1차전에서 있었던 스플릿 판정승에 대한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내버렸다.

삼보앙가는 한창 피끓는 젊은 선수답게 거친 타격과 파워넘치는 테이크다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루트로 함서희를 공략했다. 하지만 함서희는 노련했다. 스탠딩 거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삼보앙가와의 정타 대결에서 앞섰고 테이크다운 시도도 적절하게 잘 방어해냈다. 설사 그라운드로 끌려가더라도 하위포지션에서 삼보앙가의 목을 끌어안고, 무릎을 상대 복부 쪽으로 집어넣어 움직임을 어렵게 만드는 등 탄탄한 방어동작이 돋보였다.

끈질기게 클린치 싸움을 걸어오는 삼보앙가를 역으로 테이크다운시켜 상위 포지션에서 매서운 파운딩을 날리기도 했다. 초반에는 삼보앙가의 패기가 돋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지 중앙을 선점하는 쪽은 함서희였으며 그래플링 싸움에서도 우위를 가져갔다. 다소 접전이었던 1차전 때보다 훨씬 원사이드했다.

삼보앙가와의 2연전을 모두 쓸어담은 함서희는 대회사가 업데이트한 공식 랭킹에서도 2위로 올라선 것을 비롯 아톰급 타이틀 도전권까지 확보했다. 랭킹 1위 스탬프 페어텍스(25, 태국)가 지난 타이틀전에서 패배한지라 다음 차례는 함서희가 자연스럽다. 주최측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함서희가 삼보앙가를 꺾고 차기 도전자로 떠올랐다"며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함더레이 실바' 함서희

'함더레이 실바' 함서희 ⓒ ONE Championship 제공

 
문제는 현 아톰급 챔피언 안젤라 리(한국명 이승주, 26, 미국/캐나다)의 마음이 다른 곳에 가있다는 것이다. 안젤라 리는 스탬프와의 타이틀 5차 방어전에서 2라운드 4분 50초 만에 조르기로 항복을 받아냈다. 이후 다음 상대로 자신보다 한체급 높은 스트로급 챔피언 슝징난(34, 중국)과 싸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슝징난은 2019년 3월 원챔피언십 스트로급 타이틀 3차 방어전에서 안젤라 리를 이겼다. 안젤라 리는 7개월 후 아톰급 타이틀 4차 방어전을 통해 슝징난을 꺾었다. 서로 자신의 체급에서 챔피언 벨트는 지키면서 1승 1패를 주고받았다.

안젤라 리는 "슝징난과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차전을 통해 갈등 관계를 완전히 마무리짓고 싶다. 반드시 치러야 할 싸움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체급이 컨디션 조절이나 경기 준비 측면에서 여러모로 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스트로급으로 다시 올라가 두 체급 타이틀을 노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영국매체 <기브 미 스포츠>는 안젤라 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올해 안에 함서희와 원챔피언십 아톰급 타이틀 6차 방어전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스트로급으로 올라가 슝징난과 맞붙을 생각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그녀는 "아톰급 왕좌를 지킬 자격이 있는지 또 증명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 대회사가 지금까지 제공해준 환경에 모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스트로급 타이틀전을 치르라고 말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며 슝징난과 3차전을 더 원하는 듯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함서희는 홍콩 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를 통해 "현재는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다. 우선은 쉬면서 회복한 다음에 그 이후를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 상태다. 타이틀전이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톰급 정상에 한 걸음 남겨놓은 함서희가 원챔피언십에서도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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