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연고팀 KIA에 지명된 김도영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연고팀 KIA에 지명된 김도영 ⓒ KIA 타이거즈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는 말이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투수의 존재감이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메이저리그든 KBO든 좋은 투수는 언제나 금값이며 투수를 키우고 데려오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간 프로야구 역사를 봐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정점에서 포효한 주인공은 박철순, 최동원, 선동렬, 정민태, 구대성, 양현종, 김광현 등 투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플레이오프 등 큰 경기에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스포츠가 재미있는 것은 때론 일반적인 틀이 깨지기도 한다는 사실에 있다. 매우 드물다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엄청난 공헌도로 1선발급 투수 이상의 영향력을 팀에 안겨주던 야수도 존재했다. 에이스급 투수가 그렇듯 상대팀에는 공포를, 본인의 팀에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대표적인 야수가 바로 '야구 천재'로 불렸던 이종범(전 KIA/해태 타이거즈)이다.

'투수는 선동렬,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말에서도 있듯이 야수 이종범의 존재감은 타이거즈라는 팀 전체에 걸쳐 발휘됐다. 전성기 시절 유격수 이종범은 리그 전체에서 경쟁 상대조차 없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야수였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과 더불어 구름 관중을 몰고다닐 수 있는 스타성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갖춘 1번 타자면서도 웬만한 거포 뺨치는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 여기에 정상급 수비력까지 갖춘 대표적인 ´5툴 플레이어(five-tool player)´로 명성을 떨쳤다. 1997년 30홈런을 기록하며 이승엽(32개)과 팽팽한 홈런왕 경쟁을 펼친 것을 비롯해 역대 최소경기(1439경기) 1000득점, 최소경기 500도루(1439경기), 한 시즌 최다도루(84개)-최다 선두타자 홈런(44개) 등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을 만큼의 화려한 기록을 보유했다.

거기에 큰 경기에 강한 승부사 기질이 돋보였던지라 젊은 시절은 물론 나이가 들어선 시절에도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믿음직한 타자 중 한 명이었다.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올스타전 MVP를 석권한 것은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국가대표로 이름을 떨쳤다. 일본무대에 진출하지 않고 국내에서 쭉 뛰었더라면 KBO 야수 기록 상당 부분은 이종범의 몫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타이거즈 우승 횟수도 지금보다 더 늘어났을 공산이 크다.

이런 이종범의 영향으로 인해 타이거즈 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잘 치고 잘 달리고 수비까지 잘하는' 전천후 선두타자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삼성팬들이 이승엽처럼 홈런을 펑펑 날려대는 거포에 대한 로망이 강하듯 타이거즈 팬들 또한 제2의 이종범을 향한 갈증이 꾸준히 있어왔다. 김종국을 필두로 이현곤, 정성훈, 김민철, 안치홍 등 기대되는 선수는 많았지만 비슷하게조차 보여준 사례가 없을 정도로 그 벽은 너무 높고 거대했다.
 
남다른 실력과 멘탈, 2000년대판 '바람의 전설' 시작된다
 
그런 가운데 '제2의 이종범'으로 평가받고있는 야수가 등장해 타이거즈 팬들의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연고팀 KIA에 지명된 김도영(19·광주동성고)이 그 주인공으로 이종범으로 인해 눈높이가 높아진 타이거즈 팬들 사이에서도 '드디어 나왔다'는 말이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을 만큼 공식경기 데뷔전부터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김도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배경에는 시범경기에서의 대활약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전에는 '유망주이기는 하지만 미래를 보고 잘 키워야할 원석이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시범경기 이후에는 즉시 전력감, 당장 돌풍을 일으킬 스타 후보 등으로 평가가 확 달라졌다.

김도영은 시범경기 12경기에 출전해 44타수 19안타를 기록했다. 타율 0.439로 시범경기 타격왕에 오른 것은 물론 최다 안타, 출루율(0.432), 장타율(0.636)까지 타격 4개 부문을 독식하며 최고타자 유망주로서의 가능성을 뽐냈다. 거기에 더해 2루타 3개, 홈런 2개까지 추가하며 장타툴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새로운 야수 스타에 목말라했던 KIA팬들은 물론 타팀 팬들까지 '놀랍다'는 반응일색이다.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KIA 타이거즈

 
김도영의 시범경기 성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타격 1위 기록이다. 시범경기 기록을 본격적으로 집계하게된 2001년 이후, 고졸 신인 야수가 시범경기 타격왕에 오른 것은 김도영이 처음이다. 갈수록 신인(특히 야수)이 첫 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 않게된 최근 추세에서 고졸 루키가 규정타석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은 것은 물론 4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으니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정후, 강백호 외에 젊은 대형타자가 나오지 않고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프로야구 흥행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는 평가다. 물론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본경기'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잘해놓고 이어진 정규리그에서는 활약을 이어가지 못하는 케이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수 야구계 선배들은 '시범경기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신인왕 경쟁을 할 만큼의 활약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도영의 멘탈 때문이다. 비단 신인이 아니라고해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게 되면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몰린다. 선수 개인에게는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야구 또한 멘탈스포츠인지라 때로는 지나친 부담감이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아직 공식 경기에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고졸 신인임에도 김도영은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관심에 대해 감사드리며 들뜨지 않고 앞으로 해야할 플레이에 대해 더 집중하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하겠다"는 속내를 밝혔다.

실제로 초반 시범경기 활약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음에도 흔들리지않고 꾸준하게 경기력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러한 멘탈을 유지할 수 있다면 시즌 중 슬럼프가 오더라도 충분히 자신을 다잡고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는 평가다.

앞으로 많은 스토리가 기대되고 있는 김도영은 KIA에 입단하는 과정 또한 드라마틱했다. 동학년 최고의 야수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었지만 '타이거즈 식구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드래프트 직전까지도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유달리 좋은 재목들이 연고 지역에서 여럿 쏟아져나오며 KIA의 선택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김도영과 함께 광주동성고를 이끌었던 우완 투수 신헌민, 순천효천고 포수 허인서 등이 있었으며 특히 문동주(19·광주진흥고)는 150km이상의 강속구를 뿌려대며 주목을 받았다. 김도영에게만 쏠렸던 관심은 문동주에게도 나눠졌고 '문김대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2파전 양상을 보였다. 김도영에 대한 평가를 감안했을 때 만약 1차지명으로 그를 뽑지 않았더라면 더 이상의 지명 기회는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광주대성초, 동성중을 거쳐 동성고에 진학했던 김도영은 2학년때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전국구 유격수로 명성을 떨쳤다. 유격수 수비를 보면서 활발한 타격과 빠른 발을 선보였던 그의 모습에 팬들은 지역 레전드 이종범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유격수 포지션을 보면서 공격까지 잘하는 선수는 프로에서도 드문 편인지라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경쟁자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활발한 주루능력은 대대로 호타준족 야수가 많았던 타이거즈 '대도'계보를 잇기에 충분해 보였다. 우타자 임에도 타격 후 1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3.9초까지 나온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인데 이를 입증하듯 시범경기에서도 놀라운 기동력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고졸 신인임에도 개막전 엔트리 포함은 물론 1번타자 배치 이야기까지 나오고있는 이유다.

김도영의 활약은 기존 주전인 박찬호의 분발(?)이라는 시너지효과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KIA의 붙박이 유격수는 박찬호였다. 타격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안정된 수비와 수준급 주루플레이를 통해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언론에서는 '김도영의 입단으로 박찬호의 위치가 위험해졌다'고 평가하는 의견도 많았다.

공식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고졸 신인이 팀내 주전 유격수를 위협한다는 것은 아이러니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슈퍼루키 김도영의 존재감이 남달랐고 박찬호 또한 기존 약점이 뚜렷했던 탓이 크다. 주전으로 활약하는 내내 박찬호에게는 '타격이 아쉽다'는 혹평이 계속 따라다닌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터트리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현재 위치는 쉽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으로서는 유격수 박찬호, 3루수 김도영이 유력하다. 강팀의 조건인 포지션별 경쟁이 유격수 포지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팀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KIA는 성적은 부진했지만 마무리투수 정해영, 선발투수 이의리 등 미래의 기둥이 될 신인들을 뽑고 길러내며 명가부활의 초석을 다진 바 있다. 여기에 김도영이 제대로 가세한다면 강팀으로의 도약도 더 이상 옛말은 아닐 것이다. 올시즌 슈퍼루키의 활약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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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지명 김도영 제2의 이종범 새끼 호랑이 호타준족 김도영 시범경기 타격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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