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재춘 언니>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 언니> 관련 사진. ⓒ 시네마달


"정권이 바뀌어도 노동자 문제는 늘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땐 부당해고, 요즘은 비정규직 싸움입니다. 자식과 조카, 가족을 위해서라도 싸워야 합니다. 부딪히면 언젠가는 들어준다고 믿습니다." (임재춘씨)
 
콜트콜텍 부당해고 사건은 우리 사회 노동 문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쟁의 중 하나다. 2007년 콜트악기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로 시작된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무려 13년에 걸쳐 이어졌고, 2019년 사측의 사과와 복직 결정으로 마무리된 듯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형식적이었고 일부 노동자들은 지금까지도 투쟁을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언니>는 여러 콜트콜텍 노동자를 조명하면서 그 중심에 임재춘씨를 세웠다. 콜트악기 최고참 노동자, 30년 넘게 기타만 만들어 온 그는 스스로를 내성적이고 활동적이지 않다고 소개한다. 그러던 그가 해고 노동자들과 함게 연극 무대에 서고, 밴드를 결성해 거리에서 젬베를 치기 시작했다. 일터에선 그렇게 말수가 없던 재춘씨는 문화활동 무대에선 누구보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 언니>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 언니> 관련 사진. ⓒ 시네마달


이 영화는 여타 노동 관련 다큐와 달리 투쟁의 격한 과정과 갈등을 애써 내보이진 않는다. 13년이라는 지난한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긴 하지만 임재춘씨와 동료들의 공연, 이들과 연대한 문화예술, 종교계 여러 시민들을 조명한다.
 
콜트콜텍 노동자는 2009년 김성균 감독의 다큐 <기타 이야기>와 2011년 <꿈의 공장>을 비롯해 여러 독립예술 극영화에서 직간접적으로 소환돼왔다. 노동자들의 애환, 절규와 함께 콜밴(콜텍콜트 노동자로 이뤄진 밴드 이름)의 활약상을 담기도 했던 영화들과 함께 <재춘언니>는 힘들고 아팠지만 이면엔 연대의 기쁨이 있었던 노동 투쟁을 환기시킨다.
 
특히 주인공 임재춘씨는 다른 노동자들과는 좀 다르게 현장을 찾는 활동가와 예술가들과 그렇게 수다를 즐겼다고 한다. 자기 얘기에 인색한 중년의 남성 가장인 것으로 보이던 그는 그 누구보다 섬세하게 동료와 활동가들을 챙겼고, 거리에서 길고 긴 투쟁의 동력이 돼왔다. 그래서 얻은 호칭이 언니였다고 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를 다룬 <깔깔깔 희망버스>를 연출한 이수정 감독은 "소위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사사로운 감정은 어떤 것인지 그걸 살피고 드러내고 싶었다"며 "이런 운동이 승리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이어나가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감정이 중요한 것 같다"고 지난 언론 시사회에서 말한 바 있다.
 
감독의 말 대로 강하고 거친 투쟁은 즉각 효과가 있을지언정 길고 꾸준하게 이어지긴 어렵다. 부당한 제도와 권력에 맞서 시민들은 시위에 축제라는 단어를 붙이기 시작했고, 끝내 불의한 정권을 몰아낸 경험 또한 모두가 갖고 있다. <재춘언니>는 보다 일상에 깊숙이 들어가 투쟁 자체를 축제로 승화시킨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그 자체에 영화적 미덕이 가득할 것이다.
 
한줄평: 길고 외로운 싸움에 연대의 기쁨이 결합했을 때의 짜릿함
평점: ★★★☆(3.5/5)

 
영화 <재춘언니> 관련 정보

영제: Sister J
연출: 이수정
출연: 임재춘, 김경봉, 이인근, 장석천
제작: 생의 한가운데
배급: ㈜시네마 달
러닝타임: 97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2년 3월 31일
 
  
재춘언니 콜트콜텍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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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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