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싱가포르에서 있을 원챔피언십 197대회서 맞대결을 예약해놓은 재일 한국인 4세 출신 종합격투기 파이터 추성훈(47, 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과 '도관십단(跳關十段)' 아오키 신야(39, 일본)의 라이트급 매치에 대한 격투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둘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각자의 캐릭터, 파이팅 스타일이 확실한 선수들이고 여기에 스토리까지 더해지며 장외전쟁의 불길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현지에서는 둘의 대결을 이른바 '앙숙구도'로 몰아가는 모습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아오키의 일방적 도발'이라는 표현이 맞다. 2008년 당시 K-1이 운영하던 종합격투기 대회 '드림'을 통해 대결을 요구하는 등 아오키는 끊임없이 추성훈과 붙고 싶어했다. 반면 추성훈은 아오키와의 승부에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체급차이 여부가 컸다. 전성기 시절 추성훈은 미들급이었고 아오키는 라이트급이었다. 어떤 상대든 피하지 않는 성향의 추성훈이지만 구태여 아래 체급 선수와 이벤트성 경기를 벌일 생각이 없었다. 이후에도 아오키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독설도 서슴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발을 거듭했지만 추성훈은 무심하게 대응했다.

추성훈 향해 이빨 드러낸 아오키
 
 아오키 신야(사진 왼쪽)와 추성훈

아오키 신야(사진 왼쪽)와 추성훈 ⓒ ONE Championship 제공

 
이후 둘의 매치업은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였는데 나이에 따른 운동능력 저하 등으로 인해 추성훈이 체급을 내리게되면서 전격 성사됐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오키는 여전히 추성훈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아오키는 최근 일본 방송 '아베마'와의 인터뷰를 통해 "난 추성훈이 항상 싫었다. 때문에 경기장에서 승부를 내고 싶었고 드디어 붙게되어 정말 기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흥분해서 경기를 망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파이터로서의 본질은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아오키와 달리 추성훈은 여전히 둘간 승부에 별반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본래 지난해 4월 원챔피언십 163을 통해 전 라이트급 챔피언 에드워드 폴라양(38, 필리핀)과 맞붙을 예정이었다가 상대의 부상으로 시합이 무산되어 버린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있다. 적지않은 나이에 공백이 길어지자 어쩔 수 없이 시합에 응한 부분도 큰 것이다.

이런 추성훈의 마음은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아오키의 거침없는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야 우리 둘의 대결을 당연히 주목하겠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시선으로 보면 뜬금없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냥 보통의 한경기라고 생각하고 오랫동안 기억될만한 명승부를 펼치고 싶다"라고 답했다.

추성훈과 아오키는 둘다 유도선수 출신이지만 종합격투기 무대에서는 확연히 다른 파이팅 스타일을 보여왔다. 추성훈은 그래플러보다는 타격가에 가까운 경기 운영을 펼친다. 전 프로복싱 IBF헤비급챔피언 출신 프랑소와 '더 화이트 버팔로' 보타, 타격 괴물로 악명이 높았던 멜빈 마누프 등을 상대할 때는 유도가로서의 색깔이 돋보였으나 이후 점점 스탠딩 비중이 높아지더니 현재는 타격 일변도로 바뀌었다.

간혹 유도식 테이크다운을 선보이기는 하지만 그래플링 공방전을 오래 가져가지 않는 등 이전 베이스는 옵션 정도로 사용할 뿐이다.

반면 아오키는 유도가보다는 주짓떼로를 연상시킨다.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훈련을 받은 후 한계를 느끼고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삼보까지 추가하면서 서브미션형 그래플러로 자리매김했다. 통산 47승 중 서브미션으로 거둔 승리가 무려 30차례(64%)나 되고 자신이 서브미션 패배를 당한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그의 재능은 유도보다는 주짓수 쪽이 맞는 듯 하다.

때문에 둘의 맞대결은 누가 각자의 영역을 지킬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추성훈의 타격은 UFC무대에서도 수준급으로 인정받았다. 옵션이 다양한 편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피하고 때리는 기본 감각이 좋다. 부드러운 콤비네이션보다는 짧고 간결하게 맞추는 단타가 위력적이다. 아오키의 타격은 평균보다 떨어지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아무리 추성훈이 예전만 못하다 하더라도 스탠딩 공방전으로 경기가 이어질 경우 아오키가 타격으로 경기를 가져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반면 승부가 그라운드로 이어지면 불리해지는 쪽은 추성훈이다. 아오키의 서브미션 결정력은 여전히 탑 클래스다. 부족한 타격 실력, 좋지 못한 테이크다운 스킬에도 불구하고 서브미션 승리가 유독 많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어떻게든 상대를 넘겨뜨리기만 하면 승리 확률이 확 올라간다. 유도가 출신답게 추성훈 또한 그라운드 게임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편이지만 그래플링 공방전이 펼쳐지게 되면 불리해질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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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 아오키 신야 싱가포르 도관십단 풍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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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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