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재춘 언니>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 언니> 관련 사진. ⓒ 시네마달


 
13년, 일수로 치면 총 4464일 간의 투쟁이었다. 콜트콜텍 부당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재춘언니>가 개봉을 앞두고 23일 오전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됐다. 해당 작품은 30년간 회사에서 기타를 만든 노동자 임재춘씨를 중심으로 길고 긴 투쟁 과정에서 해고 노동자들이 겪었을 여러 감정과 연대의 순간을 담고 있다.
 
콜트콜텍은 한때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국내 유명 기타브랜드다. 2007년 인천과 대전에 위치한 콜트악기 및 콜텍 노동자 정리해고 이후 노동자들이 부당해고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했고, 긴 재판 끝에 2014년 대법원에서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로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투쟁은 이후에도 이어졌고, 당시 양승태 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13년의 긴 투쟁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이수정 감독은 "김성균 감독님의 <기타 이야기>(2009)를 보며 콜트콜텍 사건을 알게 됐다"라며 "김진숙 동지를 기록한 <깔깔깔 희망버스>를 만든 이후 해고 노동자 분들을 꾸준히 만나게 됐다. 2012년 콜텍 노동자를 위한 미술 작가들의 전시를 보면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제작이 길어질 줄 몰랐다"라고 운을 뗐다.
 
다른 노동 운동 영화와 달리 거칠고 격한 투쟁 장면이 아닌 주로 콜트콜텍 노동자로 이뤄진 밴드나 연극과 문화 활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것에 이 감독은 "저 또한 예술 작품을 통해 이분들을 만났듯 사람들이 노동 운동에 편하게 다가갈 수 있기 위함이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10년을 넘긴 긴 제작 과정에 감독은 할 말이 많았다. "처음엔 콜밴(콜트콜텍 밴드)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획해서 지원금을 받았는데 추가 지원 사업에서 떨어졌고, 2014년 고등법원 파기환송 이후 대법원에서 패하며 사건이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던 이수정 감독은 "조급해하지 말자고 다짐하던 차에 <오마이뉴스>에 임재춘님이 쓴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라는 책이 소개됐고, 인사하는 자리에서 제게 '끝까지 함께 합시다'라고 글귀를 써주셨다. 그걸 보며 이분들이 끝이라고 할 때까지 함께 해야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 언니>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 언니> 주인공인 임재춘씨. ⓒ 시네마달


 
현장엔 주인공인 임재춘씨도 참석했다. 2019년 사측과 일부 합의 이후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현재 별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임씨는 "왜 노동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소릴 하는데 사회는 바뀌지 않나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라며 "예술로 대중과 소통하는 게 참 즐거웠다. 예술가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지금도 여전히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한국 영화계가 서민을 위해 고생하며 만든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영화에는 임씨의 자녀를 비롯해 현장 동료들도 투쟁을 말리거나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담겨있다. 말미엔 임재춘씨가 40여 일의 단식까지 했는데, 그는 투쟁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몇 안 되는 노동자 중 한 사람이었다. 
 
이에 임재춘씨는 "콜텍에서 최고참이었고 월급도 그만큼 받았는데 사측과 대화도 안 되는 상황에서 끝을 맺어야 했다. 딸도 집에만 가면 맨날 합의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재판과 투쟁이 이리 오래갈 줄 몰랐다"라며 "(단식을 시작한 후) 40일 넘게 회사에서 말이 없다가 청와대 전화 한 통으로 합의하자고 하더라. 그렇게 할 수 있는 문제를 놓고 왜 13년간 사람들 진을 빼 놓은 건지 모르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노사 합의 이후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던 그는 현재 경비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현장에서도 (노동 문제에) 부딪힐 때가 많다. 끝난 게 아니더라. 사람들을 지금도 설득하고 다닌다"며 "내 자식, 조카, 가족을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 얘길 하면 바뀌는 곳이 있다. 사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부터 노동법을 가르쳐야 한다. 정치인만 욕할 게 아니라 서민들도 투쟁 현장 목소리를 듣고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재춘 언니>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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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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