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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일인 2일 오전 한 교실에 등교한 학생들이 앉아 있다. 자료사진.
 개학일인 2일 오전 한 교실에 등교한 학생들이 앉아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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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제부터 정시에 '올인'하는 게 '정베(정상적인 베팅)'이겠죠?"

대통령 선거 이튿날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앞다퉈 던진 질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다, 선거 직전 그와 단일화한 안철수 후보는 아예 '정시 100%'를 공약으로 내건 터다. 여야 모두 교육 관련 공약은 대입 제도에 관한 게 사실상 전부였으니, 그들의 질문이 딱히 이상할 건 없다. 

이재명은 수시, 윤석열은 정시. 아이들 대부분은 이번 대선을 수시와 정시의 경쟁으로 해석했다. 사실 대입 제도에 관한 한 여야의 입장 차는 크지 않았다. 대입 제도만 놓고 보면, 차라리 심상정이 수시, 이재명과 윤석열은 정시, 이렇게 구분하는 게 더 맞을 성싶다. 학제 개편과 수능의 자격고사화 등을 부르짖은 심상정의 목소리는 양강 구도 속에 묻혀버렸다. 

둘 중 누가 당선돼도 대입에서 정시 확대는 불가피했다. 하루아침에 수시가 전면 폐지되지는 않겠지만, 수능의 비중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마뜩잖게 여기는 아이들조차 정시 확대를 바라는 분위기다. 그들의 뇌리에 언제부턴가 수시는 불공정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퇴물 취급을 받던 수능의 화려한 귀환. 아이들은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학종의 시대가 드디어 저물어간다며 한마디씩 보태는 형국이다. '조국 사태' 이후 정시가 공정의 이미지를 독점한 상황에서, 학종을 비롯한 수시의 축소 내지는 폐지는 이제 아이들조차 시간 문제로 여긴다.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고1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해야 할까.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맞장구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교사로서 난감하다. 여야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정시의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봤지만, 당장 내년부터 고교학점제의 순차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어 전국의 학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권은 교체됐어도 너희들 대입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테니 동요하지 말아라."

'대입 3년 예고제'가 시행되고 있어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행 대입 제도는 2025학년도까지 유지된다고 강조했지만, 술렁거리는 교실 분위기를 다잡긴 힘들었다. 조변석개하는 대입 제도에 대한 불신 탓이다. 나아가 정시 확대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에다 무소불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결심'만 선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지금 학교마다 '왼쪽 깜빡이 넣고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둘 중 누가 당선돼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완만한 우회전'이냐 '급격한 우회전'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대입 제도의 과거로의 회귀는, 실은 이번 대선이 치러지기 훨씬 전인 '조국 사태'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긴 하다.

학교 공간 재구성 사업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던 날에도 전국의 초중고마다 '학교 공간 재구성 사업'이 한창이다. 네모반듯한 획일적 교실 형태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학습 공간을 학교급의 특성에 맞도록 다양화하자는 취지다. 학교는 민주주의의 배움터이며 아이들이 주인이라는 철학에 기반해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학교마다 교실과 나란히 널찍한 '홈베이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다. 교사들의 업무 공간인 교무실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아이들의 학습 및 놀이 공간의 수와 크기를 대폭 늘리고 있다.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운동장을 줄이는 대신 숲이나 공원을 조성한 학교도 있다. 

고등학교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공간을 재구성하는 이유는 고교학점제의 본격적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다. 기존의 번호 매긴 교실과 학년 및 학급 중심 운영 체제로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학급 담임교사의 역할은 축소되고, 교과 담임교사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어 소규모의 다양한 학습 공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대학생처럼 자기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수강 신청을 하고 각자 교실을 찾아다녀야 하므로, 1반이나 2반 따위의 학급 개념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선택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고2와 고3은 시간표가 개인별로 달라 등하교 시간을 빼면 종일 거의 만나지 못한다. 내년부턴 아예 학년 구분조차 사라지는 학교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학교는 고교학점제를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되고 있는데,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닐는지 우려된다. '대입 3년 예고제'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도 2025년 대입부터 정시의 대폭 확대가 불 보듯 환하기 때문이다. 수능에 '올인'할 거라면, 문제 풀이식 강의에 최적화된 기존의 교실 구조가 더 낫다. 얄궂게도 2025년은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첫해다. 

수업 방식부터 바꿔야 하나

"일과 중에 쉴 틈도 없는데, 곳곳에 홈베이스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멀쩡한 교실을 나누고 사용하지도 않을 온갖 기자재를 교실마다 설치하는 것도 세금 낭비 아닌가 싶어요. 어차피 대부분 문제 풀이 수업일 텐데 말이에요. 그 돈으로 차라리 낡은 책상과 의자나 새것으로 바꿔주면 좋겠어요."

교육과정의 전면 개편을 의미하는 고교학점제도 대입 제도 앞에선 '을'의 처지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진단이지만, 온존한 학벌 구조가 혁파되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다. 교사들은 물론, 아이들조차 고교학점제는 또다시 시행이 연기될 운명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교학점제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지난 1997년 7차 교육과정 개정 때부터 시도됐던 나름 오래된 정책이다.

학교마다 '스마트 교실' 풍년이다. 전자칠판과 빔프로젝터, 태블릿 PC 등의 첨단 기자재를 모두 갖춘 교실이 여럿이다. 거기서 수업한다고 저절로 창의성이 높아질 리도 없을뿐더러, 말 그대로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교과도 거의 없는 현실이다. 전자칠판에다 고작 기출 문제를 띄워놓고 반복해서 푼다고 아이들이 조롱할까 두려울 따름이다.

하긴 대입 제도까지 갈 것도 없다. 정시 확대 공약에 가려져 있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일제고사의 부활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실시된 이후 극단적인 경쟁을 유발하며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지난 2017년 전면 폐지된 터다.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과 학교 교육의 황폐화를 몰고 올 게 분명한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를 당최 모르겠다. 

정시 확대든, 일제고사 부활이든, 앞으로 교과를 불문하고 기출 문제 풀이 수업이 대세가 될 것이다. 요즘 학교는 수능 교과마다 부교재 선정 작업이 한창이다. 말이 부교재지, 수능과 모의평가의 기출 문제들을 그러모아 묶은 책이다. 교실 벽과 천장마다 설치된 최신 첨단 기자재가 생뚱맞게 느껴지는 이유다. 당장 모둠 활동 위주인 내 수업 방식부터 바꿔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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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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