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사람의 인생관과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3월 11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는 가수 예은(핫펠트)와 만화가 박광수가 출연하여 고민을 상담했다.
 
인기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이자 현재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중인 예은은 아버지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놨다. 예은은 조심스럽게 아버지가 사기죄로 수감중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내 인생에 아버지란 존재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서는 아버지를 용서하라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저는 세상에는 용서받으면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예은은 6살 때 아버지의 외도 때문에 눈물 흘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인생의 첫 기억이라고 고백했다. 부모의 이혼도 예은은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이후로는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살았다고. 예은은 "아버지에 대하여 한 번도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예은의 아버지는 딸이 부모를 무시한다며 소속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협박을 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공개했다. 친아버지라고는 믿을 수 없는 딸을 향한 저주에 예은도 분노했다. 예은의 어머니는 "자신은 아버지를 용서했으니 너도 용서하라"고 권했지만, 납득할 수 없었던 예은은 아버지를 감싸는 어머니의 반응에 또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오은영은 "용서라는 단어는 상대가 나의 인생에 치명타를 입혔을 때 떠올리는 단어다. 용서는 쉽지 않다"라며 그 무게감을 설명하면서 "예은은 굳이 왜 이 시점에 용서에 대하여 고민하는 걸까"라고 질문했다.
 
예은은 언니의 결혼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함께 만나서 보내게 되는 시간이 늘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아버지에게도 어두운 가족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간적으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부녀관계가 다시 차갑게 돌아서게 된 계기는 바로 아버지의 사기 사건이었다. 아버지는 200억 원대에 이르는 사기 혐의로 피소당했고 예은도 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예은의 아버지는 피해자들에게 딸과 함께 찍은 사진과 앨범을 보여주며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힘들게 마음을 열었던 만큼 예은의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예은은 무혐의 판결을 받으며 누명에서 벗어났다.
 
아버지는 딸에게 감옥에서 보석금을 요구했고 그것이 예은의 인생에서 아버지에게 받아본 첫 편지였다. 원래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먼저 떠올린다는 예은은 잠시나마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용서했던 제 자신이 화가 났다"고 고백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를 용서하라 권했던 어머니에게도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오은영은 "사람이 용서를 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마음 속의 깊은 상처가 치유된다.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속 버거운 감정을 내려놓고 신체적인 고통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은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용서했던 것은 본인도 살기 위한 나름의 탈출구로 내린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버지 미워해도 나쁜 사람이 아니다"

한편으로 예은의 상처는 '본인이 유명인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죄책감도 있었다. 예은은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무심결에 던진 "너(예은)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은 예은에게 큰 상처가 됐다. 예은은 "차라리 내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이 이렇게 상처받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예은의 감정이 '억울함'이라고 진단했다. "예은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서 억울한 거다"라고 분석하며 "그 감정을 잘 파악하지 않으면 억울함 때문에 본인을 다치게 한다"고 경고했다. 예은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표현을 안 했지만 한동안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 삶의 의욕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부모에게서 배신이나 상처를 받았다고 느껴지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인간관계를 맺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예은은 연애를 할 때도 상대의 '단점'에 민감하고 깊이 파고든다고 고백했다. 상대가 거짓말을 했다는 의심이 들면 반드시 확인하고 전화를 100통씩 할 때도 있을만큼 화를 참지 못했다고.
 
오은영은 "예은이 예민했던 건가, 상대가 잘못이었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예은은 잠시 고민하다가 "제가 예민했던 게 평균적으로 더 많았다"고 인정했다. 예은은 부모님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의 외도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나 없으면 안되는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연애관이 형성된 배경을 밝혔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예은의 성향을 '반복 강박(심리적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계속 같은 식으로 상처를 받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최악의 연애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예은은 어린 시절 아픈 경험 때문에 진심어린 사랑을 원하는데, 내 감정보다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만 보고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럴줄 알았다'고 바로 단절한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며 '회전문 연애'라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조심스럽게 예은을 위한 처방전을 내렸다. "마음속에 아버지에 대한 미운 감정이 있다면, 너무 빨리 안 보내려고 해도 괜찮다. 아버지를 미워해도 예은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위로하며 "감정도 갖고 있으면서 충분히 느껴보고 생각해봐야 음식처럼 소화가 된다. 지금 당장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를 더 미워하지 않으려면 선을 긋고 선언해야 한다. 아버지는 맞지만 저와는 관계가 없다고"라고 조언하며 "내 버거운 마음을 소화할 수 있는 그릇은 본인이 준비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어린 시절 경험이 원인이 된 '지적질'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두 번째로 '광수생각'의 저자인 만화가 박광수가 등장했다. 아내의 권유로 출연을 결심했다는 박광수는 "지적하는 습관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박광수의 지적과 표현방식은 막말에 가까웠다. 초면인 국회의원에게 훈계를 하거나 뱃지를 달라고 조르기도 했고, 여성들의 외모를 금붕어와 코뿔소에 비유하여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경악한 MC들은 급기야 박광수에게 닮은꼴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고 정형돈은 '아메바', 박나래는 '처키', 그리고 오은영은 '찐빵'이 생각난다는 충격적인 답변을 들었다. 박광수는 "머리에서 떠오르는 걸 지나가지 못하고 입밖으로 내는 게 문제"이라고 밝혔다.
 
오은영은 지적이나 훈계하는 사람들의 심리로 "자기 우월감을 확인하거나 구세주의 역할을 하고 싶은 강박, 그리고 자기가 경험했던 것을 답습하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박광수는 오은영의 설명에 공감하며 자신도 어릴 적에 지적을 많이 당하며 자랐고 학생 시절에 각종 규제에 대한 반발심이 컸다고 고백했다. 박광수는 "어릴 때 그렇게 싫어하는 행동들을 내가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고민했다.
 
그런데 오은영은 오히려 박광수가 지적심리 성향과 달리 '후회'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차이로 꼽았다. 박광수는 누군가에게 지적을 하고 나면 후회하고 반성하면서도 다음날이 되면 또다른 사람에게 지적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박광수는 사회인 야구단에서 후배들과 갈등을 빚었던 일화를 밝혔다. 오은영은 박광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정하지 않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쓴소리를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광수는 오은영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처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박광수의 성향을 '수동공격적 특성(소극적, 간접적 방법으로 자신의 불만이나 분노를 전달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박광수는 그 원인을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찾았다. 어린 시절 담당 교사에게 당한 부당한 폭력과 부조리의 경험은 박광수에게 큰 트라우마가 됐고 그가 집필한 작품의 소재로도 등장했다고. 박광수의 대표작인 <광수생각>은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작품이었다.
 
박광수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바꾸려기보다는 이런 세상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렸다"고 고백했다. 박광수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가 자신의 인생관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피해 현장에서 희생자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면서 "우리가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 하는 이유가 언제든 할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미루다가 못한다. 우리의 삶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 감정들을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박광수는 돌아가신 부모님들을 회상하면서 어머니에 비하여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박광수에게 '승화(자신의 상처와 비슷한 사회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으로 본인의 상처를 해소하는 것)'라는 방어기제로 분석했다. 오은영은 처방을 내리며 "박광수는 맞는 말을 했지만, 우회해서 표현한다고 가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 "개인에 대한 지적은 NO, 사회에 대한 지적은 YES다. 사회의 불공정과 부조리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주셔야 한다"고 격려했다. <금쪽상담소>는 박광수를 위하여 선물한 굿즈에 '칼을 내리고 펜을 들라'는 오은영의 처방을 새기며 상담을 마무리했다.
금쪽상담소 박광수 핫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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