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 한국 대 이탈리아 경기. 첫번째 골에 이어 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한국 장동신이 경기 종료 후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22.3.9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 한국 대 이탈리아 경기. 첫번째 골에 이어 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한국 장동신이 경기 종료 후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22.3.9 ⓒ 연합뉴스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 이어 2연속 4강 안착에 성공했지만 메달은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에 출전한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감독 한민수)은 12일 저녁 열린 중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4대 0으로 패배하며 아쉬운 마무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평창 동계 패럴림픽 이후 줄어든 지원 속에서도 2개 대회 연속 4강의 쾌거를 달성한 것은 성과다.

특히 한민수 감독은 파라아이스하키 역사상 처음으로 장애인이 감독으로 선임된 사례였다. 패럴림픽 때마다 금·은메달을 독식하는 미국, 캐나다와 같은 '죽음의 조'였지만 감독 부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4강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홈' 중국 응원, 전략 분석 어려움 겹쳤다

지난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 파라아이스하키에 배정된 중국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패럴림픽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따낸 중국은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두문불출을 이어갔다. 단기간에 전력을 급상승시키기 위해 젊은 선수를 발굴하고 해외에서 지도자를 영입하기도 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갑자기 다른 팀으로 변한 중국을 상대로 한국 선수들은 고군분투에 나섰다. 중국 관중들 역시 경기장에서 큰 소리로 중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함성을 외치며 한국 선수들을 위축케 했다. 그런 탓에 첫 골은 한국의 몫이 아니었다. 4분 6초 중국 왕즈둥이 한국 골문의 빈틈을 뒤흔들며 첫 득점을 만들었다.

이어 '해결사' 장동신 선수가 반격에 나섰지만 중국 골리의 세이브에 막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1피리어드 말미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중국 뤼즈가 날린 퍽이 골문을 뒤흔들려는 찰나, 이재웅 골리가 퍽을 손으로 막아내며 선방했다. 1-0으로 1피리어드가 마무리되면서 한국은 반격을 노렸다.

하지만 2피리어드 시작과 함께 중국이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중국의 선이펑이 피리어드가 시작한 지 1분반에 골을 넣은 것. 한국 역시 반격을 시도했지만 중국 선이펑이 에이스 정승환의 목을 하키스틱으로 찌르는 위험천만한 반칙을 저지르며 모두의 걱정을 안기기도 했다.

다행히 정승환 선수는 응급처치를 받고 다시 링크장 안을 누빌 수 있게 되었고, 선이펑 선수 역시 10분의 미스컨덕트 패널티를 받으며 한국에 기회가 되었다. 경기장 안 한 명의 선수가 2분간 줄어드는 수적 우세, 파워플레이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은 벌어진 점수 차이를 만회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피리어드 후반 정승환이 던진 퍽이 상대편의 골리에 막히는 등, 아쉬운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2-0 상황에서 2피리어드의 종료를 알리는 차임이 들렸고, 3피리어드로 경기가 이어졌다.

3피리어드에서는 한국이 다급해졌다. 한국 선수들의 반칙으로 역으로 중국에 파워플레이를 안기는 모습이 이어진 것. 결국 리훙관이 종료 1분여 전 쐐기골을,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한국이 총공세에 나선 사이 선이펑이 한 골을 더 넣으며 4-0으로 동메달 결정전이 마무리되었다.

한국 파라아이스하키가 패럴림픽 2연속 4강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2연속 메달에는 실패한 순간이었다. 선수들은 메달을 놓친 아쉬움 속에 아이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첫 장애인 파라아이스하키 감독' 한민수는 빛났다

한국 파라아이스하키는 평창 동계패럴림픽 이후 '답보' 상태였다. 실업팀은 늘어나지 않았고, 이천선수촌에 훈련을 위한 링크가 세워진다는 청사진도 설계도만 남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평창 때의 '울보 주장' 한민수 전 선수가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파라아이스하키 감독에 선임된 것.

감독이 되기 전 치렀던 인터뷰에서 "장애인 선수 출신의 지도자가 없으니,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한 감독의 말은 그렇게 현실이 되었다. 물론 코치 경험이 없는 한 감독에게 실리는 부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감독은 그런 부담을 성과로 만들어내며 보란 듯이 증명을 해냈다.

한민수호는 지난 파라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에서도, 이번 동계 패럴림픽에서도 4강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패럴림픽 4강은 이번 패럴림픽 금·은을 나눠가진 미국, 캐나다를 겪은 뒤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으로 이루어 낸 성과이기에 의미가 크다. 

특히 '주장'이었던 선수가 감독이 되었기에 선수들과의 조화 역시 좋았다. '해결사' 장동신 선수는 평창 패럴림픽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골문을 뒤흔들었고, '에이스' 정승환 선수는 패배 이후 '부상보다 패배가 더 아프다'라고 했을 정도로 여전히 투혼을 발휘했다.

물론 한민수호에는 세대 교체라는 과제가 남았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중국의 주축 선수들이 세대 교체를 통해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냈기 때문. 이날 2골 2도움을 기록한 선이펑 선수의 경우 1998년생이었다. 더욱 젊고 실력있는 선수의 수혈을 통해 향후 대회에서 대권 도전을 해야 하는 것.

한 감독도 비슷한 생각이다. 결산 기자회견에서 한 감독은 실업팀 확충으로 대표되는 세대교체와 파라 아이스하키를 위한 빙상장 확보 등 인프라 확충이라는 과제를 내걸었다.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고 해서 상심에만 빠진 대신,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한 명지도자로서의 가치를 드러낸 셈이었다.

중계권 쥔 방송사들의 '무중계', 해도해도 너무했다

하지만 스포츠 팬들은 이 모습을 TV로 지켜볼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사 3사들이 예능을, 드라마를, 그리고 뉴스를 방송한다는 이유로 선수들의 두 번째 메달 도전을 중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은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통해 늘어난 파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다시 닫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번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의 모든 장면이 생중계 된 종목은 전무했다. 그나마 있었던 중계도 지연 중계였고, 하다못해 개막식마저도 유일하게 생중계를 했던 KBS 1TV는 산불 뉴스특보로 인해 개막식 중간에 중계를 급하게 마무리한 뒤 지연 중계도 하지 않았다.

이런 '무중계 설움'이 또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나마 11일에 걸쳐 매일 패럴림픽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편성했던 KBS도 폐막식 생중계를 지연 중계로 바꾸어놓았다. 국가대표 32명의 투혼은 지난 평창 때 못지 않았고 관심도 그와 비슷했지만, 방송 화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TV의 자체 중계나,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만 평창의 감동이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았던 이들은 그 모든 행사의 대단원이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야 TV로 폐막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13일 있었던 폐막식은 MBC가 유일하게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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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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