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비> 포스터

<세라비> 포스터 ⓒ ㈜트리플픽쳐스

 
프랑스어인 세라비(C'est la vie)는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독특한 점은 긍정적인 상황과 부정적인 상황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영화 <세라비: 다섯 번의 기적>은 다섯 쌍의 커플이 '임신'을 소재로 엮인 옴니버스 드라마다. 생명의 탄생이란 경이로운 순간을 통해 인생을 말하는 방식을 취한다. 일종의 러브 스토리이지만 쓰디쓴 인생의 맛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품의 주된 공간은 산부인과다. 이곳에 새로 부임한 의사는 노련한 간호사와 함께 다섯 명의 산모를 받는다. 이들 산모는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는데, 그들 개개인의 삶이 임신을 한 순간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주며 감정적 깊이를 더한다. 

천 명의 일자리와 나라의 명예가 걸린 위성 발사를 성공시켜야 하는 CEO. 그의 임신은 치열한 전쟁터와 같은 직장에서 임신이란 상황이 어떻게 커리어에 위기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일과 가정을 함께 지켜야하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상황도 보여준다. 병상에 누워 세계 각국의 주요 관계자들과 화상회의를 하는 장면은 웃프기까지 하다.
  
 <세라비> 스틸컷

<세라비> 스틸컷 ⓒ ㈜트리플픽쳐스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의 아이를 혼자 낳으려는 미혼모의 사연은 사랑과 책임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와의 관계에 의문을 지닐 즈음 임신을 하게 된 그녀는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이별을 택한다. 하지만 남편 없이 아이를 낳다가 유산을 경험한 간호사는 여자의 남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다. 책임감의 문제와 함께 출산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건 사랑의 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남편이 오지 않는 여성의 이야기는 그녀가 지닌 임신의 공포와 함께 묘사된다. 무통주사를 맞은 어머니가 깨어나지 못한 아픈 과거를 지닌 여성은 두려움에 병실에서 도주한다. 그녀의 남편은 병원을 향하던 중 사고가 났고,  800킬로미터를 달려가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까지 처한다. 출산이 지닌 극심한 공포와 함께 남편의 여정을 코믹 어드벤처의 형식으로 그려진다.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은 동성커플은 이름 모를 남성의 정자를 받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정자를 제공한 남자가 아이에 대한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들 사이에 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중분만을 강요하는 어머니 때문에 곤란한 여성과 무기력한 남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세라비> 스틸컷

<세라비> 스틸컷 ⓒ ㈜트리플픽쳐스

 
옴니버스의 매력으로 앙상블을 꼽을 수 있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더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개성과 조화는 중요하다. 코믹에 바탕을 둔만큼 웃음코드를 잡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 산부인과라는 공간과 출산이 지닌 신성한 의미를 살려내면서 다소 독한 맛 유머를 살려내는 기교까지 부렸다. 
 
영화는 임신과 출산이란 순간을 통해 인생을 보여준다. 임신의 공포와 출산의 고통,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들의 사랑과 아기를 바라보는 즐거움은 희로애락 자체다. 사람의 여러 가지 감정을 하나의 순간에 반영한 건 물론 탄생과 죽음, 만남과 이별, 해체와 탄생 등 대비되는 순간들을 통해 '세라비'가 지닌 인생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다. 
 
<마카담 스토리>,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 등 웰메이드 옴니버스 영화를 선보여 온 프랑스의 또 다른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세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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