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축구팬들이 부러워하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모자라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 첼시 FC와 K리그 클럽 울산 현대를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최근 두 팀이 빠진 고민이 비슷한 점이 있고 마침 제로 톱 전술을 최근 게임에서 내놓았기에 그 내용과 결과의 상징성을 흥미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3일 전 울산 현대는 K리그 1 시즌 첫 홈 게임에서 김천 상무를 상대로 득점 없이 비겼는데, 첼시 FC는 오늘 펼친 챔피언스리그 16강 첫 게임에서 제로 톱 전술을 꺼내 2-0 완승을 거뒀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첼시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3일(수) 오전 5시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2021-2022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LOSC 릴(프랑스)과의 16강 첫 게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두 팀은 다음 달 17일 스타드 피에르 모로이에서 두 번째 게임을 펼친다.

캉테의 역습 드리블로 만든 풀리식의 쐐기골

홈 팀 첼시 FC의 토마스 투헬 감독은 열흘 전 아랍에미리트에서 끝난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돌아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핵심 선수들이 지친 것도 문제였지만 믿었던 골잡이 로멜루 루카쿠의 득점 감각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 첫 게임을 맞아 내놓은 대안이 제로 톱 전술이었다. 다크 호스로 불리는 LOSC 릴과 만나 먼저 치러야 하는 홈 게임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기에 '크리스천 풀리식-카이 하베르츠-하킴 지예흐'를 맨 앞에 두고 비교적 짧은 패스로 게임을 풀어나간 것이다. 

최종 게임 결과가 완벽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전반과 후반에 각각 한 골씩 터뜨려 만든 2-0 점수판을 들고 다음 달 어웨이 게임을 치를 수 있게 됐으니 홈팬들 앞에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게임 시작 후 8분 만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만든 첫 골이 결정적인 승리 요인이었다. 왼쪽 구석에서 하킴 지예흐가 왼발로 감아올린 공을 제로 톱 중 한 선수인 카이 하베르츠가 뒤에서 돌아 들어가며 바운드 헤더 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첼시 FC는 63분에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리며 홈팬들과 어울려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가 중앙원 아래쪽에서 공을 받아 빠르게 몰고 들어간 역습 기회에서 크리스천 풀리식이 오른발 슛을 절묘하게 성공시켰다. 어웨이 골 우대 규정이 폐지됐다고 하지만 다음 달에 이어지는 어웨이 게임에서 1골 차로 진다고 해도 상관없기에 이 추가골의 가치는 매우 큰 것이라 하겠다.

이제 첼시 FC는 또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향해 나아간다. 28일 오전 1시 30분(한국 시각)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리그 컵 결승전에서 라이벌 리버풀 FC를 만나기 때문이다. 4-3-3 포메이션의 리버풀 식 제로 톱 전술과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투헬 감독과 클롭 감독의 지략 대결이 매우 흥미롭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첼시 FC와 울산 현대의 최근 게임 기록 비교

첼시 FC와 울산 현대의 최근 게임 기록 비교 ⓒ 심재철

 
울산 현대의 제로 톱은?

지난 주말 2022 K리그도 막을 올렸다. 전북 현대의 6년 연속 우승 행진을 막을 유력한 대항마가 여전히 울산 현대이기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오후 4시 30분 문수 월드컵경기장에는 4673명의 홈팬들이 찾아왔다.

울산 현대의 시즌 첫 상대 팀은 레알 김천으로 불리는 김천 상무였기에 홍명보 감독은 매우 신중하게 제로 톱 전술을 돌렸다. 스트라이커 오세훈이 J리그로 떠나고 베테랑 박주영을 FC 서울에서 데려왔지만 아직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바코를 맨 앞에 둔 4-2-3-1 포메이션을 내세운 것이다. 

새 시즌을 앞두고 팀을 떠난 세 미드필더(FC 샬케 04 이동경, 헤르타 BSC 베를린 이동준, 제주 유나이티드 윤빛가람)의 빈 자리도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성남 FC에서 돌아온 미드필더 이규성이 원두재와 함께 중원을 든든하게 받쳐주었고 일본인 공격형 미드필더 아마노 준과 축구 도사 이청용이 날카로운 패스 플레이를 펼쳐 국가대표와 올림픽 대표 선수가 즐비한 김천 상무를 압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울산 현대는 실속을 차리지 못했다. 62분이 지나면서 김천 상무의 핵심 센터백 하창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바람에 남은 30분 정도의 시간을 더 공격적으로 운영했지만 끝내 구성윤이 지키고 있는 김천 상무의 골문을 열지 못한 것이다.

울산 현대는 이 게임을 통틀어 무려 22개의 슛을 날렸는데 유효 슛은 3개(13.6%)에 그쳤다. 첼시 FC가 LOSC 릴을 상대로 8개의 슛 기록 중 4개(50%)를 유효 슛으로 날렸고 그중 절반을 실제 골로 연결시킨 데이터와 비교해도 울산 현대의 마무리 정교함은 큰 차이를 드러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시즌 첫 게임 데이터만으로 해당 팀의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시즌 K리그 1 최고의 다크 호스로 꼽히는 김천 상무를 게임 내내 압도한 것만으로도 울산 현대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원두재, 이규성, 이청용을 중심으로 692개의 패스 중 580개(83.8%)를 성공시켜 게임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분명히 합격점을 받았다. 왼쪽 풀백 설영우는 여전히 위협적인 측면 자원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었고 오른쪽 풀백 김태환의 크로스는 역시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웠다.

그런데 그놈의 '골' 하나가 아쉬운 결과로 남은 것이다. 개막 직전에 광주 FC에서 데려온 엄원상이 새 유니폼을 입고 들어서자마자 바코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오른발 슛이 약간 빗맞는 바람에 김천 상무 골키퍼 구성윤의 슈퍼 세이브에 막힌 것이 가장 아쉬운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시 엄원상의 드리블 돌파 속도는 독일로 떠난 이동준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는 수준이었다.

아직 등번호 9번을 빈 자리로 남겨둔 울산 현대가 당분간 제로 톱 전술을 쓴다면 첼시 FC가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 첫 게임에서 은골로 캉테를 역습의 키 플레이어로 활용한 것처럼 엄원상에게 이청용이나 아마노 준의 파트너 역할을 맡기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이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박스 투 박스 유형의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에게 매우 공격적인 역할을 줘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제로 톱 전술을 쓰려는 팀이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현대 축구는 역습 과정에서 승리의 열쇠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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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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