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동안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린다.

20일 오후에 열린 핀란드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아이스하키 남자 결승전(핀란드 2-1 승리)을 끝으로 공식 경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마지막 경기일정은 이날 진행된 봅슬레이 남자 4인승 3-4차 시기(팀 원윤종, 팀 석영진)였다.

개막 전부터 대회 기간 내내 여러 이유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호평보다는 혹평이 더 많은 대회였다. 대회 운영을 포함해 베이징 올림픽이 남긴 것은 무엇인지 키워드를 통해 돌아보려고 한다.

[대회 운영]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황대헌의 이 상황을 심판은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황대헌의 이 상황을 심판은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 연합뉴스

 
202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동계올림픽이 개최됐다. 이때와 마찬가지로 올겨울 베이징에서도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해외 관중을 수용하지 않은 채 대회가 펼쳐졌다.

지난해부터 철저한 방역을 강조해 성공적인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던 중국의 자신감과는 달리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미디어 관계자, 대회 참가국 선수단 등 불편함을 토로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특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인 선수들이 제공되는 식단이 다소 부실하다고 밝혀 논란이 커졌다. 올림픽을 위해 4년간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경기 운영도 매끄럽지 않았다. 쇼트트랙, 스키점프 등 일부 종목에서는 판정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 나섰던 황대헌(23·강원도청)과 이준서(22·한국체대) 모두 페널티를 받아 결승행이 무산됐고, 이에 대한민국 선수단이 베이징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강국] 자존심 지킨 대한민국 쇼트트랙, 메달 휩쓴 독일 썰매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쇼트트랙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남자 1500m에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를 제치고 1위로 통과한 황대헌과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결승에 오른 여자 1500m서 아쉬움을 털어낸 최민정(24·성남시청)이 금메달을 따냈다.

또한 여자 1000m(최민정), 여자 3000m 계주와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총 5개의 메달로 네덜란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1위로 일정을 끝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대표팀의 사정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썰매 종목에서는 독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루지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품더니 스켈레톤, 봅슬레이에서 5개의 금메달을 추가해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만 무려 9개의 금메달이 독일에게 돌아갔다.

특히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봅슬레이 남자 2인승, 4인승에서 2관왕을 차지한 팀 프리드리히가 이번 대회서도 남자 2인승, 4인승서 정상에 올라 올림픽 봅슬레이 역사상 2개 대회 연속 2관왕이라는 최초의 기록을 작성했다.

[러시아] 떳떳하지 못했던 메달, 또 다시 불거진 논란
 
 여자 피겨의 신성에서 여제 등극을 꿈꾸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연습링크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쇼트프로그램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2022.2.14

여자 피겨의 신성에서 여제 등극을 꿈꾸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연습링크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쇼트프로그램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핑 스캔들로 IOC의 징계를 받은 이후 '러시아'라는 이름도, 국기와 국가도 올림픽에서 찾아볼 수 없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또 같은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 어린 나이임에도 4회전 점프를 소화하는 등 피겨 유망주로 주목 받던 카밀라 발리예바(16)였기에 파장이 더 컸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지난해 12월 도핑 테스트서 발리예바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급하게 청문회를 연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발리예바의 여자 싱글 경기 출전을 허락했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판결 이후에도 그녀의 기록을 무시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심적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발리예바는 4위의 기록으로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환영 속에 러시아로 돌아갔고, 이번 논란에 대한 조사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언제쯤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도전 정신] 출전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선수들

누군가에게는 금메달이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밟는 것에 의의를 두는 선수들도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도전 정신을 발휘한 선수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이티 두 국가는 2022년 베이징 대회서 첫 동계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크 압디(24)는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경기에서 전체 89명 가운데 44위를 기록, 궂은 날씨 속에서도 완주에 성공했다.

영화 <쿨러닝>으로 알려진 자메이카의 썰매는 1998년 나가노 대회 이후 24년 만에 시동을 걸었다. 열악한 환경과 코로나19의 영향 등 악조건 속에서도 썰매 대신 자동차를 밀며 훈련을 멈추지 않은 자메이카 대표팀은 남자 2인승, 4인승 경기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레이스를 펼쳤다. 이들에게 메달 획득 여부,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2018년 대한민국 평창, 2021년 일본 도쿄, 2022년 중국 베이징까지 동아시아에서 차례로 진행된 올림픽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제 전세계인의 시선은 유럽으로 향한다.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프랑스 파리,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이탈리아 밀라노가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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