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이 연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5일 수원 kt전, 17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이 연기됐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이 연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5일 수원 kt전, 17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이 연기됐다. ⓒ 연합뉴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코로나19 대확산에 대한 안이하고 무능한 대처로 위기를 자초했다. 전례없는 확진자 속출에도 리그 강행을 이어가려다가 여론의 반발로 뒤늦게 중단했지만 이미 선수와 팬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KBL은 지난 16일 리그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원래 18일부터 국가대표 일정으로 인한 리그 휴식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틀을 앞당긴 것. 이 기간에 예정되어 있던 정규리그 경기들은 모두 편성이 연기됐다.
 
프로농구는 새해들어 코로나19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지난 15일에만 3개 구단에 걸쳐 총 두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농구계에서 나온 확진자만 50명에 육박하고 있다. 프로 10개구단 중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구단은 대구 한국가스공사뿐이다. 사회적으로도 일일 확진자 수가 9만 명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 그럼에도 KBL은 최소한의 정상적인 경기운영이 가능한 엔트리만 채우면 리그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매뉴얼을 고집해왔다.
 
결국 지난 15일 울산 현대모비스-서울 SK전에서 결정타라고 할만한 대형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현대모비스는 SK전을 앞두고 선수단 전체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 당일 2명이 확진 판정을, 스태프 포함 6명이 재검사 필요 통보를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즉시 KBL에 경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KBL은 규정상 '확진자와 양성자만이 경기 제외 대상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상태로 엔트리 구성이 가능해 경기 연기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우려가 현실로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대모비스의 재검대상자들이 16일 PCR 재검사 결과 대거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덩달아 전날 경기를 치른 상대 팀 SK 선수단도 PCR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전원 음성 판정이 나오기는 했지만 며칠간 마음을 졸여야했다. 농구는 밀접한 거리에서 신체접촉이 불가피한 종목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대책없이 경기를 강행하면서까지 선수들을 위험에 밀어넣은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선수들도 KBL 행정에 불만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수원 kt의 허훈은 SNS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요? 선수 건강 문제는 신경도 안 써주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승현(오리온)도 "이게 맞는 건가요. 코로나 제발"이라고 쓰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많은 스타급 선수들이 릴레이로 SNS를 통하여 목소리를 내며 KBL의 무리한 행정을 비판하는 데 동참했다. 농구 팬들도 '#kbl우리선수들을지켜주세요'란 해시태그를 달며 선수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로서 프로농구가 언제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019-20시즌이 우승팀을 가리지 못하고 조기종료된 사례가 있지만, 그때보다 지금의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2년 전에는 불안감은 컸지만 KBL 내부의 방역관리는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리그 중단은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들의 반응까지 고려한 '선제적 조치'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에는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전례없는 확진자 대량속출과 함께 방역관리도, KBL 행정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도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이번 사태는 KBL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불통 행정'을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KBL은 그동안 중요한 정책결정을 할 때 현장과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사태만 해도 오미크론으로 인한 확진자 속출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지만, KBL은 기존의 매뉴얼을 지키는 데만 급급했을 뿐, 구단이나 리그 구성원들과 함께 소통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KBL은 리그 중단을 넘어 이번 코로나 대확산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책임규명과 공식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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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중단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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