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55> 스틸컷

영화 <355> 스틸컷 ⓒ 조이앤시네마

 
한국 속담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속담이라지만 여자의 강인함을 비유한다고 했을 때 그리 틀린 말도 아닐테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여자와 그 마음을 이용해 출세하려는 남자의 개인 서사, 여기에 인류를 구원하려는 대의가 만나 화끈한 복수를 시작한다는 스토리는 어떨까. 
 
다시없을 캐스팅으로 완전 무장한 첩보 액션
 
영화 <355>는 미국 CIA 최고 요원이자 친구였던 메이스(제시카 차스테인)가 닉(세바스찬 스탠)과 신혼부부로 가장해 파리에서 작전을 펼치며 본격적인 대결 구도를 시작한다. 비밀리에 접선해 물건과 돈을 교환하기로 했던 것. 그러나 방해꾼 때문에 둘은 당황한다. 돈과 찾아야 하는 물건을 눈앞에서 잃어버린 메이스는 끝까지 도둑을 쫓지만 이내 놓치고야 만다. 한껏 분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지만 더 큰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닉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이후, 한때 동료였던 카디자(뉴피타 뇽오)를 호출해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작전에서 손 떼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한 메이스는 궁지에 몰린다. 하지만 이대로 두 손 놓고 지켜만 볼 수 없던 그녀는 인류를 위협하는 사상 초유의 위기가 코앞에 닥치자 최정예 블랙 에이전트를 모아 '355'라는 팀을 결성한다. 한편, 닉은 사망을 가장해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었고 잠시나마 동료 이상의 감정을 느꼈던 메이스는 배신에 치를 떨며 명예 회복과 미션 완료의 칼날을 간다.
  
 영화 <355> 스틸컷

영화 <355> 스틸컷 ⓒ 조이앤시네마

 
세계 정상급 여성 배우가 집결한 영화 <355>는 성별만 바꾼 게 아닌 진한 시스터후드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이 주인공이 되어 남성의 도움 없이 전 세계를 구하는 여성 서사다.

<인터스텔라>, <마션>, <제로 다크 서티>, <미스 슬로운> 등에서 명석한 두뇌와 강인한 리더십을 모습을 보여준 제시카 차스테인은 전작 <에이바>를 통해 여성 킬러 이야기에 관심 가졌었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직접 여성 첩보원 소재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기획된 만큼 제작자로 나섰으며,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사이먼 킨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녀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남자 배우들이 잔뜩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왜 여성 배우와는 이런 작업을 하지 않는지에 의문을 품었고 실행에 옮겼다. 다국적 여성 모두가 주인공이며, 남성 임금과 차별받는 상황을 해소하고 싶다는 논리였다. 그 때문인지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축으로 서사와 액션을 이끌어 간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을 가진 멋진 여성 캐릭터가 또다시 탄생했다.

과거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믿었던 과격하고 아드레날린 터지는 액션을 여성 주축으로 펼친다. 전 세계 최고의 여성 요원이 총출동했다고 봐도 좋다. 실제 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40대 인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캐스팅이다. 독일 BND 요원 마리(다이앤 크루거), 영국 MI6 출신 해커 카디자(루피타 뇽오), 중국 MMS 린 미성(판빙빙), 그리고 어쩌다 사건에 얽히게 된 콜롬비아 정신과 의사 그라시엘라(페넬로페 크루즈)까지 모였다. 처음에는 서로 적이었지만 이내 친구가 되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이해와 공감, 연대를 이어간다.
 
독특한 제목 '355'의 비하인드스토리
 
 영화 <355> 스틸컷

영화 <355> 스틸컷 ⓒ 조이앤시네마

 
비공식 합동작전을 벌이는 팀 355라는 독특한 제목 의미는 존경의 뜻을 담아 탄생했다. 18세기 미국 독립 전쟁 시기에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던 실제 여성 스파이 코드네임 355에서 따왔다. 조지 워싱턴의 첩보 조직 '컬퍼 스파이링'(culper spy ring)의 핵심 인물이며 코드네임 355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정체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현재 명예의 상징이 된 실존 인물이다. 여성 정보기관은 종종 서로를 355로 부르며 서로를 명예롭게 한다.
 
내내 멋지고 화려한 것이 한데 모여 있어 눈이 아릴 정도다. 다만 수려한 외모와 능력을 가진 평균 연령 40대 다국적 여성 캐릭터는 서사의 개연성과는 별개라 아쉽다. 캐릭터는 멋지지만 어느 영화의 누가 생각나는 정형화된 설정으로 예측 가능한 한계점이 보이기도 한다.

여성판 본 시리즈나 007 시리즈 등 첩보 스타일을 표방하지만 화려한 캐스팅에 반해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오션스8>,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의 단점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특히 판빙빙의 따로 찍어 합성한 듯 부자연스러운 케미, 노골적인 중국문화 끼워 넣기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다시없을 캐스팅이 모든 것을 상쇄한다. 글로벌 범죄 집단을 쫓는 설정 때문에 파리, 영국, 모로코, 상하이 등으로 옮겨 가며 보여주는 풍경이 스크린을 통해 여행 못지않은 대리만족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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