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출전권을 따내고 귀국한 루지 국가대표 선수단.

전종목 출전권을 따내고 귀국한 루지 국가대표 선수단. ⓒ 대한루지경기연맹 제공

 
평창 올림픽 이후 유니폼을 벗엇던 루지 선수. 다시 선수로 돌아왔지만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정강이뼈가 드러날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결국 한국으로 귀국한 선수는 부상투혼을 딛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올림픽으로 가는 길이 누구보다도 파란만장했던 루지 임남규 선수의 이야기다. 26일 오후 열린 루지 국가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임남규 선수는 "끝까지 해보고 싶어서 다시 비행기를 탔다"며 부상 투혼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이야기를 전했다.

임남규 선수를 비롯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네 명의 선수는 모두가 '백전노장'이다. '귀화 선수' 에일린 프리쉐는 훈련 도중 큰 부상을 입었지만 힘든 재활을 마치고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다.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박진용-조정명 듀오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권을 조심스레 노린다.

"서로 모두 반대인데, 왜 세 번의 올림픽 같이 나갔냐고요?"

이번 올림픽 출전에 앞서 한국 루지는 사상 최고 성과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남자 더블런(2인승), 남자 싱글런(1인승), 그리고 여자 싱글런까지 모든 개인 출전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열린 1차 월드컵에서 단체전 6위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치, 평창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인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루지 더블런 박진용·조정명 선수는 "세 번째 올림픽에서는 메달권까지 노리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소치 올림픽 때는 18등으로 시작했던 순위가 평창 대회 때는 9위까지 올랐기에 이번 올림픽에서는 더욱 큰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용 선수는 "세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부족한 부분들을 세세하게 보완했기에 이번에는 더욱 큰 도전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조정명 선수 역시 "세 번째 올림픽이니 긴장감이 덜하다"며 "특히 평창 때는 꼴등이었던 스타트 기록을 보강했으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베이징 옌칭 코스에 대한 평도 이었다. 박진용 선수는 "옌칭 코스가 보기에는 어렵게 보여도 탔을 때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며 "다만 루지는 한 번 실수가 있으면 성적이 나오기 어려운 종목인데, 12번·13번 커브가 실수하기 쉬운 커브라 조심해야 할 것 같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조정명·박진용 서수는 성격이 반대란다. 그런데도 세 번째 올림픽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뭘까. 조정명 선수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보니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용 선수 역시 "모든 면에서 정명이랑 반대인데, 루지 하나만 보고 운동을 했기에 지금까지 온 것 아닐까"라면서 "오히려 서로 변화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로에게 전하는 말도 이어졌다. 박진용 선수는 조정명 선수에게 "열심히 했으니 좋은 성적 있을 것"이라고 덕담했고, 조정명 선수는 반대로 "해왔던 대로, 긴장하지 않고 재미있게 잘 마무리하자"며 박진용 선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태극 네일' 에일린 프리쉐 "기회 주신 한국에 감사하다"
 
 에일린 프리쉐 선수는 손톱에 '태극마크'를 새길 정도로 한국 사랑을 보였다.

에일린 프리쉐 선수는 손톱에 '태극마크'를 새길 정도로 한국 사랑을 보였다. ⓒ 대한루지경기연맹 제공

 
'귀화 선수' 에일린 프리쉐 선수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9년 2월 열린 루지월드컵 8차 대회에서 썰매가 전복되면서 꼬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다시 썰매에 앉기까지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에일린 프리쉐 선수는 "팀의 의무트레이너, 재활센터의 치료사, 의사 분들 덕분에 잘 극복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양손에 후유증이 남아있다. 에일린 프리쉐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라며 베이징 올림픽 싱글런에서는 현실적으로 15등 안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에일린 프리쉐는 "평창 때는 홈이었기에 많은 훈련이 가능했지만, 베이징은 그렇지 못한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톱 네일아트까지 태극마크로 장식한 에일린 프리쉐 선수는 이제 완전한 한국인이다. 인터뷰 역시 한국어로 진행하려 애쓰는 등, 4년 전 평창 때보다 더욱 깊어진 한국 사랑을 뽐내기도 했다. 에일린 프리쉐 선수는 "올림픽 참가라는 기회를 준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라며 웃었다.

"정강이뼈 드러났던 부상, 다시 해보고 싶었다"
 
 임남규 선수의 2020년 모습.(Wikimedia Commons, CC-BY 4.0)

임남규 선수의 2020년 모습.(Wikimedia Commons, CC-BY 4.0) ⓒ Sandro Halank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해 연맹의 지도자로서 근무했던 임남규 선수는 연맹의 설득 끝에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하지만 올림픽 시즌에 나서 6차 월드컵을 준비하던 더중 정강이뼈가 보일 정도의 큰 부상을 당했다. 

임남규 선수는 "올 시즌이 선수 생활 도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 부상으로 응급실에 가서 병원에 이틀을 더 있었다. '이제 끝인가' 싶었다"라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귀국했던 임 선수는 치료를 받고 3일만에 다시 출국길에 올라야 했다. 8차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은퇴를 했던 임남규 선수가 다시 트랙 위를 누비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임남규 선수는 "올림픽 무대를 한 번 더 나가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지만, 루지라는 종목의 스피드를 좋아하는 것이 컸다"고 답했다. 

임남규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 목표에 대해 "개인전에서 아시아 남자 선수들 중 최고 기록인 20위권에 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단체전 역시 1차 월드컵 때 6위를 했으니 올림픽에서 더욱 높은 기록, 메달권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2월 5일 이남규 선수의 남자 싱글 런 경기로 대회를 시작한다. 이어 7일부터 에일린 프리쉐 선수의 여자 싱글 런, 9일 박진용-조정명 선수의 더블 런이 이어진다. 선수들은 10일 팀 계주까지 마치고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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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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