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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1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예비후보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그는 '부인과 매일 아침 함께 출근하다 지금은 혼자 출근할 수밖에 없다'는 유족의 말에 2014년 과로사한 여동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이 지사의 여동생도 청소노동자였다.
 2021년 7월 11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예비후보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그는 "부인과 매일 아침 함께 출근하다 지금은 혼자 출근할 수밖에 없다"는 유족의 말에 2014년 과로사한 여동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이 지사의 여동생도 청소노동자였다.
ⓒ 이재명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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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어린 나이에 산재를 당했다. 생계 문제로 고향에서 성남으로 이사한 뒤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에 팔이 찍힌 것이다. 다른 가족들은 청소노동자로, 간병인으로, 우리 사회 여느 장삼이사들처럼 생계를 꾸렸다고 한다. 자신의 아픈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이 후보는 먹고사는 문제로 고단한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 보인다.

실제 경기도지사로 재직 시절 그는 취약 노동계층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 힘을 쏟았다. 경기도청에 '노동국'이라는 부서를 만들어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계층을 위한 정책을 기획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권익센터를 세워 경기도민들이 일터에서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를 당하면 상담과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코로나19 확산과 기술 발전으로 택배기사나 대리운전기사처럼 장시간 노동에 이동이 잦은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자 이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동노동자 쉼터를 만들었다. 안전을 위협받는 배달라이더의 산재보험료도 지원했다.

'억강부약'이라는 그의 노동철학에 기반해 시행된 일련의 정책 경험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같은 노동 관련 망언과 뚜렷하게 대비되며 더 돋보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그의 노동정책의 큰 그림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도지사 이재명과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가 지난해 12월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층 전시공간에서 열린 고 김용균 3주기 추모 사진전을 살펴본 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로부터 정책제안서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가 지난해 12월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층 전시공간에서 열린 고 김용균 3주기 추모 사진전을 살펴본 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로부터 정책제안서를 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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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정수당의 지급과, 경제적 위기 상황에 놓인 생계곤란 노동자나 자영업자들처럼 일하는 이들에게 건강보험으로 유급병휴가를 주는 상병수당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신선하긴 했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지급되는 '공정수당'이나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상병휴가' 만으로는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 사업장의 취약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이나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긴 어렵다.

대선을 40여 일 앞둔 지금 이재명 후보는 본격적으로 약 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약 580만 명이 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이나 차별 해소를 위한 큰 그림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후보가 방송토론이나 시민사회단체의 노동 현안과 관련된 정책질의에서 밝힌 입장을 살펴보니 걱정이 앞선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논쟁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의 핵심 과제인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차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즉각적 근로기준법 차별 철폐에 선을 그었다. 앞서 참여연대를 비롯해 전국 95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구성한 '불평등 끝장 2022대선 대선유권자네트워크(불평등끝장넷)'는 주요정당 대선후보들에게 취약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차별 해소를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차별 적용을 폐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 후보 측은 명확한 동의 없이 '사회적 합의와 지원 대책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기법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 연장이나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해도 1.5배를 가산해 초과수당을 받을 수 없다. 연차휴가도 못 받는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하소연 할 곳은 없다. 직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해도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다.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분명 노동자인데,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에서, 그것도 핵심 조항이 적용 제외된다.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국가의 근로감독 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불가피하게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 적용 제외가 합당하다고 판정하면서도, 근로기준법의 확대 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진적 제도개선으로 인한 부득이한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는 국가가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적용하고 제도를 개선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보수·진보 정부 할 것 없이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초과근로가산, 연장근로한도 위반 등 주요 근로기준법 조항 적용은 계속 미뤄졌다.

이재명 후보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동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노동자 산업안전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엔 적용되지 않는다. 약 580만이 넘는 노동자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산재사고의 30% 가까이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일어나는데도 말이다.

이재명 후보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을 주저하는 것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주를 이루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영세 사업주의 부담을 이유로 계속해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미루는 것은 영세사업주의 부담을 노동자에게 지게 해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꼭 묻고 싶다. 왜 영세사업주의 부담을 모두 노동자가 감내해야 하는가.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해서 초과노동에 대한 가치가 5명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그것과 다르게 취급받을 이유가 어디에 있나. 

비정규직 해결에 있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이행 비정규직 공약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실행 과제에 대부분 찬성했으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민간 대기업 확대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이행 의지가 의심"된다 비판했다.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이들의 차별을 해소하는 강력한 법적 규제가 없이 공공입찰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도로 민간에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한 공정수당 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순진하다. 법적 규제가 없다면 민간기업은 계속해서 비정규직을 남발할 것이다. 그게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설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장에서 노동자들이 108배를 하고 있다.
 2021년 1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설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장에서 노동자들이 108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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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가 떨어질까봐 두려운가? 분노와 냉소는 두렵지 않은가?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장시간 동안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갈아 넣어 유지하는 우리 사회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장시간 저임금으로 가장 고통받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을 제한해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는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분명 논쟁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자영업자나 영세사업주들의 불만으로 표가 떨어질까봐 두려운가? 온갖 차별에도 묵묵하게 사업주와 고객의 비위를 맞추며 고단한 생계를 꾸려온 영세사업장 580만 명 노동자들의 분노와 냉소는 두렵지 않은가? 영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법제도 시행과정에서 보호하고 지원하되 그마저도 배제됐던 5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 취약 노동자들을 이제라도 보듬어야 한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해서 부당해고와 직장 갑질을 무조건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초과노동에 대한 보상, 휴식권, 노동인권 보호는 가장 기초적 권리로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노동존중 사회가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동철씨는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부천상담소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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