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도 하기 전에 논란에 휘말렸다.

영국 유력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0일(현지시각) "월드컵이 피로 물들었다"라며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의 열악한 근로 작업 여건 탓에 6500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처음으로 중동 지역에서, 그것도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8개의 축구 경기장을 신축 및 보수하고 숙박시설과 도로 등을 짓는 등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이 작업에는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됐다. 

중동의 무더위 속에서 혹사당했는데... '자연사' 처리 

카타르 측의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약 50명의 노동자가 업무상 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최소 650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이번 월드컵을 주관하는 카타르 정부와 FIFA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데일리메일>은 "카타르 월드컵 노동자들은 섭씨 40도가 넘는 중동의 무더위 속에서 충분한 물과 휴식을 제공받지 못했다"라며 "숙소 시설도 부실한 데다가 월급은 200파운드(약 32만 원)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열사병이나 심정지 등으로 사망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는 이들의 구체적인 사망 인원과 원인 등을 조사하지 않고 '자연사'로 처리하고 있으며, FIFA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관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은 2015년에도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상에서 일하는 이주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명의 위협과 터무니 없이 낮은 임금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카타르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리고, 더운 날씨에는 야외 노동을 금지하는 등 뒤늦게 개선책을 내놓았나 사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떠나지 못하는 이주 노동자들 
 
 작년 3월 노르웨이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이주 노동자 혹사 항의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작년 3월 노르웨이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이주 노동자 혹사 항의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투입되었다가 숨진 이주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바룬 기미레 변호사는 "우리가 좋아하는 축구를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다"면서 "FIFA는 월드컵 개최할 때마다 30억 파운드(약 4조 9000억 원) 넘게 벌어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피가 흥건하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노르웨이와 독일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해 3월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축구장 안팎의 인권을 위해'(Human Rights - On and off the pitch)라고 적은 티셔츠를 입고 나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노동자들은 카타르를 떠날 수 없다. 필리핀 출신의 한 이주 노동자는 "고향에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카타르로 몰리고 있다"라며 "나도 당분간 카타르에 계속 머물며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카타르월드컵 국제축구연맹 이주 노동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