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패싱> 스틸컷

넷플릭스 <패싱> 스틸컷 ⓒ 넷플릭스

 
테사 톰프슨, 루스 네가, 안드레이 홀런드 주연의 영화 <패싱>이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이다. 제목을 상징하는 '패싱'은 백인과 비슷한 외모와 피부색을 가진 흑인이 백인 행세를 하는, 즉 정체성의 탈바꿈을 뜻한다.

겉으로는 백인처럼 보이지만 흑인의 정체성을 가진 클레어(루스 네가)는 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 경제 호황과 기술 발전을 누리던 소비 만능주의에 자연스럽게 편승했다.
 
당시는 흑인 문화(재즈, 시, 소설, 뮤지컬 등)도 인구 폭발과 함께 늘어나던 시기다. 깨어 있는 백인들과 교류하며 자신들의 문화의식을 높였다. 하지만 여전히 '흰 것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기도 해 스스로를 힘겹게 속이는 게 힘에 부친다. 하지만 겉으로 클레어는 백인행세는 엄청나게 쉬운 거라며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패싱> 스틸컷

넷플릭스 <패싱> 스틸컷 ⓒ 넷플릭스

 
클레어는 흑인 할렘가 중에서도 가난한 집에 태어났지만 축복인지 불행인지 흰 피부와 아름다운 외모 덕에 신분을 숨기고 백인 상류층과 결혼했다.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하지만 남편(알렉산더 스카스카드)의 지긋지긋한 흑인 혐오 발언과 행동을 마치 백인인 양 웃어넘기기는 게 지긋지긋하다. 남편은 아내의 과거를 모르고 그저 피부가 점점 검어진다는 뜻에서 '까미'는 애칭으로 그녀를 부른다.

그러던 중 12년 만에 동창 아이린(테사 톰슨)을 만나며 해방감과 욕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아이린은 의사 남편 브라이언(안드레 홀랜드)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전형적인 흑인 중산층으로 안정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갑자기 나타난 위험인물 클레어는 아이린의 최대 적이다. 클레어는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남편은 두 아들이 미국에서 자신처럼 사는 것을 참지 못해 브라질로 이주하려 하지만 아이린의 반대로 좌절되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넷플릭스 <패싱> 스틸컷

넷플릭스 <패싱> 스틸컷 ⓒ 넷플릭스

 
원작과 영화 모두 12년 만에 시카고 백인 전용 고급 호텔의 루프탑 카페에서 '패싱' 한 클레어를 처음 만나면서 시작한다. 1929년 동명의 '넬라 라르센'이 쓴 소설이다. 이후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클레어는 아이린의 곁을 맴돌고 흑인 문화로 이끌리는 경계의 드나듦이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각색에 크게 손을 댄 것 같지 않고 텍스트를 영상으로 수려하게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피부색과 출신을 속인다는 소재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지난해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지만 직접 볼 기회가 없었던 터라 내심 넷플릭스에 올라오길 기다렸다. 그 사이 원작을 읽기도 했다. 원작도 뛰어나지만 영화는 배우 레베카 홀이 연출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구현했다. 흑백과 4:3 비율은 신의 한수다. 어쩐지 연기보다 연출작을 더 보고 싶을 정도였다.
 
패싱이란 제목답게 피부색을 구별하기 힘들어서 더욱 아름답고 찬란했다. 무엇보다 흑인의 DNA를 겉과 안 모두 속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두근거렸다.
 
꽉 찬 화면비 때문인지 흔들리는 아이린의 심리 상태가 더욱 불안하고 절망적으로 와 닿았다. 마지막 장면은 소설도 영화도 모호해서 더 매력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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