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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

이는 질 나쁜 재료로 만든 화폐(악화)와 금화 같은 화폐(양화)가 법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보장받게 되면, 결국 시장에서 악화만이 유통된다는 경제학의 금언이다. 악화를 발행해 외국 화폐를 지배하고자 했던 16세기 영국 관료의 이름을 따 '그레셤의 법칙'이라고 명명되었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실을 이 금언만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건 없을 성싶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중국의 격언과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우리 교육 현장에 도입되는 순간 이내 변질이 되어 부작용만 양산되는 현실을 설명하기에 맞춤한다.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하나만 꼽자면, 교육에 대한 불신만 양산한 채 취지가 무색해진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표적이다. 수능 위주의 대입 전형이 수업을 파행으로 내몰자 공교육 정상화를 내걸고 도입된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당시 내신 성적을 비롯해 비교과 활동 등 3년간의 학교생활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에 모두 공감했고 지지했다. 하지만 그것은 섣부른 환호였다.

학교마다 경쟁적으로 부풀리기가 만연했고, 수업을 잘하는 교사보다 학생부를 잘 '마사지'해주는 교사가 유능하다는 평판을 얻게 됐다. 학생부 작성을 돕는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여전히 성업 중이다. 부화뇌동하듯, 아이들이 가져온 자료를 그대로 '복붙'하는 교사들도 많다. 어느덧 학생부종합전형은 '탱자'가 돼 버렸다.

귤과 탱자, 악화와 양화가 얽히고설킨 학교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몰라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만 보는 무기력한 곳이 됐다.

부작용 더 큰 스마트폰

양화를 구축한 악화의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 하나. 바로 스마트폰이다. 도발적으로 느껴질 테지만, 23년 차 교사의 경험과 양심을 걸고 단언하건대, 스마트폰은 적어도 학교에서는 퇴출해야 마땅한 물건이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과 편리함은 외려 학교 교육의 '적'이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활용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즐겁게 수업하는 교사가 물론 있다. 요즘 교실마다 컴퓨터는 기본이고 스마트폰과 동기화할 수 있는 스마트 TV, 빔프로젝터 정도는 모두 갖추고 있다. 거칠게 말해서, 장비가 부족해 수업을 못 한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아이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 스마트폰이 유용한 도구라는 걸 부정할 순 없다. 모둠 활동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 쌍방향 소통이 필요한 경우라면 스마트폰이 집중력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일방적 강의식 수업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편이라고 말하는 교사도 있다.

그러나 그럴 때뿐이다. 일과 중에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한 온갖 부작용을 막아낼 재간이 교사에겐 없다. 설령 수업 시간에 유용하다고 한들 부작용과 비교하긴 어렵다. 이미 몸의 일부가 된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행동을 조종하는 머리로 군림하고 있다.

수능과 수시 합격자 발표가 끝난 지금, 고3 교실은 '스몸비(스마트폰+좀비)'들의 천국이다. 아침에 아이들은 가방 없이 달랑 스마트폰만 손에 쥐고 등교한다. 교실 책상에는 교과서는커녕 소설책 한 권이 없다. 하교할 때까지 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스마트폰만 손에 쥐면 아이들의 동작은 그대로 멈추고 교실과 복도는 적막에 휩싸인다. '콩나물(무선 이어폰)'까지 귀에 꽂으면, 말 그대로 모든 대화와 이동은 자발적으로 중지된다. 바로 옆 짝꿍과의 대화도 카톡으로 나누고 일절 입을 열 일이 없으니 교실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교실에서도, 급식소에서도 아이들은 '콩나물'을 귀에 꽂은 채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점심 급식을 먹는다.
 교실에서도, 급식소에서도 아이들은 "콩나물"을 귀에 꽂은 채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점심 급식을 먹는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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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능이 끝난 고3만의 문제일 리도 없다. 언뜻 십중팔구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듯 보인다. 수업 시간을 제외하곤 아이들은 스마트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면서도, 복도에서 교사와 마주칠 때도 아이들의 시선은 늘 스마트폰을 향해 있다. 

점심시간 급식소에서 배식을 받을 때조차도 한 손엔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식판에 밥과 반찬이 제대로 놓이는지 아예 관심 없다는 듯 스마트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식탁에 앉고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그들은 식탁 위에 세워놓고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식사를 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연신 키득거리는 통에 밥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까 걱정스럽다. 음식 맛을 느끼기는커녕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기는 할까 싶다. 얼마 전 한 아이가 스마트폰만 있으면 배고픔조차 잊게 된다더니 그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님을 알겠다. 

스마트폰은 공부할 시간만 빼앗는 게 아니라 식사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식당에 외식하러 온 가족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단 한 마디 나누지 않는 건 언제부턴가 그다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학교 급식소라고 다를 바 없다.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배식 받는 것조차 잊어버린 아이들이 늘어만 간다.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배식 받는 것조차 잊어버린 아이들이 늘어만 간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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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함께 웃으며 식사하는 고3 선배들을 마냥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고1, 고2 후배들의 표정이 외려 안쓰럽다. 방역지침에 따라 한 칸씩 떨어져 앉도록 강제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선배들 바로 옆에서 흘깃흘깃 보면서 식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선생님, 우리도 고3 형들처럼 스마트폰을 일과 중에 사용하게 해주면 안 되나요? 정 힘들다면 점심시간만이라도요."

고1 한 아이가 다가와 시샘 어린 눈빛으로 건넨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법 조항을 들이대며 요구했다면 교사로서 허락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담배 못지않은 스마트폰

학교 규정의 상위법인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스마트폰 소지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명문화돼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광주광역시 학생인권조례의 스마트폰 관련 조항을 잠깐 소개하면 이러하다. 
 
제12조 제6항. 학교는 학생의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의 소지 자체를 금지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육활동과 학생의 수업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제15조 제4항의 절차에 따라 정한 학교의 규정으로 전자기기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 

학교 규정에 따라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조건으로 내건 조항을 영악하게 걸고넘어지면 교사로선 막을 방법이 마땅찮다. 제15조 제4항에 학교는 학교 규정의 제정 및 개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수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교마다 규정이 달라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일과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등교 후 학급별로 수거해 보관하는 방식으로 통제한다. 방과 후 다시 분출하는 식이어서 교사로선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게다가 분실의 위험까지 상존한다.

그러다 방역지침이 강화되면서 개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스마트폰 수거와 분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예상대로 부작용이 속출하자 교실 내 손 소독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다시 수업 시작 전 수거하는 방식으로 되돌렸다. 다행히도 아이들의 반발이 그리 크진 않았다. 

그들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몇몇 되바라진 아이들은 수거용 스마트폰 말고 실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한 대 더 가지고 있다. 그들 중에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는 경우도 있다. 이태 전엔 스마트폰을 분실했다고 등교를 거부한 아이도 있었다.

그랬던 아이들이라 고3 선배들이 일과 중에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자 한꺼번에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수능 전까지는 고3도 예외는 아니었다. 통제가 하루아침에 풀리자 마치 분풀이하듯 스마트폰에 더욱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스마트폰을 마음껏 쓰고 싶어 빨리 고3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고1 한 아이의 철부지 행태가 씁쓸하기만 하다. 

이럴진대 일과 중 스마트폰 사용을 보호받아야 할 학생 인권이라고 명토 박는 건 뜬구름 잡는 주장일 뿐이다. 일부 인권 단체 활동가들은 통제가 능사가 아니며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또한 '공자님 말씀'이다. 그들에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금언을 들려주고 싶을 뿐이다. 

하여 감히 제안한다. 학교에서 일과 중에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일절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해 달라. 마음 같아서는 아이들이 애초 스마트폰을 가지고 등교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아니, 일정한 나이가 되기까지는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없도록 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흔히 담배를 두고 백해무익하다고 말한다. 단언하건대, 학교 교육에서 스마트폰도 담배 못지않다. 엊그제 내년 한 해 고1을 책임지는 학년부장 보임을 받았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머릿속에 대강 정리하고 있는데, 맨 먼저 떠오른 단어가 바로 스마트폰이었다.

아이들의 금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학부모와 교사의 금연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건 당연지사다. 쉽진 않겠지만, 고1 담임교사부터 일과 중 스마트폰을 꺼두도록 끝까지 설득할 것이다. 그러자면 내 스마트폰부터 자물쇠를 채워두어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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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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