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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나들이 뒤 우편함을 살펴보니 한 통의 편지가 꽂혀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손가방에 넣은 뒤 글방 책상에 앉아 뜯어보니 1979학년도 이대부고 1학년 3반 담임 때 제자 이종호 선생이 보낸 생일카드였다.

참 오랜만에 받은 손 편지로 쓴 카드였다. 겉그림은 나비 문양이었고 속지 문안은 손으로 쓴 의례적인 문구로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2년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집필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제자가 보낸 생일 축하 카드
 제자가 보낸 생일 축하 카드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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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날 참 흔했던 카드였지만 이즈음은 매우 드문 손으로 쓴 카드라 무척 고맙고 반가웠다. 그런 마음에 곧장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생일 축하 카드 잘 받았네. 감사!!!"

그러자 잠시 뒤 답이 왔다.

"제 손 글씨가 좀 나아졌는지 모르겠네요. 암튼 다시 한 번 생신 축하드립니다."

나는 그 답장을 보고 42년 전 그 시절을 추억했다. 그때 나는 고교 국어교사로 한 학기에 한두 번씩 노트 검사를 했다. 그때 이종호 학생의 노트를 돌려주면서 글씨가 삐뚤다고 반듯하게 쓰라고 꽤 잔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글씨는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는 등의 골동품 훈장 같은 얘기를 잔뜩 늘어놓았다.

그 학생은 내 잔소리를 다 듣고 난 뒤 항변했다.

"선생님! 앞으로는 사람들이 손으로 글씨를 쓰는 시대가 가고, 기계로 쓰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의 말대로 지금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손으로 쓰는 게 아니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웬만한 학생 같으면 케케묵은 꼰대 훈장의 잔소리에 삐쳐 이후 연락도 없을 텐데 그는 달랐다. 그 이후 오늘까지 내가 조기퇴직한 뒤 강원 산골마을로 내려와 구석구석 이사한 곳마다 내 집을 추적하면서 방문해 주거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면 거의 빠트리지 않고 카드를 보내주는 아주 드문 애제자다.

한 친구가 그랬다. 늙으니까 손 전화의 스팸문자도 귀해졌다고. 그게 세상인심이요, 세태다. '백세시대'라고 호들갑이지만 오늘 우리는 '장수는 결코 축복이 아닌' 활기를 잃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초록색 봉투의 그 귀한 카드를 곧장 휴지함에 넣지 않고, 다시 원래 봉투에 넣은 뒤 귀중 편지함에 넣었다. 그런 뒤 '카톡'으로 그에게 답장했다.

"자네, 많이 발전하셨네. 감사!!! 박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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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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