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올해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쓴 소리를 들은 예능을 꼽자면 MBC <나 혼자 산다>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랜기간 MBC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사랑 받으며 2명의 '대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최근 들어선 잡음이 더 많이 들리기 때문이다.

특히 인기 연예인들의 호화로운 생활, 친목을 중심에 놓으면서 <나 혼자 산다> 초창기 콘셉트를 좋아했던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크게 형성했다. 이어 '출연자 왕따 논란'과 제작진의 미온적 대처까지 빚어지면서, 시청자의 질타와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를 의식했는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선 도쿄 올림픽 배구대표팀이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자 등 화제의 인물을 섭외하기도 하고 평범한 일상을 소개하는 등 변화를 도모하는 모습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지난 5일 방영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방송은 모처럼 출연한 화사의 코로나 19 백신 접종 후기에 절반 가까운 분량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미 국민의 70% 이상이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마친 만큼, 시기적으로 늦은 데다 뻔한 먹방을 더했다.  

​이날 <나 혼자 산다>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우승팀의 수장 허니제이의 일상이 전반부에 다뤄졌고 후반부는 고정 멤버이자 한동안 이 프로그램의 자리를 비웠던 마마무 화사가 나왔다.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당시 각종 통증 등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기에 2차에선 가급적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인터넷 후기를 검색해보고 앞서 접종 완료한 선배 박나래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넘쳐나는 인터넷 속 백신 접종 후기... 이제와서 지상파 소재로?
 
 지난 5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화사의 걱정을 들은 박나래는 "많이 먹게 되더라"라면서 자신만의 부작용(?)을 소개하고 백신 브랜드명을 본인 이름에 붙인 말장난 개그를 선보여 함께 자리한 무지개 회원들의 원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병원 방문 전 라면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화사는 긴장 속에 주사 바늘을 맞했지만 불과 1초 만에 모든 상황이 끝나자 허탈함+민망함을 동시에 느낀다. 이어 약국에서 각종 상비약을 싹쓸이하다시피 구입해 귀가한 그녀는 호떡, 붕어빵 등을 직접 만들어 먹으면서 후유증 극복에 온 정성을 기울인다.

​방송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앞둔 화사의 걱정스런 준비와 주사 맞은 이후의 대응 과정을 나름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백신 접종 후기는 유튜브, 개인 SNS 등지에서 벌써 수개월 전부터 다뤄진 소재다. 유명 연예인들도 개인 채널 및 V라이브 등을 통해 전달한지 오래다. 

그리고 현재 국내에선 18세 이상 연령대에선 88.9%에 해당되는 인구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상태이고 현재 3차 접종(부스터샷)도 진행되고 있다. 일반인 접종이 본격화된 8월 전후 시점이라면 모를까, 너무 늦은 타이밍일 수밖에 없다. 재빠르게 유행을 선도하기는 커녕 일반인들도 더 이상 다루지 않을 시점에 지상파 TV가 뛰어든 셈이다. 

돌고 돌아 먹방... 뻔한 카드의 재등장
 
 지난 5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이번 <나 혼자 산다>의 가장 큰 맹점은 결국 먹방이었다. 활동기와 공백기가 확연히 구분되는 연예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주사 맞고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는 출연자의 모습은 일반 접종자들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다. 

​필자는 최근까지 반년 이상 지자체 예방접종센터에 종사하면서 아침 일찍부터 백신을 맞거나 혹은 접종 직후 근무를 위해 회사로 부랴부랴 복귀하는 시민들을 상당수 목격해야 했다. 본인 또한 하루 수백명 씩 주사를 맞기 위해 찾아오는 시민들을 응대하고자 접종 다음날 휴식은 뒤로한 채 출근에 임했다. 

누군가에겐 <나 혼자 산다>가 그들만의 세상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손을 놓을 수 없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혹은 상사의 눈치 등 여러 이유로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여건에 놓인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분명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었다.

여기에 제작진이 덧붙인 '먹방'이라는 뻔한 카드의 등장은 더 큰 실망을 안겨준다. 각종 먹거리를 섭렵하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해온 출연자임을 감안하더라도 별 다른 고민 없이 예전에 해왔던 수단을 다시 활용하는 건 아이디어의 고갈, 결핍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렇다보니 심혈을 기울여 분량을 만들었다기 보단 후반부 시간 떼우기 위해 급조된 듯한 인상마저 심어주는 것이다.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기 보단 예측 가능한 방식의 재등장은 이 프로그램이 요즘 왜 부진한지를 짐작케해준다.

최근 제작진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연한 <오징어게임> 속 배우 아누팜 트리니티처럼 고단하지만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의 등장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보니 <나 혼자 산다>는 나아갈 방향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이 <나 혼자 산다>에게 바라는 점은 딱 한가지다. 바로 초심으로의 귀환이다. 먹방이나 화려한 집 구경도 좋지만 우리가 보고 싶고 기대하는 것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나혼자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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