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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7년 만에 만난 아기를 하필 코로나 시대에 낳아서 기르고 있습니다. 아기를 정성으로 키우며 느끼는 부분들을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과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기자말]
아기가 13개월에 접어든다는 것은 곧 '접종 지옥'이라고 부르시는 시기가 왔다는 말이다. 이번주에 맞아야 하는 접종은 수두와 A형 간염 1차 주사였다. 이외에도 아기가 맞아야 하는 주사들은 앞으로도 많다. 2대의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아야 한다. 작고 작은 아기에게 주사를 맞히는 것은 정말 마음이 아픈 일이다.
 
아기가 접종을 받은 내역들이 적혀 있다.
▲ 아기의 건강 수첩 아기가 접종을 받은 내역들이 적혀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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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주로 가는 병원에 예약을 하러 아내가 전화를 걸었다. 영유아검진이라고 해서 6개월마다 '아기의 발달 사항을 체크하고 질병 유무를 판단'하는 정기검진도 함께 받을 생각이었다. 

영유아 검진은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하면 받기가 힘들다. 이런 이유로 미리 이번 달에 받겠다고 예약을 해 둔 터였다. 그래서 검진과 접종은 정확한 날짜와 시간만 병원과 조율하면 될 일이었다. 근데 전화를 하고 돌아오는 아내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간단히 예약만 하면 될 일인데 표정이 어두운 건 왜일까. 궁금해서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들어보니 단번에 아내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내가 들었던 간호사님의 말씀을 전한다.

"다름이 아니고 요새 파라 인플루엔자라고... 난리거든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기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가정 보육하시는 분들도 많이 걸려서 오세요. 그래서 요즘 병원이 비상이에요. 이게 만 3살 이전 아기들은 한 번은 꼭 걸린다고 할 정도인 병이기는 한데요. 요새 유행이 심해도 너무 심해요.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거라 병원 오실 때 꼭 아기 마스크를 씌우셔야 해요. 아기가 거부해도 이번에는 안 돼요. 바이러스 유행이 너무 심각하거든요. 꼭 마스크 씌워서 오세요. 꼭이요."

아내의 말을 들으니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기에게 마스크를 일단 씌워야 병원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말 아닌가. 아기는 평소 마스크 쓰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씌우려면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다.

병원에 가기 전, 아기에게 일단 마스크를 씌우는 연습부터 해야 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마스크를 거부하는데 계속 씌우자 아기가 제일 싫을 때 하는 행동인 뒤로 발라당 누워 한없이 울었다. 싫다는데 엄마 아빠가 계속 마스크를 씌우니 아기 입장에서 화가 날 만도 했다. 아기는 서러워서인지 그 이후에도 한참을 울었다. 미치겠다.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아내와 상의를 했다.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고민하다 찾은 답은 이랬다. 첫 번째는 제일 조용한 시간에 병원을 찾을 것. 두 번째는 유모차의 비말 덮개를 씌워서 유모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 세 번째는 유모차에서 나오면 바로 한 사람은 아기의 마스크를 씌우는데 전력을 다할 것. 답은 그것뿐이었다. 어쩌겠는가?
 
아기 병원 입구의 안내 배너
▲ 병원 안내 배너 아기 병원 입구의 안내 배너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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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간호사님께 다시 전화를 걸었다. 간호사님은 혹시 아기가 예방접종을 맞고 이상 반응이 있을지도 모르니 병원을 여는 시간인 아침 9시에 오라고 했다. 우리 부부는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예약을 했다. 예약을 하고도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예약한 날 시간 맞춰 병원을 찾았다. 아기는 계획대로 유모차 안에 있는 채로 병원에 입장을 했다. 나는 영유아 검진 설문지 등을 병원에 제출하고 아기의 신상정보 안내 등을 간호사님께 전달했다. 아기 엄마는 '아기의 표정과 병원에 온 반응' 등을 살피고 있었다.

'예약이 제일 적은 시간'이라고 했던 간호사님의 말씀과는 달리 어린 아기들이 한둘씩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입장하는 아기들은 연령대가 다양해 보였다. 아기의 또래부터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아기의 이름이 호명이 되었다. 아기 엄마가 아기를 안고 나는 바로 아기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먼저 검진을 받아야 했다. 의사 분께 검진을 받는 중간중간 아기와 마스크를 씌우는 것으로 실랑이를 했다.

그때부터다. 아기는 울기 시작했다. 검진이 끝나고 주사를 맞을 때쯤에는 울 다 못한 아기가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하는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안정을 시켜도 되풀이될 일임을 우리 부부는 인지하고 있었다.

간호사님도 이 상황을 모르는 바가 아니셨다. 더 아기가 울기 전에 주사를 놓아야만 했다. 이내 노련한 손놀림으로 주사를 놓으셨다. 아내는 아기를 달래려고 주사를 맞자마자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 그리고 병원에 오신 분들에게 모두 죄송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그 모습을 보시던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아기들 요새 많이 이래요. 미안하다고 일일이 사과 안 하셔도 돼요. 죄송한 것은 저희도 마찬가지죠. 마스크를 씌우라고 했으니까요. 근데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마스크 씌우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큰일 나요. 아기가 어릴수록 더욱 그래요. 저희라고 아기들 우는 것 보고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근데 마스크는 꼭 씌워야죠. 답답한 건 서로 마찬가지죠."

문득 지난 2일자 정부의 브리핑 발표가 떠올랐다. '작년 이맘때에 비해 파라 바이러스가 420배가 폭증했다'는 내용의 질병관리청 메시지였다. 병원 현장은 그 수치를 몸으로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었다.

코로나에 파라 바이러스까지 참 조심해야 할 것도 많은 시대다. 답답함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날이었다. 아기의 영유아 검진 담당 의사님이 말씀하셨던 파라 바이러스의 예방법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파라 바이러스는 백신과 예방 접종이 없다는 것이 답답한 유행병입니다. 기본적으로 손을 자주 씻으시고 백신을 맞으셨어도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아기가 있는 집은 환기를 더 자주 하셔야 파라 바이러스를 피할 수가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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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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