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오성과 장혁이 오랜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그것도 두 배우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액션 누아르 영화다.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강릉>이 지난 1일 언론에 첫 공개 된 가운데 이 작품이 말하는 누아르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만하다.

<강릉>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개발 광풍이 불던 강릉시를 배경으로 한다. 지역 최대 건달 조직과 이들의 이권을 접수하기 위해 찾아온 살인마 간의 혈투를 다룬다. 배우 유오성, 오대환 등이 강릉 지역 조직 건달 길석과 방현 역을 맡았고, 장혁이 추심업자이자 연쇄 살인마기도 한 이민석을 연기했다.

조직 구성원 간 의리가 탄탄하고, 사업 또한 편법은 있을지언정 불법까진 저지르지 않는 길석네와 달리 민석은 극악무도하며 잔인하다. 영화는 채권추심업자의 하수인으로 지내며 물불 안가리고 살아온 민석의 과거를 짧게 제시하고, 그가 세력을 급격히 키워가는 과정과 길석 조직의 몰락을 대비시킨다.

흔히 말하는 나쁜 놈들의 대결이다. 강릉 지역에서 나름 시스템을 만들고 안정적으로 리조트 사업을 펼치던 조직에 침입자가 들어간다는 설정인데 과거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조직 폭력배 관련 서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흔히 액션 코미디로 소화된 <조폭 마누라> 시리즈 등을 영화 팬이라면 잘 기억할 것이다. 조폭과 건달 조직 미화라는 비판을 받으며 해당 장르물은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강릉>에서 과거 장르의 뉘앙스를 물씬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비교적 액션이 탄탄하고, 촬영 또한 안정적인 미덕에도 불구하고 <강릉>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자체에 의문점을 갖기 쉽다. 조폭물 이후 훌륭한 누아르 영화가 있어 왔는데 과연 <강릉>은 그 유산을 이어가고 있는 건지, 과거를 답습하고 있는 건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나름 세련된 카메라 워크와 편집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형상화된 인물에 쉽게 공감 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이번 영화로 상업영화 연출로 데뷔하게 된 윤영빈 감독은 강릉 출신이다. "해방 이후 한 번도 개발 수혜를 입지 못한 곳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편의시설들이 생겼다"던 윤 감독은 "한편으로 개발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잘 개발되길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는데 영화에 그 마음을 담았다"고 말한 바 있다.

즉, 강릉에 불던 개발 광풍을 경계하면서도 해당 지역의 발전과 부흥을 꿈꾸는 지역민의 마음을 영화 캐릭터에 투영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의도를 영화 속 캐릭터들이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차라리 그 광풍의 주체인 경제 권력과 지역 토호, 건달의 변화를 염두에 뒀다면 어땠을까. 영화적 설정 면에서 <강릉>은 신선함보다는 관습성이 유난히 강조돼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나 합은 무리 없이 잘 흘러간다. 다만, 중간중간 속칭 폼나고 멋있게 보이는 대사들이 자주 등장해 극의 흐름을 종종 끊는다. 건달의 낭만을 대사로 표현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겠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캐릭터들이 그런 대사들을 주고받는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절대 악당으로 등장하는 이민석 또한 그 전사가 자세히 제시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현재 행동의 맥락이 드러나야 했다. 액션 설정과 배우의 무드로만 이해시키기엔 민석의 극중 행동이 다소 무리수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줄평: 영화적 질감은 그럴싸하지만, 설정은 다소 관습적인 
평점: ★★☆(2.5/5)
 

영화 <강릉> 관련 정보

감독: 윤영빈 출연: 유오성, 장혁 외 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공동제공: ㈜아센디오, 미시간벤처캐피탈㈜ 배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공동배급: ㈜아센디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작: ㈜아센디오 공동제작: ㈜본팩토리, ㈜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 조이앤시네마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2021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