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스퍼트를 노렸던 거인군단의 꿈이 좌절됐다. 올해도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27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팀 간 15차전 맞대결서 2-3으로 패배했다. 6회말 선취점을 먼저 뽑고도 곧바로 7회초 구승민이 3점을 헌납하면서 리드를 빼앗겼고, 끝내 리드를 되찾아오지 못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음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던 롯데는 이날 패배로 7위 NC와 2.5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가을야구를 위한 경우의 수가 모두 사라지면서 잔여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가을야구가 좌절된 롯데의 시선은 2022년을 향한다. 이제는 정말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가을야구가 좌절된 롯데의 시선은 2022년을 향한다. 이제는 정말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 롯데 자이언츠

 
분위기는 바꿨지만, 반전은 없었다

선수단을 포함해 롯데의 모든 구성원이 올핸 가을야구를 하길 바라면서 시즌을 맞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롯데를 5강 후보에 포함시키면서 중상위권을 노리는 팀들에게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긍정적인 전망과 다소 어긋나는 행보가 이어졌다. 시즌 초반부터 이래저래 꼬이는 경기가 많았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5월 11일, 롯데는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퓨처스팀 지휘봉을 잡던 서튼 감독에게 1군 선수단을 맡겼다.

서튼 감독 부임 이후 젊은 선수들도 적잖은 기회를 받았고,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미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반기의 롯데는 분명 전반기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크고 작은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은 롯데의 상승세는 10월 초까지 지속됐고, 서스펜디드 경기를 포함해 7일에만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2승을 수확해 바짝 고삐를 당겼다. 그러나 분위기가 한풀 꺾인 시점은 잔여 경기 일정이 시작된 이후였다.

13~15일 LG 트윈스전, 16~17일 SSG 랜더스전서 총 6경기 동안 2승에 그친 것이 치명적이었다. 함께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들보다 순위가 낮은 롯데로선 승수 쌓기가 이뤄졌어야 했다. 특히 이번 달에만 SSG와의 5경기서 4패를 기록하며 다른 처지에 놓여있는 두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어긋난 프로세스? 2022년을 '증명의 해'로 만들어야

올 시즌 롯데가 내세웠던 캐치프레이즈는 'Time to win'이었다. 말 그대로 이길 때가 됐다는 의미로, 전년도보다 나은 성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러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지 않은 위치에서 순위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초 FA로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롯데는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메우기 위한 '프로세스'를 선보였다. '프로세스의 중심' 성민규 단장 역시 올해보다는 내년, 내년보다는 내후년을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과정을 하나씩 밟아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7위, 올해 8위로 오히려 순위가 한 단계 떨어졌다. 변화를 하려는 노력만으로는 5강의 벽을 넘기에 역부족이었다. '신인왕 후보' 최준용의 성장, 안치홍의 활약 등 긍정적인 요소가 크게 부각될 수 없었던 이유다.

그 어떤 팀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변수 또는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현재까지만 놓고 본다면 프로세스는 여전히 진행형에 가깝다. 시즌 중후반에 비해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졌던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을 고려한다면, 롯데의 프로세스를 놓고 성공과 실패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단정짓기에는 이른 감이 있기는 하다.

실망할 겨를 없이 롯데에게 바로 2022년을 바라봐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내년 성적에 대한 중요성은 그 누구보다도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와 선수단이 가장 잘 안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면서 비시즌 기간에는 외야를 확장하는 구장 공사가 예정돼 있다. 1년 후 가을에는 변화의 결과를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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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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