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대는 도입부 드럼 비트부터 잊을 수 없는 신시사이저 멜로디와 모튼 하켓의 하늘 높이 올라가는 팔세토. 1980년대를 풍미한 그룹 아 하(A-ha)의 'Take on me'은 단지 1985년 빌보트 차트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팝송 팬들에게 하나의 클래식 송이 되었다. 보이는 음악의 본격화를 알린 Mtv 시대의 대표주자 혹은 원히트원더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부제가 붙은 노르웨이 출신의 밴드는 스웨덴의 아바, 덴마크의 아쿠아와 더불어 북유럽을 상징하는 팝스타다.
   
 아-하:테이크 온 미

아-하:테이크 온 미 ⓒ 주식회사 컨텐츠썬


노르웨이 출신의 토마스 롭삼과 아슬레우 홀름이 공동 연출한 <아하: 테이크 온 미 (원제: A-ha - The Movie)>는 탄생과 전성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순차적으로 아하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푸티지 자료가 부족한 멤버들의 유년 시절을 그릴 땐, 'Take on me'의 뮤직비디오에도 사용된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만화적 느낌을 부여했다.  

여느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러하듯 대중이 잘 몰랐던 밴드의 뒷이야기를 들춰냈다. 그들의 음악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 주요 포인트. 기타리스트 폴과 건반 연주자 마그네의 관계가 그 중심에 있다. 밴드 내에서 프런트 맨 모튼 하켓의 인지도는 속된 말로 '넘사벽'이었지만 음악 만들기의 지분율에서는 나머지 둘과 격차가 심했음을 영화가 알려준다.
 
 아-하:테이크 온 미

아-하:테이크 온 미 ⓒ 주식회사 컨텐츠썬


대표곡 'Take on me'의 탄생부터 꽤 여러 가지 비화가 있다. 폴과 마그네가 함께 조직한 밴드 Bridges의 'Panorama'란 곡이 시작점이었고 제목을 비롯해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된 현 버전이 완성되었다. 저 유명한 키보드 리프를 주조한 건 마그네였지만 결국 멤버 셋 모두가 작곡 크레딧에 오르게 되었다. '작곡은 무엇인가'에 각자 가치관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으나 마그네 본인이 직접 '기여도보다 크레딧에 올라간 비율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털어놓은 장면을 보면 폴과의 신경전이 한동안 이어졌던 걸로 보인다.
 
 아-하:테이크 온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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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은 자신의 성을 딴 Savoy란 밴드에서 6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을 정도로 음악적 야심이 대단했다. 폴의 부인이자 Savoy에서 함께 활동하는 로런도 '폴은 종일 음악 생각이다'라고 증언했으며 마그네와 달리 아하의 새 앨범에도 긍정적인 '음악 에너자이저'다. 그는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유라이어 힙과 퀸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팝스타보단 위대한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이런 그가 Mtv 시대 최고 팝 밴드의 일원이 된 것도 아이러니하다.
 
이동 중 틈틈이 책을 읽는 학구파에 회화로 전시회까지 연 마그네는 자신을 '천상 예술가'라 자평한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양산형 팝 음악을 찍어내던 아하에 대한 염증을 술회한다. '다시는 삼류 잡지 모델은 안 할 거야'라고 학을 떼는 멤버들. 팝 음악의 변방 노르웨이 출신 청년 셋은 누구도 짐작 못 할 초특급 성공을 거뒀고 대중음악사에 이름을 아로새겼다. 그런데 환갑에 가까워진 나이가 된 지금, 자신들의 음악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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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일 유명한 모튼 하켓은 왜 빼놓는 거야!'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아하의 전 세계적 인기엔 모튼의 공헌도가 막대하다. 잘생긴 용모와 미디어 친화력, 독보적인 하이톤 보이스. 그의 솔로 앨범 중 넉 장은 노르웨이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고 국내에는 프랭키 발리의 곡을 커버한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인기를 끌었다. 이 잘생긴 매력남은 최근 미국판 복면가왕 <더 마스크드 싱어>에서 콜드플레이의 'The scientist'와 해리 스타일스의 'Watermelon sugar', 'Take on me'의 어쿠스틱 버전을 불렀다. 심사위원은 즉각 음색에 매혹되었고 모튼 목소리의 영속성을 찬미했다.
  
 아-하:테이크 온 미

아-하:테이크 온 미 ⓒ 주식회사 컨텐츠썬


모든 밴드가 그렇겠지만 아하도 지난날을 돌아보며 참 하고픈 말이 많았나 보다. 본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온 여러 가지 사건들과 서로 서운했던 감정을 카메라를 빌려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그들을 묶어준 건 우정이 아닌 음악이라는 말이 날카롭고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공연 전 각방을 쓰고 엘리베이터에서 조차 말을 나누지 않는 이들이지만 서로의 '음악사'에 대한 존경심은 잃지 않았고 지금까지 아하가 달려온 동력이 된 것. '테이크 온 미'의 황홀한 사운드에는 이토록 많은 숨겨진 이야기와 복합적인 감정이 얽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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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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