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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성수동 오매갤러리에서 열리는 <자수살롱>展은 조금 특별한 전시다. 2019년 <자수신세계>展으로 <자수공간> <자수잔치> 그리고 외전격인 <안녕! 바다 씨!>까지 네 번에 걸쳐 꾸준히 변화하고 성장해 현재 2021년 <자수살롱>展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살롱에 참여한 열 명의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기자말]
자수 작가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이 작업이 마음에 힐링을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그걸 하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져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시간과 근심을 잊게 됩니다' 하는 말도 한다. 전시 자수살롱은 지수현 교수의 '침선명상'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같은 자장을 가진 맥락이다. 김규민 작품의 일관된 주제는 '이너피스 - 내면의 평정'이다. 김 작가를 큐브 같은 건물들이 빼곡한 문정동 그의 작업실 '메종 드 에슈보'에서 만났다.   
   
자수는 왜 명상이 되는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가는 김규민의 작품이다. 그 비밀 중 하나는 나에게로의 집중이다.
▲ 자수살롱 전 작품 앞에서 김규민 작가 자수는 왜 명상이 되는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가는 김규민의 작품이다. 그 비밀 중 하나는 나에게로의 집중이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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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에 이르는 긴장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제일 좋은 감정이 홀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너피스(Inner Peace). 작업을 하는 과정과 결과물은 제가 평정심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앞으로의 작품이요? 제 생각을 묶고 있는 응어리가 무엇인지 찾는 일, 엮거나 묶고 있는 데서 홀가분해지고 싶어요."

홀가분이라는 것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오늘 만나야 할 사람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는데, 그것에 아무런 마음의 불안이나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상태" 정도일 터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늘 해야 할 일들과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이들이라면 일은 몰려 있을 것이고, 제때를 만나지 못한 사람은 '아직 찾지 못한 그 무언가를 찾아' 다시 몸과 마음이 분주할 것이다. '평정의 작가' 김규민의 마음에는 무엇이 스며 있을까? 그의 인터뷰 중 한 부분이다. 

"자수는 보존성의 문제가 있어요. 토기는 유물이 많은데 섬유는 없는 이유죠. 색이 바래고 썩으니까. 그러니 '대를 물려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런 문제도 있어요. 해서 유리섬유 쓰거나, 와이어도 쓰는데… 저도 에폭시 생각을 해봤죠! 지금은 동양적인 걸로 해볼까 생각도 하고? 자개로 실을 뽑아 쓰는 이들은 일본에 있어요. 현재 원단에 닥지를 동그랗게 올리고 작업 중이에요. (제 작품이) 캔버스보다 오래 살아남았으면 해요, 옻칠도 오래 남는 데 도움이 되겠죠."

예술은 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김규민은 모든 예술가들의 숙명과 희망, 히포크라테스의 이 경구를 생각하고 있다. 그의 머리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선배 작가들과 동료 작가들의 생각과 작품에 마음이 가있다. 그들은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참고의 대상이고, 피해서 넘어야할 벽이기도 하다.

"이배 선생님은 숯 작업을 하세요. 청도서 사실 때, 우물파는 걸 본 말씀을 하셨죠. 숯을 넣는대요. 우리는 금줄에도 숯을 달고, 장에도 숯을 넣어요. 프랑스 유학 가서 물감이 없으니까, 숯 한 포대를 사셨다죠. 근데 지금 목탄화로 그리지 않고 붙이는 작업을 해요. '불로부터'란 작업 같은 거. 한국적인 걸, 수묵화를 보여줘야지 한 게 아니였다죠. 저는 이런 장르의 그림도 다 있구나 싶었어요. 외국에도 단색화가 있는데, 우리 단색화는 되게 특이하죠. 펜데믹 시대에 그건 묘한 편안함을 줘요."
 
timeless 작업 연작의 부분. 보이지 않지만 중첩으로 아래 깔린 작업들은 그 물성을 발휘한다.
▲ 김규민 작가의 작품은 실을 여러번 중첩해 올린다 timeless 작업 연작의 부분. 보이지 않지만 중첩으로 아래 깔린 작업들은 그 물성을 발휘한다.
ⓒ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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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다 하든 작가의 개성은 동일하게 나와요. 양혜규 작가 같은 경우 국립현대미술관 스케일이 커요. 공간 자체를 아예 바꿔보는 섬유 작업을 해볼 수 있겠다 생각해요. 용환천 작가의 전시가 전전시와 이번 전시가 완전 달라졌어요. 계속 바뀌면서 본인 거를 찾아간다 하죠. 서도호 작가의 집속의 집 작업도 충격. 저는 작업 안 할 때였는데, 자수고 섬유인데 레이어, 서양 건축물 안에 동양건축을 넣기도 하고…. 그건 자수라는 경계를 넘어서서 봐야해요. 이세미야키도 있죠. 섬유예술가였고 현재는 디자이너. 새로운 재료와 소재가 있는데 그걸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죠. 그걸 가르쳐 자수와 염색 펠트로 한다든가 하는 것을 많이 가르쳐요. 의상 오브제 작업도 하고. 브랜드도 나오고, 세계적 작가가 됐죠." 

인생은 짧다

김규민은 이대 조형예술대 섬유예술과를 졸업했다. 그들의 학창시절 대부분은 뭇 작품을 보고 뭇 작품을 만들고, 다시 뭇 작품을 하는 선후배들과 엉켜있는 삶으로 채워져 있다. 그 문화적 밈은 그들의 자양분이고, 동시에 카오스다. 김규민은 그 작품들과 작가들의 세계가 한 켠에, 그리고 '숨 쉬고 있는 인간'이 뒷켠에 있다. 김규민은 그사이에 산다. 그곳이 무간도는 아니지만, 평정의 공간만도 아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네가 아버지 역할을 해야 하는 거야. 아들 역할도 해야 해!' 그런 이야기를 하셨죠. 그게 부담이 됐어요. 지금은 제가 아들에게 더 좋은 걸 먹이고 싶은 생각. 밥때가 되면 집에 돌아가 그걸 해 줘야만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죠. 오매갤러리 김이숙 대표님은 제게 '작가가 일 년에 백 작품은 해야지' 그러세요.(웃음) 어떤 분은 100호 요구도 하시죠. 대작을 하고 싶은데, 50호 하기도 벅찬걸요. 자수틀에 팔이 들어가는 한계가 있잖아요. 페어 작품이 많아요. 50개가 세트이기도 하고. 모듈처럼 구매하신 분도 있어. 어쩌면 집에 대작을 걸 만한 데는 별로 없을 수도 있고. 큰 작품은 기업의 로비 등서만 걸리겠죠. 소비자에겐 조금 더 작아야 할 수도 있죠."

두 세계를 팽팽하게 잇는 끈

규민의 할아버지는 화가 김도경. 작은 할아버지까지 모두 화가였다. 규민을 거의 길러준 이모는 바느질 선생이었다. 의상을 배워 자신의 옷을 모두 만들어 줬던 사람. 아버지는 물리학을 전공했던, 건축에도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규민의 작업은 그런 모든 과거들의 교집합일 수도 있겠다. 

돌아오면, 김규민의 작업엔 직선들, 그러니까 팽팽하게 당겨진 실들이 보인다. 직선들은 곧 서로 얽히고설키는데, 놀랍게도 이 지점의 작품은 평정을 부른다. 희고 검은 혹은 회색의 직선(이전 작품들엔 칼라 직선도 있었다)으로 여러 가닥을 뻗을 때, 그건 공간을 구획하고 분리하지만, 그렇다고 전체의 공간이 온전히 나뉘어 갈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은 완전한 형태로 그들 직선을 품는다. 이는 천과 실 그리고 바늘이라는 단순한 도구를 통해 창조되는 모든 자수작업의 추상으로 읽을 수도 있고, 작가의 예술적 꿈과 일상이라는 현실의 얽힘과 충돌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단순한 세계로의 집중이, 모든 복잡함을 단순화해 보는 그 힘이 실제로 삶을 명료케 변화시키는 원점이 된다는 점이다. 평정심의 방정식이다.  
 
에슈보는 실타래다. 메종은 집. 실타래는 가능성으로도 혹은 그 자체로 완성된 아름다움으로도 볼 수 있다.
▲ 김규민 작가의 작업실 겸 공방 메종 드 에슈보 에슈보는 실타래다. 메종은 집. 실타래는 가능성으로도 혹은 그 자체로 완성된 아름다움으로도 볼 수 있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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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형태의 물상을 가진 이 작품은 물론 여전히 침묵한다. 그 침묵은 이 작품을 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눌러야 할 단추다. 붙잡아야 할 단초다.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그 시작의 장소를 우리는 예술작품이라 부른다. 그것을 생산하는 그 힘들을 우리는 예술가라 부른다.   

[관련기사 : 천 위에 펼쳐진 무한한 세계... 이런 자수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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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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