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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에 걸친 다섯번째 자수 프로젝트가 자수살롱의 화룡점정의 획을 긋는다. 성수동 오매갤러리
▲ 2019 자수신세계부터 2021년 자수살롱까지 2년여에 걸친 다섯번째 자수 프로젝트가 자수살롱의 화룡점정의 획을 긋는다. 성수동 오매갤러리
ⓒ 오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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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란 무엇일까? 먼저 자(刺)는 가시 침 혹은 찌르는 것이다. 수(繡)는 수, 수놓다란 뜻인데 결국 형태를 그리는 일이다. 바늘로 놓아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는 타투 문신이 있다. 물론 문신은 몸에 새기는 것인고로 타투는 자수가 아니다. 천 즉, 섬유가 함께 할 때 자수는 자수이다. 

섬유는 무엇일까? 섬(纖)은 가늘다, 곱다는 것이고, 유(維)는 밧줄 받치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섬유는 부드럽고 고운 바탕이다. 섬유가 부드러운 성질을 갖는 이유는 실을 가지고 날실과 씨실로 하여 직조하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뀐다. 통기성이 이로 인하여 생기고, 늘어나고 줄어드는 신축성도 따라온다. 천은 그리하여 우리의 몸으로부터 일상에 스며드니, 이를 공예라 한다.  

바늘은 세 부분의 요소로 구성된다. 뾰족한 끝 첨단과 기둥 그리고 실을 꿰는 구멍이다. 바느질이란 바늘에 실을 꿰어 천을 찔러 좌표를 달리하면서 무엇이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바늘과 실과 천이 필요하다.

외과의사의 꼬맴이 자수일 수 없는 건, 그곳에는 효용이 우선이고 예술과 문화적인 그 어떤 것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늘 없이, 수놓은 모양도 없이, 그저 실의 직조만으로도 이는 섬유 작품이고, 자수전의 작품이 될 수 있다.

인간의 행위 '질' 그리고 그것이 목표로 하는 문화예술적인 의미. 실은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자수는 사람이요 사람됨이다. 이 모든 것이 함께일 때 자수는 비로소 자수이다.  
    
정희기 작가. 연결. 2_ 나. 무판넬. 아크릴물감 바니쉬 대마 노방 목화압축솜 실. 33.5x45.5cm. 2020
 정희기 작가. 연결. 2_ 나. 무판넬. 아크릴물감 바니쉬 대마 노방 목화압축솜 실. 33.5x45.5cm. 2020
ⓒ 정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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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일부터 10일까지(이 일자들은 마치 바늘과 바늘귀를 닮았다) 성수동 오매갤러리에서 열리는 <자수살롱>은 자수와 섬유공예 그리고 바느질의 향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다.

작가 열 명-김규민 박연신 신승혜 오정민 정은숙 정희기 최수영 한승희 한정혜 최향정-이 참여했고, 한 사람의 기획자 김이숙 그리고 두 명의 기록자-영상 노선과 글 원동업-가 붙었다.

작가들은 천 위에 놓인 수이고, 보여진다. 기획자는 이를 놓는 바탕이며, 그들을 받쳐준다. 기록자는 바탕천의 뒷면 같은 존재다. 수의 과거와 숨겨진 것들을 조금 풀어 보여준다.  

실 바늘 천 없어도 자수일 수 있는 조건은?
 
Connected BLUE
최수영 작, Rayon, 60x95cm, 2020
▲ 전시작품 장 하나. 바늘 없이 직조만으로 만들었다.  Connected BLUE 최수영 작, Rayon, 60x95cm, 2020
ⓒ 최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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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정 작가. 풀밭. 장지에 자수 106x94cm 2021
▲ 천을 버리고 장지에 수를 놓았다. 저 풀은 작가에 의해 새로 구상된 풀이다. 최향정 작가. 풀밭. 장지에 자수 106x94cm 2021
ⓒ 최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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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자수살롱>은 2019년부터의 과거를 갖고 있다. 먼저는 19년 12월 <자수신세계>展에 열세 명의 작가가 처음 모였다. 다음해 11월 <자수공간>은 문화역서울284에서 계획되었다가 최종적으로는 온양민속박물관 구정아트센터에서 온라인 전시되었다. 이때 열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12월의 <자수잔치>는 공예트렌드페어 코엑스 전시를 채웠고, 이때 서른 명이 참여했다. 외전 격인 <안녕! 바다 씨!>는 2021년 6월 환경의 날에 맞춰 진행됐었다. 아홉 명이 참가. 이번 <자수살롱>까지 연인원 개념으로 64명의 작가들 세계가 열렸다. 

작가들은 몇 가지 차이와 작은 동질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는 지역은 모두 달랐다. 나이대도 출신도 성향도 지역도 그네들의 스승도 모두 다양했다. 동질성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을 한다는 점과 '자수-섬유-바느질'이라는 주제로 삶을 꾸려간다는 것, 공교롭게 모두 여성들이었다.

학예사 박혜성이 자수신세계에서, 작가 정우원이 자수공간에서 그리고 아트디렉터 서영희가 헬로바다씨에서 함께 하며 변화가 있었는데, 그 모든 과정의 축에 있던 이는 기획자 김이숙이었다. 
  
인스타그램이 없었다면, 이들 작가들이 하나로 모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 인스타그램은 예술가 작가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사진과 이미지 중심의 공간은 작품을 담는 좋은 틀이었다. 작가들을 그러모은 기획자 김이숙(오매갤러리 대표)이 작가들을 보고 택하고 연락할 판단의 요소가 인스타그램 안에 있었다.

하루 스물네 시간, 지구끝 어디라도 가 닿을 수 있는 인터넷 세상의 최첨단에서 일했던 사람이 김이숙이었다. 그는 IBM에서 일하고 이코퍼레이션(주)을 세워 벤처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했던 이였으니까. 인스타그램과 작가들과 김이숙의 연결은 일견 자연스럽고 당연한 귀결이었다. 

오매갤러리는 성수동 주택가 연립주택의 4층에 있다. 30여 년 된 낡은 주택을 개조한 곳이어서 엘리베이터는 물론 없다. 성수역 3번출구에서 나와 한강쪽으로 걷다보면 왼편에 그 유명한 대림창고가 보이고, 조금 더 올라오면 경수초중고로 향하는 이면도로로 좌회전한다.

오매갤러리가 처음 오픈 공사하던 2016년 겨울에 이곳 일대는 그저 숨은 가내수공업 공장과 지붕 낮은 단독과 연립한 주택들만 있었다. 지금 이 길은 젊은이들이 줄을 서는 맛집들과 헤어샵과 에어비엔비와 팝업샵과 반짝반짝하는 문화공간들이 명멸하는 문화거리가 됐다. 적어도 이 거리에서 그 변화들의 제일 앞에 오매가 있었다.     

문화예술 프로젝트 통해 지역과 작가가 바꿔온 2년 

오매는 2017년에 블록으로 현관을 다시 꾸리고, 4층은 보강을 거쳐 기둥을 털고 첫 전시를 열었다. 물론 아래 전층 각 방에서도 전시를 진행했다. 그때 지면보다 조금 땅을 파고 들어간 지층들은 세를 주었다. 검색이 가능한 시대, 이미 누구나 자동차를 가진 시대, 구매력이 선진국 일본보다 높아진 한국 서울은 어느새 문화와 예술이 왕성한 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매는 핫한 동네 성수동의 흐름과 반발 뒤서거나 혹은 반발 앞서 끌면서 천천히 성수동의 매력적 공간이 되고 있었다. 김이숙 대표가 말한 대로 "매력있는 문화 예술 디자인이 스민 건축으로 지역에 변화와 성장-경제적 효용과 대중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는 것-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자수살롱>은 그저 작품들만의 전시가 아닌 건 그 때문이다. 자수살롱이 가진 긴 과거들-자수신세계와 자수공간과 자수잔치와 헬로바다씨까지-을 소환하는 시간이다. 동네 골목의 낡은 연립주택, 걸어 올라가야만 하는 그 4층과 그 거리의 문화와 예술 사회를 만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안에 있기에 이 작품들과 작가들은 더 야무지게 오롯하고 풍성하다.    
 
신승혜 작가. Duplicity space. 천위에 실 아크릴릭. 32x32cm. 2021
 신승혜 작가. Duplicity space. 천위에 실 아크릴릭. 32x32cm. 2021
ⓒ 신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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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자수살롱>은 2019년부터 지속된 프로젝트다. 2년여의 기간 동안 연인원 70여 명의 작가와 작품이 소개되고, 다양한 변화와 성장이 지속됐다. 자수 작업을 통해 우리 시대 작가들의 현실과 꿈과도 만났다. 그 내용들도 지속적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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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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