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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름은 제주 서부 중산간 지역의 대표적인 오름 중 하나이다. 제주의 368개나 되는 오름 중에서 정상 분화구에 물이 담겨 있는, 흔치 않은 오름 중의 한 곳이고, 일몰이 아름답기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최근에는 이효리가 금오름에 올라 너무 신바람나게 막춤을 추는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나는 일몰 시간대의 여행객 인파를 피하고 아침 공기의 상쾌함을 느껴 보기 위해 아침 일찍 금오름 가는 길에 나섰다. 예전에 차가 올라갔던 금오름 정상 가는 길이지만 이제는 차로 올라갈 수 없다. 한적하게 오름을 오를 수 있고 오름의 자연 보존에도 도움이 될 터이니 차량 통행금지는 정말로 반가운 일이다.
 
팽나무 아래, 생이(새)가 모여들어 물을 먹던 연못이다.
▲ 생이못. 팽나무 아래, 생이(새)가 모여들어 물을 먹던 연못이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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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름을 오르는 남쪽 초입에서는 꽤 많은 물이 고여 있는 '생이못'이라는 연못을 만나게 된다. 연잎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그 주변에는 개구리밥도 많다. 생이못은 자주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수량이 많지 않아서 생이(새)가 주로 모여들어 물을 먹던 곳이라는 뜻이다.

인근 주민들도 요긴하게 사용하던 이 연못은 4.3 당시에 오름에 피신한 사람들에게는 생명과 같은 물이었다고 한다. 생이못 한 켠에 우뚝 서 있는 팽나무가 진한 연둣 빛 생명수를 신비롭게 지키고 있었다.
 
제주 서부의 풍경이 눈 앞에서 환하게 펼쳐진다.
▲ 금오름 오르는 길에서 만난 풍경. 제주 서부의 풍경이 눈 앞에서 환하게 펼쳐진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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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름 정상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도 않고 경사가 완만해서 주변의 나무들을 보며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 옆, 바람이 잘 통하고 어두운 곳에는 새로 피어나 매력적인 고사리가 잔뜩 자라고 있었다. 

서울에서 직장 선배가 알려준 산초 잎 냄새도 맡아보고, 산초 맛도 보며 위로 향했다. 울창한 삼나무, 비자나무, 자귀나무의 숲이 밀림이 되어 이어지고 있었다. 금오름 올라가는 초입길은 울창한 숲 속에서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는 길이다. 발걸음을 조금씩 내디딜 때마다 제주 서부의 풍경이 눈 앞에서 환하게 펼쳐졌다. 

금오름은 오르기가 어렵지 않아서 정상까지 15분~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도착할 수 있었다. 금악오름으로도 불리는 금오름은 흙이 검은 빛을 띠고 있어서 검은 오름이라는 뜻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금오름의 '금'은 어원상 고어의 '신(神)'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름을 통해서도 옛날부터 신성시되어 온 오름임을 알 수 있다.
 
오름의 원형 분화구 안에 담긴 화구호가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 금악담. 오름의 원형 분화구 안에 담긴 화구호가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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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름이 제주도민에게 신성시되어온 이유는 금오름 정상에 오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둘레가 1,200m나 되는 오름의 원형 분화구 안에 담긴 화구호(火口湖)가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왕매라고도 불리는 분화구 내의 금악담(今岳潭)은 비가 많지 않을 때 바닥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그 안에 풍부한 수량이 고여 있었다. 
 
▲ 금오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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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27.5m 금오름 정상은 눈 앞에 오롯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오름의 능선은 그림 같이 아름다웠다. 나는 분화구 둘레를 따라 길게 이어진 친환경 야자매트 위를 걸었다.  가을이 된 금오름 능선 위에는 갈색 억새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금오름은 억새로도 이름이 있는 곳이니, 가을이 깊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평상 위에 앉아 한라산과 오름을 보는 시간은 힐링의 시간이다.
▲ 오름에서의 휴식. 평상 위에 앉아 한라산과 오름을 보는 시간은 힐링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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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름 동쪽 능선 높은 곳의 푸른색 산불감시초소와 바람자루, 그 앞의 평상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평상에 앉아서 구름 덮인 한라산과 그 앞 중산간에 구름처럼 펼쳐진 오름들의 향연을 감상하였다. 정겨운 오름들은 하나 둘씩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제주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다.
 
신비로운 연못으로 다가가는 마음은 누구나 설렌다.
▲ 금악담 가는 길. 신비로운 연못으로 다가가는 마음은 누구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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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악담으로 내려가는 길은 붉은 화산송이 위에 난 길이어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금오름을 찾는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풀이 죽은 자리에 생긴 메마른 흙길이 분화구 아래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앞으로는 금오름도 입산 통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현장이다. 사람들의 출입을 일정기간이라도 통제해서 이 아름다운 분화구와 금악담의 신비로운 경관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금악담까지 내려오니, 사진으로 본 것과는 달리 원형 분화구 아래의 화구호 크기가 웅장하고 신비로웠다. 한라산 백록담의 절반 크기인 이 리틀 백록담에 차 있는 물은 강수량에 따라 차서 올라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내가 갔을 때는 마침 비가 내린 후라 꽤 큰 연못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금악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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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가 남은 분화구의 땅은 밟을 때마다 푹신하고 부드러웠다. 물과 개구리풀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풀벌레 소리가 정겨움을 더하고 있었다. 금악담 오리는 사람의 등장은 신경도 쓰지 않고 한가하게 날개 깃을 다듬고 있었다.

오름 정상의 고요 속에 신비함을 느낀 사람들이 저마다 간절한 소망을 담아 돌탑을 쌓아 놓았다. 여러 개의 붉은 송이 돌탑은 마치 조각품인양 금악담을 호위하고 있었다. 나도 이곳에 돌을 얹고 가족이 이루었으면 하는 소원을 빌어 보았다.
 
제주 서부의 오름과 비양도가 시원하게 바라다보인다.
▲ 금오름 정상에서 보는 경치. 제주 서부의 오름과 비양도가 시원하게 바라다보인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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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길 야자 매트 위를 걸으며 분화구 둘레를 산책하는 기분도 특별하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뻥 뚫려 있는 시야를 따라가면 한라산, 새별오름, 한림항, 비양도, 성이시돌 목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선을 따라 달라지는 제주도 풍경의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가슴 벅찬 풍경을 보는 마음.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에 지나온 길마다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오름을 내려와 주차장에 도착할 무렵,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제 금오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기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주의 마을, 오름, 폭포와 그 안에 깃들인 제주의 이야기들을 여행기로 게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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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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