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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황새공원 근처 논에서 지난 11일 16번째로 열린 황새방사행사. 황새들이 갇혀있던 좁은 상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예산황새공원 근처 논에서 지난 11일 16번째로 열린 황새방사행사. 황새들이 갇혀있던 좁은 상자 밖으로 나오고 있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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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20㎝ 조금 넘는 직사각형 상자 10개가 일렬로 놓여 있다. 사람 허리 정도 오는 높이다. 정면으로 난 입구는 꽃다발을 붙여 장식하고 밝은색 테이프로 고정했다. 행사장에 입장한 기관단체장 등이 사회자가 호명하는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테이프를 자르자 문이 열리며 상자 안에 있던 황새가 한 마리씩 밖으로 나온다. 

지난 11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 예산황새공원 근처 논에서 16번째로 열린 '황새 야생방사 행사' 현장이다. 방사는 멸종위기종인 황새가 야생에 잘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사람의 손길을 거친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황새에게는 꽤 험난하다. 사육장이나 단계적 방사장에서 살다 10분 남짓한 행사를 위해 1시간 전부터 좁은 상자 안에 들어가 현장으로 옮겨지고, 빛이 잘 들지 않는 공간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의 말소리와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다. 황새는 소리에 민감한 특성이 있어 더 고역일지 모른다. 문이 열리면 즉시 낯선 땅을 밟고 날아올라야 한다.

황새생태연구원 누리집에 소개된 '야생 재도입 방법'을 보면 '단계적 방사법(soft release)'과 '자연방사법(hard release)'이 있다. 전자는 방사예정지에 익숙해지도록 일정기간 해당지역에서 사육한 뒤 방사하는 방식이다. 후자는 적응기간 없이 바로 방사해 '상대적으로 개체 사망률을 높이거나 정착률이 낮을 수 있어 지양한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이날 우리가 택한 건 자연방사법이다.

예산군도 대술 궐곡리와 덕산 외라리 등에 단계적 방사장을 설치했지만, 이곳에서 방사할 때도 상자에 넣었다가 황새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어 보이는 테이프 커팅 등 '의식'을 치른 뒤 풀어줘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주된 이유는 전 국민의 관심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문화재청이 지원하는 황새복원사업은 한반도에서 멸종됐던 황새를 되살리는 작업으로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황새가 안정적으로 정착해 개체수를 늘려가려면 먹이가 되는 물고기들이 논 등에 많아질 수 있게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지금의 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경남 창녕군은 한반도에서 40여년 전 멸종됐던 따오기를 복원해 방사행사를 열 때 야생적응방사장 출입문을 열어두고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단계적 방사장을 지을 때 자동으로 지붕 그물이 열리는 등 황새가 스스로 자연으로 나가는 것을 유도할 수 있게 시설을 보완하면 된다. 미리 1~2개월을 사육한 뒤 내보내면 황새가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방사도 한결 쉬워질 수 있다"는 황새공원 김수경 선임연구원의 설명처럼, 우리군도 같은 방법을 도입한다면 그 자체로도 홍보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보다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산에서 나고 자란 황새가 야생에서 제 식구들을 계속 늘려갈 수 있게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지금, 시대의 흐름에 걸맞게 '행사 친화적'이 아니라 '황새 친화적'인 야생방사를 고민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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