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나영석 PD와 더불어 수 년간 시청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던 MBC 김태호 PD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MBC는 7일 오후 "MBC 예능 프로그램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김태호 PD가 MBC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PD는 2021년 12월까지 MBC 예능본부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김태호 PD가 연출하는 <놀면 뭐하니?>는 함께 일했던 후배 PD들이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김 PD의 퇴사 이후 프로그램의 스타일 등에 변화가 생길 순 있어도 <놀면 뭐하니?>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예능' 만들면서 20년간 MBC에 몸담았던 김태호 PD
 
'같이 펀딩' 김태호, 다시 시작 김태호 PD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 새 예능 <같이 펀딩>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같이 펀딩>은 혼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의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방송을 통해 확인한 시청자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같이' 실현해보는 펀딩 예능 프로그램이다. 18일 일요일 오후 6시 30분 첫 방송.

김태호 PD. (자료 사진) ⓒ 이정민

 
폐지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시청자들과 만난 <무한도전>은 여전히 '국민 예능'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출연진의 능력 못지않게 탁월한 기획력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던 김태호 PD가 있었다.

말 그대로 무한도전이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했고, 다양한 주제로 매주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웃음 속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출연자와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인 것도 어떻게 보면 김태호 PD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파업 등을 거치면서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무한도전>이 2018년 3월 말에 종영되면서 김태호 PD는 해외 연수를 떠났고, 한동안 프로그램 제작에서 손을 뗀 상태였다. 그리고 귀국 이후 회사로 돌아와 김 PD가 택한 프로그램이 바로 <놀면 뭐하니?>였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을 때만 하더라도 시청률이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무한도전>에서 구심점을 잡아줬던 유재석이 등장했음에도 반응은 차가웠다. 심지어 <무한도전>이 그립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무한도전>처럼 또 한 번의 '도전정신'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2019년 말 '뽕포유 프로젝트'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상승 곡선을 그려나갔다. 이듬해 '싹쓰리 프로젝트' 역시 흥행에 성공하면서 탄력을 받은 <놀면 뭐하니?>는 어느덧 100회를 넘어섰다.

점점 커지는 OTT의 힘... 그래서 이해가 되는 김태호 PD의 결정

약 2년 만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놀면 뭐하니?>는 덕분에 <무한도전>과 같은 시간대에서 시청률 1위에 등극했다. 최근에는 이른바 '패밀리십' 체제로 접어들면서 정준하, 하하 등도 프로그램에 힘을 보태고 있는 중이다.

그런 <놀면 뭐하니?>를 뒤로하고 MBC를 떠나게 된 김태호 PD의 결정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결정이기도 하다. 최근 방송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다는 본인의 생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OTT 서비스의 영향 등 방송 환경의 변화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김태호 PD의 경우 이전 PD들의 이적 사례처럼 다른 제작사나 방송사로 가지 않고 독자 행보를 갈 가능성이 높다. 김 PD 역시 퇴사 의사를 전하면서도 "앞으로 또 다른 협력관계로 MBC 예능 프로그램과 함께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김태호 PD는 지난달 지상파 소속 PD로는 처음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먹보와 털보> 연출을 확정지었다. 김 PD를 오랜 기간 봐왔던 노홍철, 비가 출연하고 뮤지션 이상순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다. 퇴사 소식이 알려지기 전부터 김 PD의 시선이 지상파 방송 밖으로 향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놀면 뭐하니?>를 끝으로 MBC라는 지상파 채널에서 김태호 PD의 작품을 만나기는 어렵게 됐으나 <먹보와 털보>를 비롯해 다른 플랫폼에서 시청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갈 김 PD의 결정을 응원한다. '지상파'라는 틀에서 벗어난 만큼 더 새롭고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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