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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양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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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비극적인 아프가니스탄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경악할만한 건 지난 17일(현지시각) 폭스뉴스를 통해 보도된 사건입니다. 아프간 북부 지역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채 거리로 나섰고, 탈레반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겁니다. 여성 히어로가 주도적으로 세상을 구하는 '액션' 영화가 더는 낯설지 않은 세상에 종교적인 옷차림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이 목숨을 잃는다는 '현실'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지난 8월 13일 이란의 인권운동가가 SNS에 올린 영상에 머리를 양갈래로 곱게 딴 아프가니스탄의 소녀가 등장합니다. '아프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고 덧붙이죠. 그녀가 말한 '고사'당해가는 아프간 여성들의 현실은 어떤 것일까요? 데디 킹의 그림책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양을 보다>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양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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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소녀 하비바 이야기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양을 보다>는 출판사 '내 인생의 책'이 펴낸 어린이 여행 인문학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평화봉사단에서 활동했던 데디 킹 작가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에 대해 아이들이 관심과 연민을 가지고 바라보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공공 미술 작업을 하는 주디스 잉글레세와 함께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아프가니스탄 소녀 하비바의 이야기입니다. 

책의 후기에서도 밝히듯이 '하비바'라는 이름은 2005년에서 2015년까지 바미안의 주지사 자리를 역임한 아프가니스탄 첫, 그리고 유일한 여성 주지사 하비바 사로비에게서 따왔습니다. 하지만 그림책 속 소녀 하비바의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 물을 긷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예전에 우리 여성들도 자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우물'에 가서 하루 동안 쓸 물을 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1924년 김동완의 시 <북청 물장수>에서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가 등장하니 한 세기 전까지 있었던 '풍습'입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국의 소녀 하비바는 언니만큼 자라 물을 길으러 두 번 왔다갔다 하지 않을 날을 기다리며 여전히 매일 아침 물을 길러 집을 나섭니다. 정부가 부패와 실정을 거듭하는 가운데, 탈레반이 점령 지역의 가난한 아프간인들에게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며 거점을 넓혀갔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이 그림책도 히잡을 쓴 소녀 하비바가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아프가니스탄의 일상을 실감나게 전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양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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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하비바가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바미안은 아프가니스탄 중부의 '안전한' 지역이라고 그림책은 설명합니다. 동굴 벽에 새겨진 몇 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불상으로 유명했던 바미안, 하지만 세계 문화 유산인 불상들은 지난 2001년 탈레반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이렇듯 아프가니스탄 그 어디든 '내전'의 상흔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림책 속 하비바 옆집의 아저씨는 전쟁에 나가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늘 외세와 내전에 시달리는 국가들은 대부분 이른바 지리적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도 예외는 아니지요. 일찌기 중국, 중앙 아시아, 로마제국을 잇는 '실크로드'였던 아프가니스탄은 종교적, 지리적, 문화적 교차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소련 침공, 미군 주둔 등 강대국과의 역학 관계에 따라 역사적 소용돌이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림책에서 하비바의 친척인 커커(아저씨)와 칼라(아주머니), 사촌 형제들이 전쟁 때문에 하비바네 집으로 쫓겨 옵니다. 또한 그림책 속 하비바의 가족이 양을 키우듯 중심부를 벗어난 외곽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대부분 농업과 목축에 종사하며 살아갑니다. 또한 모스크를 중심으로 한 종교적 공동체를 매개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을의 중요 결정은 그림책 속에서 보여지듯이 아아타(아버지)와 마을 어른들인 '남성'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림책에서 하비바는 히잡을 쓰고 아침반 수업을 들으러 갑니다. 풀밭에서 하비바또래 여자 아이들이 '히잡'을 쓴 여자 선생님과 수업을 합니다. 원칙적으로 바미안에서는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남자 아이들만 다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들 41%가 글을 읽고 쓸 수 있지만 여자들 중 글을 읽고 쓰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답니다.

2001년 탈레반이 '축출'당한 이후 2017년 기준 중학생 전체 중 여학생의 비율이 39%, 대학생 중 여성의 비율이 1/3이 될 정도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이슬람 전통을 고집하는 탈레반의 복귀로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종교적 계율을 앞세운 '탈레반'은 특히 여성에서 가혹합니다. '샤리아'라는 이슬람 법에 따르면 여성은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교육'도 받아서는 안된다고 하지요. 연애도 안 되고, 운동도 할 수 없습니다. 조선 시대 우리 여성들이 '삼종지도'를 강요받았듯이, 21세기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다시 '전통'사회로의 회귀가 강요된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양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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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자전거 경기에서 꼴찌로 들어왔지만 화제가 된 한 여성이 있습니다. 1996년 아프간에서 태어난 25살의 마소마 알리 자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운동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자전거'도 탈 수 없습니다. 마소마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면 이웃들은 과일을 던지거나 돌팔매를 하기도 했답니다.

결국 마소마는 조국을 떠났고, 프랑스의 '난민' 대표로 이번 올림픽에 참여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 '망명'을 해야 하는 나라, 그림책 속 언니 말라리의 결혼 결정은 누구의 뜻이었을까요?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벌어진 후 그림책을 함께 읽은 중학생 아이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너무도 다른 환경의 아프가니스탄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전거조차 맘껏 타지 못하고, 집안에 의해 자신의 미래가 정해지는 또래의 여자 아이들의 '운명'이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합니다.

그 '운명'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대한민국의 아이들뿐일까요. 부르카를 다시 쓰고, 무서워서 거리를 홀로 나갈 수 조차 없는 현실을 맞이한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들은 어떨까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는 그림책 속 하비바에게는 어떤 운명이 닥칠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s://blog.naver.com/cucumberjh에도 게재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양을 보다

데디 킹 (지은이), 주디스 잉글레세 (그림), 유봉인 (옮긴이), 내인생의책(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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