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9월 3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국제무선통신회의에서 대한민국은 'HL'이라는 고유의 호출부호를 부여받았다. 우리나라 방송이 진정한 독립을 이루게 됐고, 그 이후 9월 3일은 '방송의 날'로 제정됐다.

매년 '방송의 날' 행사가 열리기는 하지만, 방송계 종사자가 아니고서야 많은 국민이 9월 3일이 방송의 날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쉽지 않다. 방송사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의 날을 직접적인 소재로 다루는 경우가 드문 편이다.

그러나 올핸 다르다. 그 '다름'의 중심에는, 놀랍게도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있었다. 방송의 날을 6일 남겨둔 지난 28일,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방송의 날을 맞이해 유재석이 뉴스 앵커로 변신했다. '방송의 날'을 맞이해 <놀면 뭐하니?>와 MBC 뉴스데스크가 함께 '깜짝 카메라'를 준비한 것이었다.
 
 지난 28일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28일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생방송 10분 전에 뉴스 진행 통보에도 당황하지 않은 유재석

상암 MBC 본사로 출근한 유재석은 출근하자마자 7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예능국이 아닌 보도국이 나왔고, 영문도 모르는 채 계속 발길을 옮긴 끝에 눈앞에 펼쳐진 장소는 다름 아닌 MBC 뉴스 스튜디오였다. 일반적으로 뉴스 진행을 하는 앵커나 인터뷰 출연자가 아닌 이상 들어오기 어려운 공간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보도국 PD가 다가왔고, 10시 뉴스 진행을 맡아야 한다는 말을 건넸다. 실제로 '10시 MBC 뉴스'는 진행되지 않는 프로그램이지만, 깜짝 카메라를 위해 준비된 시간이었다. 진짜 뉴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던 유재석에게 뉴스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했다. 상의만 정장 차림으로 환복한 그는 방송사고에 대한 걱정을 안고 앵커석에 앉았다.

그리고 10시 정각이 되자 유재석이 진행하는 뉴스가 시작됐다. 평일에 방송되는 < 930 MBC 뉴스 > 원고와 똑같은 내용의 원고가 주어졌다. 갑작스러운 뉴스 진행 통보에 당황했을 법도 하지만, 원고를 차근차근 읽어나간 유재석은 뉴스센터에서 지켜보던 보도국 관계자들을 모두 놀라게 하면서 실제 앵커 못지않은 발성을 뽐냈다.

같은 시각, 다른 뉴스 스튜디오에서는 유재석과 함께 tvN <식스센스 시즌2>에 출연 중인 '러블리즈' 미주가 대기 중이었다. 알고 보니 미주 역시 실제로 뉴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고, 증권 시황 소식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증권 시황을 전할 차례에 화면이 미주 쪽 스튜디오로 넘어갔고, 앵커석에서 이를 목격한 유재석은 당황한 눈치였다. 제작진이 준비한 '10시 뉴스'가 다 끝나고 나서야 두 사람은 김태호 PD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실제로 뉴스가 진행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난 28일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28일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놀면 뭐하니?>만의 방식으로 기념한 '방송의 날'

유재석과 미주가 뉴스센터 한 쪽에 위치한 모니터룸으로 이동한 사이 하하가 방송국에 도착했고, 역시나 그가 도착한 곳은 7층 보도국이었다. < 11시 MBC 뉴스 >가 하하를 기다리고 있었고, <MBC 뉴스투데이> 앵커로 활약 중인 이휘준 아나운서가 조언을 건넸다.

다음주 방송분 예고편에서는 하하에 이어 정준하까지 뉴스 앵커에 나서는 것과 더불어 앵커석에 앉아본 네 사람이 맞춤법 퀴즈에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방송의 날 이튿날인 9월 4일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연예인의 뉴스 앵커 도전과 맞춤법 퀴즈만으로 방송의 날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모두 탐색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만의 방식으로 '방송의 날'을 기념하려고 접근했고, 특히 기념일을 잘 모르는 젊은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의 날이 언급될 수 있었던 점은 분명 의미가 크다.

'유본부장'을 비롯해 그동안 유재석의 '부캐'들에 비하면 크게 주목받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앵커 도전에만 의의를 두지 않고 시의성까지 챙기려고 했던 <놀면 뭐하니?>의 이번 시도는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템에 담긴 메시지까지 전달하려는 것, 이것만으로도 '유재석의 앵커 변신'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놀면뭐하니 유재석 뉴스 방송의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